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공신력 있는 카메라 어워드 마련해야

연말이면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가 발표된다. 유럽의 EISA, 일본 카메라 그랑프리, 북미와 유럽 지역을 아우르는 TIPA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는 소비자들의 직접 투표,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들의 추천 등을 통해 선정된다. 대상 선정 및 투표 진행은 모두 공개 방식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기에,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는 공신력을 지니게 된다. 소비자들은 어워드 결과를 제품 구매에 참조하며, 제조사는 수상 결과를 홍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유럽 사진자재 관련 잡지 29개 사가 참여해 선정하는
TIPA(Technical Image Press Association) Award 2011>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디지털 카메라 관련 어워드가 없다.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큰 규모와 세계적인 위상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일이다.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이 발표되면, 전세계 사용자들은 한국 시장을 주목한다. 한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사용자들의 냉철한 제품 분석과 문제 제기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한국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은 신제품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한국 사용자들은 정확한 테스트를 거쳐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얻어낸다. 이를 통해 제품을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제품 결함을 발견하거나 수정되어야 할 점을 찾아내 제조사에 개선을 요구한다. 해외 사용자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 한 결함을 한국 사용자들이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것은 한국 사용자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보는 안목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유럽 19개국, 50여 개의 전문지 대표들이 선정하는
EISA(European Imaging and Sound Association).
2010-2011년 우수상을 수상한 니콘 D7000>

또한, 한국에는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닌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 및 액세서리 제조사가 있다. 세계적인 규모의 사진자재 전시회, P&I(Photo & Imaging. 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도 해마다 꾸준히 진행된다.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이쯤 되면, 한국은 디지털 카메라 강국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를 발표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니, 이 정도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면, 이를 대표하는 어워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를 발표한다는 것은, 그 만큼 시장이 성숙했다는 증거다. 어워드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흐름과 인기 제품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모집군인 소비자도 많아야 한다. 즉,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가 있다는 것은, 한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충분한 소비자와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통해 부여된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어워드는 유용한 홍보 수단이 된다. 시장 흐름과 소비자 선호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전세계 사용자들과 국내 사용자들의 성향 차이를 알아보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이미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무르익었다. 이제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공신력을 갖춘 한국 디지털 카메라 어워드가 나타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