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PC, 그리고 스마트폰은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낳았다. 당장 인터넷을 하고 싶으면 PC 대신 태블릿을 콕콕 누른다. 친구들과 대화는 메신저 대신 카카오톡이나 SNS를 이용한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거의 읽게 된다. 소셜 기능이 포함된 게임도 PC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매일 즐긴다. 그만큼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IT리서치기관인 가트너가 미국과 영국, 중국, 대만, 일본 등 5개국 6개 도시에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기존 P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소비자는 태블릿PC를 PC 대용품으로 쓰기 위해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구입 이후 PC보다는 태블릿PC를 더 많이 썼다. 기존 PC는 키보드 입력이 많이 필요하거나 그래픽 작업 등 일정 성능 이상이 요구될 때만 켰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시장에서 잘나가는 태블릿PC 어디에도 MS의 운영체제는 없기 때문이다. 윈도우7을 탑재한 일부 태블릿PC가 있기는 하나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점차 외면당하고 있다. 윈도우폰7 스마트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세계 90% 이상의 PC에 윈도우가 설치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마냥 여유부리고 있을 때만은 아닌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데스크톱에 이어 태블릿 등 모바일 시장까지 모두 장악하기 위해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우8’을 10월 내놓는다. 이미 윈도우8 개발자 프리뷰와 컨슈머 프리뷰를 통해 공개된 바와 같이 익숙했던 바탕화면이나 시작 버튼은 온데간데 없는 생소한 모습이 첫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PC용 운영체제와 태블릿용 운영체제가 합쳐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윈도우8. 모바일까지 아우르기 위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키보드, 마우스와 더불어 터치도 주입력 방식으로 쓴 윈도우8. 태블릿 환경을 고려해 가상 키보드가 나오는가 하면, 터치로 실행하고, 이동하고, 전환하는 것이 자유롭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윈도우8이 탑재된 스마트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새로운 ‘아티브(ATIV)’ 라인업을 선보였다.

 

▲ 윈도우8은 미국 시간으로 2012년 10월 26일 출시

 

 

시작 버튼이 사라졌다

 

윈도우8 설치 후 처음 맞는 시작 화면. 바라보고 있으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부팅되면 으레 눌렀던 시작버튼은 사라지고 네모난 상자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 메트로 스타일의 윈도우8 시작 화면

 

 

이미 윈도우폰7 사용자에게는 익숙한 ‘메트로’ 스타일이라 부르는 타일 기반의 인터페이스다. 각 타일을 누르면 윈도우 탐색기, 검색 등 윈도우 자체 기능 또는 PC에 설치된 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새로 추가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쓰던 프로그램 아이콘을 우클릭해 ‘시작 화면에 고정’만 해주면 된다.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타일 수정, 삭제, 배치도 자유롭다.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개인 취향과 PC 활용 형태에 따라 설정하면 기존 윈도우7 시작 버튼과 기능적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타일이 다양한 색으로 큼직하게 배치되어 있어 오히려 시인성은 더 낫다.

 

이처럼 메트로 스타일의 윈도우8은 마우스 뿐만 아니라 손끝으로 조작하기 편한 구성을 갖고 있으며, 태블릿을 고려한 ‘시작’ 화면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사용자를 위한 맞춤 정보

 

타일은 실행 버튼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타일 속 사진이나 텍스트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마치 스마트폰의 홈화면처럼 현재의 날씨나 주가를 표시하고, 일정이나 메일 도착 여부, 재생중인 사진이나 동영상도 보여준다. 필요한 정보를 앱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이라 생각했던 잠금 화면도 타이포그래피 행태로 달라졌다. 윈도우7의 잠금 화면은 사용자의 입력을 기다리는 ‘로그온’이었다. 하지만 윈도우8은 현재 시간, 일정, 수신 메시지 건수, 네트워크 상태, 배터리 상태 등을 보여준다. 마치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처럼 말이다. 잠금 해제도 스마트폰처럼 마우스나 터치로 위로 올리면 된다. 

 

 

 

윈도우에도 ‘스토어’ 오픈

 

애플 앱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처럼 윈도우에도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스토어’가 열렸다. 이곳에는 우리가 그동안 쓰던 데스크톱용 소프트웨어와는 구분되는 모바일앱이 게임과 음악, 쇼핑, 여행, 툴, 뉴스 등 14가지 카테고리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무료앱과 유료앱이 인기순으로 보여진다. 아직은 윈도우8이 정식 런칭 전이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그리 많지 않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데이트가 있으면 화면 우측에 해당되는 앱의 숫자가 나타나며, 이를 누르면 일괄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내려 받은 앱은 리뷰를 작성하고, 별점도 매길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즐겨 쓰던 앱도 보이고, 전체적인 구성이 스마트폰과 거의 흡사하다. 스토어를 둘러보고 무료앱을 찾아 설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꽉꽉 채워 쓰는 화면

 

스토어에서 내려 받은 메트로 스타일의 앱은 데스크톱PC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크린이 작은 모바일기기를 고려해 전체 화면으로 실행된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이고, 날씨나 주식정보, 메신저 등 콘텐츠가 화면을 가득 채워 나와 시원스럽다. 화면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현재 실행되고 있는 앱에 대한 콘텐츠 집중력도 높아진다. 물론 마우스와 터치 액션, 그리고 키보드를 이용해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간 전환이 자유롭다. 

▲ 프로그램 전환 화면

 

화면을 나눠 앱과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쓸 수 있는 스냅 기능도 재미있다. 게임을 하며 트위터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주식을 보며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서 한쪽에서는 메모장을 열어 필기도 가능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두 개?

 

윈도우8에는 업그레이드된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이 제공된다. 그런데 기존 데스크톱용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에 메트로 스타일에 맞춘 것이 하나 더 들어가 있다. 태블릿PC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아래로 내려온 주소 표시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 역시 화면을 꽉 채워 쓸 수 있으며,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는 타일 형태로 표시한다. 태블릿PC의 경우 터치로 페이지 스크롤이나 링크 클릭이 자유롭기 때문에 편리하다.

 

▲ 데스크톱용 인터넷 익스플로러 10

 

▲ 메트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10

 

▲ 메트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액티브X를 비롯해 플래시나 실버라이트를 지원하지 않는다.

 

 

스카이드라이브 통합, 클라우드 강화

 

그동안 윈도우를 쓰면서도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웠던 ‘윈도우 라이브 스카이드라이브’가 통합됐다. 사용자는 윈도우 라이브 또는 핫메일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윈도우PC와 윈도우폰 어디서나 클라우드에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개의 디바이스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어디서든지 가장 업데이트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또한 일정이나 이메일, 사진, 메시징, 엑스박스(Xbox)와도 쉽게 연결할 수 있어 퍼스널 클라우드의 중심 역할을 해 낸다.

 

 

 

소소한 변화 속 친근감 살린 데스크톱

 

그동안 친숙하게 이용하던 데스크톱은 ‘시작’과 ‘바탕화면보기’ 버튼이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조작 편의성이나 비주얼적 효과는 더욱 향상됐다. 탐색기는 상황에 맞는 메뉴를 쓸 수 있도록 MS 오피스 2010에서 보던 리본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파일을 복사하거나 이동할 때에는 그래프가 나타나며, 전송속도와 남은 시간이 맛깔스럽게 표시된다.

 

▲ 데스크톱 화면

 

▲ 리본 인터페이스

 

▲ 파일 복사시 전송속도와 남은 시간이 그래프와 함께 표시

 

디스크 이미지를 이용해 가상 하드디스크를 만들어주는 기능, 현재 돌아가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자원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한 작업관리자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부분까지 보기 좋게 개선됐다.

 

▲ 작업관리자

 

 

OS 재설치 삽질은 이제 졸업

 

PC를 쓰다보면 느려져 매년 정기행사처럼 진행되는 OS 재설치. 설치CD 챙기느라. 중요 데이터를 백업 받느라, 그동안 잘 썼던 소프트웨어를 정리하느라 진땀 빼기 마련이다. 윈도우8은 이와 같은 삽질(?)을 줄이고자 모든 설정은 기본값으로 전환하는 ‘PC 복구’와 모든 항목을 제거하고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는 ‘초기화’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PC에 문제가 발생됐을 경우 보다 편하고 빠르게 PC를 되돌릴 수 있다.

 

 

세월아~ 네월아~ 지루한 부팅은 이제 그만!

 

대개 새 OS는 늘어난 기능 탓에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윈도우8은 예외다. 수년 된 PC에서도 충분히 돌아갈 만큼 잘 만들어졌다. 심지어는 느려 답답하다는 아톰 프로세서를 단 1세대 넷북에서도 쓸만한 속도로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다. 네티즌의 사용기를 보면 오히려 윈도우7보다도 낫다는 평가다. 가장 큰 변화는 부팅 속도와 종료 속도이다. 부팅시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시스템 초기화 시간을 대폭 줄여 8초 내외면 부팅이 완료된다. 종료 속도 또한 상당히 빠르다.

 

윈도우8 설치를 위한 시스템 조건

프로세서

1GHz 이상

1GB(32비트 OS) / 2GB(64비트 OS)

하드디스크

16GB(32비트 OS) / 20GB(64비트 OS)

그래픽카드

마이크로소프트 DirectX9 지원하는
그래픽카드(WDDM 드라이버 지원)

추가 지원 사양

터치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태블릿 혹은 멀티터치 지원 모니터 필요

윈도우 스토어 연결을 위한 인터넷 연결 및 1024X768 이상 해상도 필요

앱을 사용을 위한 1366X768 이상의 해상도 필요

 

진정한 태블릿용 OS는 따로 있다? ‘윈도우RT’

 

윈도우는 인텔 아니면 AMD의 x86 프로세서를 단 PC에서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윈도우8 등장으로 윈도우 탄생과 더불어 쭉 지켜오던 이들 관계가 깨지게 됐다. ARM의 SoC 코어를 탑재한 PC에 쓰일 또 하나의 윈도우8인 윈도우8 RT가 나오기 때문이다.

윈도우8 RT는 태블릿PC에 미리 설치되는 형태로 따로 구할 수는 없다. 윈도우8에서 데스크톱을 빼고 메트로 UI만 쓸 수 있도록 됐으며. 기존 PC에서 사용하던 윈도우용 프로그램도 구동되지 않는다. 대신 윈도우8보다 가볍기 때문에 태블릿PC에 제격이다. MS오피스와 원노트를 기본으로 내장했으며, 올해 말부터 시장에 나온다.

 

▲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월 런칭 예정인 태블릿PC '서피스(Surfice)'

 

 

윈도우 흥-망 고리 깰까?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윈도우8을 써본 이들의 평가다. 과거 새 윈도우가 나올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 것이다. 태블릿과의 통합, 그리고 스토어, 터치와 HTML5에 최적화된 새로운 SW의 등장, 클라우드 등. 기존에는 데스크톱 영역 안에서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그 틀을 깨고 모바일과 데스크톱의 융합을 시도했다.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혹시 기존 윈도우7과 호환성 문제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이전 OS와 100% 호환을 유지한 채 모바일 앱을 끌어안았으니 윈도우8 런칭 행사 후 나올 태블릿PC인 서피스(Surface)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윈도우98부터 Me, XP, VISTA, 7을 거치며 흥(興)과 망(亡)을 번갈아 지켜왔던 윈도우의 징크스를 윈도우8이 과연 깰 수 있을 것인지 데스크톱PC와 태블릿PC 시장에서 앞으로 활약이 주목된다.

 

 

글 / 이준문 테크니컬라이터
기획 및 진행 / IT조선 홍진욱 기자 hong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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