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의 TV는 단순힌 영상 출력장치로, 입력되는 여러 소스(VHS, 안테나, 게임 콘솔 등)의 신호를 일체 변형 없이 그대로 출력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스마트 TV는 더 이상 ‘주는 대로 받기만 하는’ 멍청이가 아니다. PC처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해 SNS 기능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의 업로드,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이 같은 스마트 TV가 등장한 지 2년 남짓 됐다.

 

TV는 휴대폰처럼 교체주기 짧지 않아

 

▲ 일반 TV를 스마트 TV로 만들어 주는 LG 스마트 업그레이더(SP820)

 

이미 소비자들은 디지털 케이블 TV와 IPTV 등을 통해 스마트 TV의 일부 기능을 맛봤다. 정해진 시간에 방송국이 송출하는 콘텐츠만 시청하는 것에서 벗어나 수많은 채널들과 콘텐츠를 원하는 때에 즉시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와 같은 맞춤형 서비스는 매우 유용하다. 실제 국내에서도 공중파를 직접 수신해 시청하는 가구는 전체의 10%가 채 안 될 정도니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 TV의 미래는 낙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TV는 휴대폰처럼 장기 사용에 대한 보조금도 없고 통상적으로 구입 후 7년~10년 가까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그러다 보니 2~3년 전 값비싸게 LED TV를 구매했다면 차후 TV 구매시까지 최소한 5년은 지나야 스마트TV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기존 일반 TV를 스마트 TV로 바꿔주는 ‘셋톱박스’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명도 TV를 스마트 TV로 업그레이드 해준다는 의미의 ‘스마트 업그레이더’다.

 

HDMI 케이블과 와이파이만 접속하면 되는 손쉬운 사용환경

 

제품 카탈로그만 보면 마치 DVD 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처럼 커 보이지만 스마트 업그레이더는 TV 주변 어디든 편히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가로 길이는 약 20cm이며 두께도 29mm에 불과하다.

 

▲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크기가 상당히 작아 TV나 책상 위에 두기 부담스럽지 않다.

 

설치는 매우 간편하다. 동봉된 HDMI 케이블을 TV와 연결하고 인터넷 설정만 하면 끝이다. 컴포넌트, 컴포지트 같은 아날로그 영상단자나 RCA 같은 아날로그 음성 단자는 지원하지 않으며, HDMI 출력 단자와 옵티컬 출력단자가 전부다. 초창기 나온 LCD/PDP TV가 이를 갖추고 있으니 손쉽게 스마트 TV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스마트 TV는 인터넷에 연결돼야만 각종 앱과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자는 이 스마트 업그레이더를 유선이나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시키면 된다. 집 안 공유기와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것이 한결 깔끔하므로 가급적 무선 접속을 추천한다.

 

▲ 초기 설정은 매우 간단하다. 화면을 따라 4~5가지 과정을 거치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

 

네트워크 설정까지는 화면을 따라 간편하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LG 스마트 TV의 장점인 ‘매직 모션 리모컨’이 기본 제공돼, 리모컨 하나로 타이핑이나 콘텐츠 선택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 기능이 LG 스마트 TV와 동일

 

메인 화면은 LG전자의 스마트 TV에 접속한 상태와 동일하다. 콘텐츠 종류에 따라 여러 페이지가 가로로 나열된다. 화면 전환은 매직 모션 리모컨의 십자 방향키나 중앙의 휠로 움직일 수 있어 수월하게 원하는 콘텐츠 페이지를 선택할 수 있다.

 

▲ 제공하는 UI와 콘텐츠는 LG 스마트 TV의 것과 동일하다.

 

제공되는 콘텐츠 페이지는 KBS, MBC, 연합뉴스, 엠넷, 유튜브 등 주요 방송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3D 콘텐츠를 제공하는 ‘3D 월드’ 페이지, 다양한 앱을 다운로드해 즐길 수 있는 ‘LG 스마트 월드’, 그리고 DLNA,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사용해 외부 기기와 무선 연결하는 ‘스마트 쉐어’의 4페이지가 있다.

 

▲ 3D 월드에서 볼 수 있는 소녀시대 3D 영상.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짧은 게 흠.

 

‘LG 스마트 월드’로 들어가면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온라인 쇼핑 앱이나 애니메이션, 영어학습 앱, 게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3D 월드’에는 소녀시대의 3D 특전 영상과 다큐멘터리, 음악 공연 영상물 등이 구비되어 있지만 러닝타임이 수 분 정도에 지나지 않아 아쉽다. 3D 영상의 경우 콘텐츠의 전송률과 화질이 피로감과 입체감의 차이를 만드는 만큼 가급적 3D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사용한 영상을 보는 것이 제대로 된 3D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 LG 스마트 월드에서는 각종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다. 다나와
앱을 설치하면 IT조선의 뉴스나 동영상 콘텐츠도 시청 가능하다.

 

‘프리미엄’ 페이지에는 볼 만한 콘텐츠가 꽤 있다. SBS는 누락됐지만 MBC, KBS를 통해 주요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해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콘텐츠에 따라 무료와 유료가 나뉜다.

 

▲ SBS는 누락됐지만 MBC, KBS 콘텐츠를 비롯해 씨네21, 연합뉴스 등도 볼 수 있다.
모니터에 연결할 경우 PC를 켜지 않아도 콘텐츠를 볼 수 있어 편하다.

 

유튜브의 경우, 동영상 콘텐츠가 무척 많지만 화질과 해상도가 제각각이므로 고화질 또는 시청자 구미에 맞는 영상을 찾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방대한 양의 영상이 있으므로 찾아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매직 모션 리모컨은 1세대 모델보다 조작감이 부드럽고
리모컨에 조작 휠을 달아 아이콘 선택의 편리성도 높였다.

 

웹 브라우저에 접속해 봤다. LG 앱 TV 페이지와 주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네이트가 즐겨찾기에 저장돼 있다. 한 화면에 최대 15개의 웹 페이지를 즐겨찾기로 저장할 수 있고 매직 모션 리모컨으로 비교적 빠르게 타이핑할 수 있다. 다만 LG의 2012년형 스마트 TV가 제공하는 음성인식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쉽다.

 

모니터에 연결해도 사용 가능?

 

혹시 하는 마음에 모니터에 연결해보니 모니터에서도 잘 작동됐다. 요즘 출시되는 모니터들은 거의 대부분 HDMI 단자를 갖췄고 자체 스피커를 내장한 제품도 상당하다. 스마트 업그레이더만 있으면 모니터가 '스마트 모니터'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추후 스마트 TV로 교체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스마트 업그레이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PC를 켜지 않고도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선택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쯤 되면 10만원대 후반의 가격이어도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LG 스마트 업그레이더가 풀어야 하는 숙제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콘텐츠 종류와 수량이 적지 않지만 스마트폰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스마트 업그레이더로 시청하는 영상 대부분이 동영상을 스트리밍해 감상하는 것인데, 용량을 줄이기 위해 과도하게 압축하다 보니 화질은 HD급이라 부르기 민망한 게 대부분이다.

 

스마트 업그레이더를 장시간 사용하면 기기 발열도 상당하다. 설치 후 기기를 손으로 쥘 일이 거의 없지만 충분히 발열을 억제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까지는 신경을 덜 쓴 듯하다.

 

스마트 업그레이더는 소비층이 확실히 정해지는 제품이다. 스마트 TV 기능이 없는 TV를 비교적 최근에 구매한 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몇 년 후 스마트 TV가 보편화되면 더 이상 이와 같은 컨셉이 안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TV를 스마트 TV로 바꾸기에 가장 저렴하고 빠른 방법임에도 틀림 없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