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하는 ‘팝송’, ‘팝 음악’이 영국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안다면, 영국 오디오의 인기를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영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음악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며, 오디오 브랜드 역시 영국제가 가장 많다.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영국제 브랜드를 살펴 보면, 메리디언(Meridian)이나 ATC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상당한 실력을 갖춘 제품들도 상당하다. 그 중에서 구매 현실성 있는 200만원 미만 제품 다섯 모델을 뽑아봤다.

 

 

이 정도 스피커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KEF Q300

 

 

KEF는 탄노이와 함께 동축 유닛을 이끄는 제조사다. 동축 유닛이란 하나의 같은 축에 두 개의 스피커 유닛이 마련돼, 대역대가 다른 두 스피커 유닛 소리의 일체감이 강하다는 게 장점. KEF의 보급형 신제품인 Q300 역시 동축 유닛인 ‘Uni-Q 드라이버’를 탑재했다.

 

Q300은 요즘 보기 드문 각진 형태를 지녔다. 이는 원가 절감을 포함해 내부 용적량을 넓히려는 의도가 숨어 있겠지만, 지나치게 평범한 디자인은 전작 iQ 시리즈의 감동을 다운시킨다. 프런트 배플 중간에 크롬 재질 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건 그나마 다행이다.

 

무난한 디자인을 뒤로 한 채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히 포커싱이 정확하고 음 분리도 뛰어나다. 게다가 유닛의 반응속도도 빨라 오케스트라 연주 중 우렁차게 울리는 부분과 섬세하고 여리게 연주되는 장면의 반복적인 변화에서도 음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보컬의 질감도 좋다. 한 마디로 가격이나 크기에 비해 사운드 밸런스와 스케일이 뛰어난 녀석이다.

 

가격대를 상회하는 만듦새와 음질

쿼드 11L 시그니처 QUAD 11L Signature

 

 

국내 마니아 층을 보유한 영국 스피커 브랜드 쿼드(QUAD)의 소형 2웨이 북셸프 스피커. 최근에는 스테디셀러 11L의 세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11L signature’도 출시됐다.

 

11L은 비록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과 고급 모델의 부재로 보급형 스피커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지만 가격대를 뛰어넘는 매끈한 하이그로시 마감과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음색이 인상적이다.

 

기본적인 사운드 성향은 밸런스가 잘 잡힌 모범생 이미지. 저음은 사이즈를 고려하면 충실히 재생하는 편이며 고음도 상당히 풍부하다. 특히 보컬 음은 촉촉한 온기감이 느껴지는 제품. 다만 스피커 가격에 맞춰 앰프를 물리면 제 성능을 100% 내기 어렵다. 보다 구동력이 좋은 앰프와 매칭 시키면 소리로 확실한 보답을 하는 제품.

 

하이파이 입문용으로 손색 없는 보급기

와피데일 다이아몬드 10.1 Wharfedale Diamond 10.1

 

 

1932년부터 역사가 시작된 와피데일은 1945년, 오늘날 스피커 하면 떠오르는 ‘2웨이’ 구조의 스피커를 처음 생산했으며, 쿼드(QUAD)와 좋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곳이다. 다만 현재의 와피데일은 센터스피커와 서브우퍼를 포함한 서라운드 사운드용 패키지 제품을 다수 출시하며 홈시어터 용 스피커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탁월해 인기가 꾸준한 제품이다.

 

그 중 다이아몬드 10 시리즈는 베스트셀러였던 다이아몬드 9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전면부를 하이그로시로 마감했고 유닛과 네트워크 회로의 퀄리티를 향상시켰다.

 

특히 북셸프 스피커인 다이아몬드 10.1은 스피커 캐비닛 내부에서 생성되는 불필요한 반사음을 분산시키기 위해 곡선 형태의 캐비닛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의 손상을 줄이고 사운드의 명료도를 한층 높이게 되었다.

 

캐비닛의 주 재료인 MDF 합판은 특수한 접착과 코팅을 통해 고강성의 곡선을 유지하도록 했다. 캐비닛의 두께도 18mm로 크기에 비해 상당히 두툼해 무척 단단해 보인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48Hz~24kHz이며 트위터의 구경은 25mm, 베이스·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유닛은 125mm에 달한다.

 

다이아몬드 10.1의 전반적인 소리 성향은 부드럽고 소박한 사운드. 저음~고음에 이르는 모든 소리가 산뜻하게 재생된다. 하지만 소리의 반응과 어택이 심심해 록이나 메탈 쪽으로는 큰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20~30만원대의 가격의 하이파이 입문용으로는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케블라 콘 우퍼와 노틸러스 기술 녹인 트위터의 조화

B&W 684

 

 

영국의 가장 대중적이며 동시에 가장 유명한 스피커 브랜드 B&W. 창업자인 존 보우어(John Bowers)와 로이 윌킨스(Roy Wilkins)의 이니셜을 따 회사명이 됐다.

 

가장 고가 제품인 노틸러스(Nautilus)는 1억원을 호가하며 주문 제작만 가능하다. B&W 스피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케블라 파이버 섬유를 사용한 노란 우퍼 유닛이며, 고급 모델에 한해 다이아몬드를 가공한 트위터도 인상적이다.

 

B&W는 오디오 평론가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어떤 스피커를 사면 좋을까요?”의 해답으로 제시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성능 면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만듦새와 마감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 600 시리즈 중 톨보이 모델인 684는 그러한 B&W의 기술과 디자인이 보급형 가격에 잘 녹아있다. 노란색 케블라 섬유의 콘을 사용한 150mm 미드레인지와 우퍼, 25mm 알루미늄 돔 트위터의 조화는 간결한 디자인과 달리 화사하고 개방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는 오랜 시간 청취 시에도 쉽게 피곤해지지 않지만 반대로 다이내믹한 느낌은 부족한 편. 음악과 클래식 쪽에 좀 더 맞는 제품이다.

 

 

하이엔드 급 만듦새와 소리 들려주는 놀라운 퍼포먼스

모니터오디오 RX8 Monitor Audio RX8

 

 

독일의 엘락, 스위스 피에가처럼 모니터오디오도 메탈 진동판 개발 기술이 뛰어난 제조사다. 메탈 진동판은 가장 가공하기 어려운 소재로 꼽히며, 이 때문인지 메탈 계통을 사용한 스피커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모니터오디오는 세라믹을 코팅해 입힌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 드라이버 진동판(Ceramic0Coated Aluminium Magnesium, C-CAM)을 모니터 오디오 전체 라인업에 사용하고 있다. 장점은 가볍고, 강도가 뛰어나며 강력하다는 점이다.

 

모니터 오디오의 최상위 모델은 플래티넘 시리즈라 불리는 스피커고, 그 아래로는 골드, 실버, 브론즈 시리즈가 있다. 특히 브론즈보다는 실버와 골드 시리즈의 성능과 만듦새가 상당히 뛰어나므로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실버 시리즈 이상 구매하는 것이 좋다.

 

실버 시리즈 중 톨보이·플로어스탠딩 스피커 타입은 RX6와 RX8이 있는데 RX8은 우퍼 유닛이 RX6 보다 한 개 더 많은 3개를 채용했고 높이와 무게도 차이를 보인다. 이전작인 RS 시리즈와 비교하면 그릴을 씌우기 위한 구멍과 유닛 고정 나사를 없애 매우 깔끔해졌다. 그릴은 자석식으로 교체해 스피커 배플(baffle)에 갖다 대면 착 붙는다. 사진 상으론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순백색 유닛에는 미세하게 골프공 모양의 홈이 패인 딤플(dimple) 구조로 유닛의 강도를 높였다.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안겨준다.

 

RX8은 4Ω에 90dB의 감도를 지녀 쉽사리 울리기 어렵다. 대형 스피커인 만큼 아주 하급의 앰프보다는 중상급 앰프를 매칭시켜야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소리 성향은 올라운드 적이지만 듀얼 우퍼를 사용한 만큼 깊은 저음과 풍성한 스테이지감을 들려준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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