니어 필드 리스닝(Near Field Listening)이라는 이 정체 모를 영어를 안다면 오디오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은 있는 셈이다. 오디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이라면 NFC(Near Field Communication)와 연관 지어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해석하자면 ‘근거리 청취’쯤 되는 ‘니어 필드 리스닝’은 일본의 오디오 애호가(Audiophile)들이 사용하면서 알려진 표현이다. 집값이 비싸 2~3평의 좁은 공간에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고 청취하다가 보니 자연스레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니어 필드 리스닝의 특징

 

▲ 좁은 공간에 제격인 CD 리시버 '오라 노트 프리미어'와 동사의 폴로 2 스피커

 

 

니어 필드 리스닝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구분은 없지만 좁은 공간에서 고음질 재생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거대한 시스템은 지양해야 한다. 일부 마니악한 오디오 애호가들은 안방을 플로어스탠딩 급 대형 스피커에 내주고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취향이니 탓할 수는 없지만 대형 스피커일수록 일정 크기 이상의 청취 공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대구경 스피커나 3웨이(고음 재생을 위한 트위터/중음 재생을 위한 미드우퍼/저음 재생을 위한 우퍼를 장착한 스피커) 이상의 유닛을 갖춘 스피커들을 충분히 구동시키면 음에 여유가 넘치는 와이드 레인지 재생이 가능하지만 이웃의 항의가 빗발친다면 음악생활은 접을 수밖에 없게 된다.

 

크기가 큰 스피커들, 혹은 복수의 스피커 유닛을 탑재한 스피커들을 근거리에서 청취하다 보면 음상이 일치하지 않아 음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두 개의 유닛이 하나의 축에 놓여진 동축 유닛 스피커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영국 탄노이의 듀얼 콘센트릭, 그리고 역시 영국 브랜드인 KEF의 Uni-Q 유닛이 하나의 음상에 중음/고음을 담아내고, 저음부는 별도의 우퍼를 활용한다. 저음일수록 음의 확산이 넓어지는 ‘무지향’ 성격을 띄므로 우퍼는 동축으로 설계할 필요가 없다. 제품에 따라 별도의 서브우퍼에 저음을 몰아주는 2.1채널 구성이나 동축 유닛에 우퍼 유닛이 추가된 2웨이 3스피커 구성도 가능하다.

 

▲ 풀 레인지 스피커는 음의 일체감에 강점을 갖는다.

 

 

또 다른 방법은 풀 레인지(Full-Range) 유닛을 채용한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스피커 유닛이 저음/고음을 모두 재생하는 것을 풀 레인지 스피커라고 한다. 재생음을 주파수 대역별로 구분해 놓은 2웨이, 3웨이 스피커에 비하면 각 대역별 소리의 명료함이 떨어질 수 있고 고음과 저음 대비 중음이 강조되는 성향이 있으나 앞서 얘기한 음상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이클립스(ECLIPSE) 스피커는 기존 스피커들이 주파수 특성 위주로 설계한 것과 달리 시간축 상에서 응답 특성을 일치시키는 ‘타임 도메인’ 이론을 적용한 풀 레인지 스피커다. 풀 레인지 스피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고 크기를 소형화한 것이 특징이다.

 

 

니어 필드 리스닝의 종착점, PC-Fi

 

니어 필드 리스닝이 좁은 공간에서의 청취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PC-Fi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PC와 Hi-Fi(High Fidelity)의 합성어인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캐럿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일오디오의 김동호 대표. 그는 PC-Fi라는 용어를 아예 상표등록 했다.

 

▲ 턴테이블→CD 플레이어→PC로 소스기기가 바뀌고 있다.

 

 

PC-Fi는 일반화된 디지털 음원을 사용해 PC로 고음질 음악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PC가 필요하며, 대체로 책상 위에 스피커와 DAC, 앰프 등을 연결해 듣는 환경이다. 사실상 이러한 PC-Fi야 말로 본격적인 니어 필드 리스닝 형태라 볼 수 있다. 최단거리 시청과 매우 좁은 환경을 수용해야 한다는 이중고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결국 PC-Fi의 발전은 소형 DAC 시장을 성장시켰고 하이엔드 스피커 제조사들이 PC 스피커 업체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액티브 스피커 시장에 진입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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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C 붐을 일으킨 스타일오디오의 캐럿 루비 MkⅡ

 

 

DAC 시장의 강자들로는 전통의 스타일오디오,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 코플랜드의 수석 엔지니어가 제품을 설계한 투애니(TOany), JAVS라는 브랜드 DAC로 유명한 지능일렉콤, 영국의 베레스포드와 뮤지컬피델리티, ‘대륙의 기적’이라 평가 받는 뮤질랜드 등이 있다.

 

PC-F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형 DAC와 소형 인티앰프, 그리고 적당한 스피커만 있으면 된다. 소스 기기도 필요 없다. PC에서 192kHz/24bit로 녹음된 초고음질 음원도 재생할 수 있어 진동이나 CDP의 지터(Jitter)로부터 자유롭기까지 하다.

 

 

헤드폰을 사용하면 설치 공간의 고민을 없앨 수 있어

 

 

 

만약 이러한 콤팩트한 니어 필드 리스닝 환경도 갖추기 어렵다면 헤드파이가 마지막 대안이 될 듯하다. 헤드파이는 헤드폰으로 하이파이를 즐기는 것을 뜻한다. 단점은 혼자서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이 단점이 장점이 되는 경우 또한 많다. 무엇보다 한밤중에 볼륨을 높여 클래식 대편성을 만끽할 수 있다. 헤드폰에 적당한 헤드폰 앰프 하나만 곁들이면 공간 문제도 해결되며 웬만한 오디오 시스템 부럽지 않은 고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된다.

 

▲ 고급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만 갖추면 웬만한 하이파이 시스템 부럽지 않다.

 

헤드폰은 일반적인 헤드폰이 아닌 고 임피던스의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임피던스가 높을수록 화이트 노이즈가 줄어들게 되고 공간감이나 해상력이 높아지는데 그만큼 저항 또한 커져 평상시 볼륨으로 재생한다면 소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높은 임피던스 헤드폰은 대체로 음질 중시형이며 별도의 헤드폰 앰프를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헤드폰 앰프가 내장된 DAC가 늘었지만 300~600옴의 고 임피던스 헤드폰도 제대로 울릴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비싼 제품보다 기기 간 궁합이 음질에 더 큰 영향 끼쳐

 

니어 필드 리스닝을 위한 PC-Fi 시스템을 꾸민다면 전문 오디오 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PC용 고급 스피커들은 가장 비싼 제품이 200만원대에 그치고 대부분 50만원 이하다. DAC와 소형 인티앰프도 30~50만원이면 제법 괜찮은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케이블이나 액세서리가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 100만원 내외로 들을 만한 시스템을 꾸밀 수 있다. 비싸다면 비싼 금액이지만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해 매일매일 양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한 투자금액이다.

 

▲ 소형 스피커들은 성능이 천차만별이니 신중히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품을 고를 때는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나 제품 사용기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단자 구성이나 스펙, PC와의 연결, 크기 및 높이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가격만큼의 소리를 못 낼 수 있다. 구매에 앞서 선호 장르와 뮤지션, 설치 공간에 대해 판매자와 얘기를 나눈 후 추천하는 제품을 들어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