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야심차게 만든 '다음 TV+'가 전국의 이마트를 통해 26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소비자 가격은 19만 9000원. 다음 TV+는 일종의 IPTV 셋톱박스로, 애플의 'iTV'와 유사하다.

다음은 "일반 TV에 다음 TV+를 연결하면 다음이 제공하는 '다음 TV'와 기타 여러 가지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한 수많은 애니메이션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OS 기반인 만큼 독자적인 앱 콘텐츠도 추가로 늘릴 수 있으며, HD급 디지털 방송을 직접 시청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튜너도 내장했다. 와이파이 수신도 가능해 무선으로 인터넷과 연결할 수도 있다.

 

설 익은 사과, 다음 TV+

▲ 큐브 모양의 다음 TV+. 지상파 디지털 TV 튜너를 내장하고 있고
USB, 옵티컬 단자 등을 갖췄다. 소비자 가격은 19만 9000원.
총 5000대 수량이 이마트 전 점포를 통해 판매된다.

 

볼 거리, 놀 거리 없는 다음 TV+, 스마트 TV? IPTV?

하지만 그러한 특징들에 비해 실제 다음 TV+의 콘텐츠 수는 무척 적었다. 다음 TV+를 통해 웹에 접속해 봤다. 웹브라우징은 문제 없다. 초도 물량에 한해 한정 제공하는 리모컨에는 광학 마우스가 달려 있고 뒷면에는 터치 키패드가 장착되었다. 따라서 타이핑을 위해서는 전면부의 옵티컬 마우스로 위치를 조정해 클릭한 후 리모컨을 뒤집어 타이핑 해야 한다. 한 면에 두 가지 기능을 담지 않아 불편하다.

다음 TV+ 내 동영상 콘텐츠도 아직은 포털의 '다음 TV'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 이는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든 UCC다. 풀 HD급 대화면 TV로 감상하기에는 화질이 상당히 열악하다.

일반 동영상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애니메이션 상당수가 제공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어 더빙과 우리말 더빙 두 가지를 제공한다. 다만 저학년 대상의 작품만 있다는 점이 아쉽다.

▲ 프리미엄 동영상(유료) 서비스는 아직 정식 개시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동영상은 다음 TV에 있는 UCC 수준이다. 스포츠 동영상도 국내 프로야구는
누락됐다. 이쯤 되니 볼 만한 것은 아동용 애니메이션 뿐이다.

 

VOD로 제공되는 다양한 동영상을 보고자 시도했으나 시스템 업그레이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업그레이드를 마치자 VOD 동영상 재생 메뉴가 사라졌다. 이에 대해 판매 직원은 "신세계가 다음에 서둘러 제품을 출시하도록 지시했다. 그래서인지 버그 등이 발생하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내리는 것 갔다"며, "조만간 VOD와 전용 앱 등 여러 콘텐츠들이 업데이트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앱 메뉴를 클릭하면 다음 클라우드 앱을 포함해 총 6개만 존재한다. 안드로이드 기반이라 기대했던 앱을 사용할 수 없었다.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다양한 영화 콘텐츠와 케이블 TV 채널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유료 서비스가 포함된다. 아직 서비스가 개시되지 않았다. 이 밖에 '스포츠'를 클릭하면 스포츠 동영상과 하이라이트 장면 등을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지만 국내 프로야구 영상은 누락됐다.

▲ 웹 서핑도 현재의 스마트 TV에서 크게 나아진 부분은 없다. 전용 앱 코너에
마련된 앱도 현재는 전무한 수준.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가 늘어나겠지만
현재(4월 26일)로서는 IPTV로도, 스마트 TV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애플 iTV와 유사한 컨셉이지만 콘텐츠 업데이트 시급

다음 TV+는 인터넷 포털 다음의 새로운 도전이며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아직 채비가 덜 갖춰진 상태다. 다음은 지난 22일 제주시 영평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 TV+의 스마트 TV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알렸지만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축한 콘텐츠를 쫓아가기에 무리가 따른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콘텐츠는 실망스러웠지만 다음 TV+의 도전은 칭찬할 만하다. 어쩌면 이 같은 다음의 도전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한때 인터넷 시장에서 다음의 위치는 현재의 네이버를 능가했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 포털 시장의 주도권은 네이버가 가져간 지 오래다. 스마트폰 또한 구글의 영향 아래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 초도 물량에 한해 옵티컬 마우스와 쿼티 키패드 겸용 리모컨을 제공한다.
재질이 부드럽고 그립감이 좋다. 음성 인식이 가능한지 측면에 마이크 단자가 마련됐다. 리모컨 주파수만 조정하면 기존 TV 리모컨을 대체할 수도 있다.

 

반면 웹 시장과 달리 스마트 TV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여서 '한번 해 볼 만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이마트와의 협력으로 전국적인 유통망도 구축됐다. 콘텐츠만 잘 갖춰놓으면 스마트 TV 시장에서 선전할 수도 있다. 아직 스마트 TV를 구매하지 않은 이들이 상당하고 또 다음 TV+가 지상파 디지털 튜너도 갖추고 있어 IPTV를 대신하기 좋다.

판매 첫날인 오늘의 다음 TV+의 콘텐츠는 실망스러웠지만 아직 다음의 모든 콘텐츠가 서비스되지 않은 만큼 제품에 대한 평가는 한동안 유보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과연 구매자들도 제품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지는 모를 일이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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