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구입 시, 제일 먼저 '감도 성능'부터 살펴보는 사용자들이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고감도 성능이 좋지 않은 디지털 카메라는 쓰레기(?)'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용자들도 생겨났습니다. 감도 성능이 좋으면 그 만큼 다양한 환경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만, 감도 성능이 낮다고 해서 못 써먹을 카메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감도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할까요?

 

▲오른 쪽 두 번째 버튼에 'ISO'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이 감도 변경을 담당하는 버튼입니다.

 

감도는 필름 시절에서부터 있었던 개념입니다. 필름이 빛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를 나타낸 것이 감도지요. 감도는 보통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로 표현합니다. 필름을 보면 ASA, DIN 등 다양한 수치가 적혀있는데, 이 수치 역시 감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ISO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99.9%의 모델들이 감도 기준을 ISO로 표시합니다.

 

감도는 ISO 100을 기본으로 1스톱 올릴 때마다 숫자가 2배씩 늘어납니다. 즉, ISO 100-200-400-800-1600-3200-6400이 1스톱씩 감도가 높아지는 셈이지요. 물론, 100-125-160-200-250-320-400 등 1/3스톱(1스텝)씩 감도를 조절할 수도 있으며 ISO 8 / 50 / 80 등 100 미만의 저감도도 존재합니다.

 

▲감도 설정 범위. 보통 숫자 두 배씩 늘어납니다. ISO 204800에도 주목!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발달로 인해, 최신 디지털 카메라들은 이 감도 범위가 매우 넓어졌습니다. 고급 DSLR 카메라의 경우에는 ISO 50 저감도에서부터 ISO 204800이라는 엄청난 수치의 고감도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역시 대부분 ISO 100-25600 선의 고감도를 지원하며,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들도 최근에는 ISO 6400 이상의 고감도를 지원하는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감도 화질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 그리고 화소수와도 연관됩니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크면 클 수록 고감도 화질은 높아집니다.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이 커지니까요. 화소수는 너무 높기보다는 적당히 낮아야 감도 화질이 높아집니다. 정해진 공간 안에 화소가 꾸역꾸역 들어차 있는 것보다는 여유있게 들어서 있는 경우가 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겠지요?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지 처리 엔진을 통해 빛을 가공한 후 메모리에 저장하는데, 이 이미지 처리 엔진의 성능 역시 감도 화질과 직결됩니다. 한 마디로, '최신 제품이 좋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F5, 1/80초
ISO 100

F5, 1/80초
ISO 400

F5, 1/80초
ISO 1600

F5, 1/80초
ISO 6400

▲같은 촬영 환경 / 셔터 / 조리개 하에서 감도만 바꿔봤습니다.
감도가 높을 수록 빛을 많이 받아들여 이미지가 밝아집니다.

 

감도가 높으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요? 감도가 높을 수록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감도가 1스톱 높아지면 셔터 속도는 2배씩 빨라집니다. 예를 들어 ISO 100에서 1/10초 셔터 스피드가 나온다면, ISO를 200으로 설정해 1/20초 셔터 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같은 환경에서 ISO 400에서는 1/40초, ISO 800에서는 1/80초까지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1/10초라면 사진이 충분히 흔들릴 수 있지만, 1/80초 정도라면 한결 흔들림을 줄일 수 있겠지요? 위에서 설명한 최신 DSLR 카메라로 ISO 204800을 사용할 경우, 셔터 스피드 1초가 나올 정도로 어두운 환경에서 자그마치 1/2000초라는 경이적인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카메라, 같은 환경에서 촬영한 ISO 100 이미지(좌)와 ISO 6400 이미지(우).
고감도 이미지가 훨씬 거칠게 표현됩니다. 색상도 틀어지네요.

 

다만, 감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노이즈 입자가 생겨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됩니다. 이것은 필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감도 성능이 떨어지는 몇몇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감도를 높이면 이미지의 채도까지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감도 성능이 좋은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감도를 너무 높이면 피사체가 흐리게 표현되고 사진이 거칠어지니, 무조건 감도를 높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셔터 속도 확보. 감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감도는 어디에 쓰일까요? 간단합니다. 셔터 속도를 확보, 사진 흔들림을 줄이는 것이 고감도의 주 역할입니다. 사진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이라면, 흔들림 보정 기능이 있지 않냐고요? 흔들림 보정 기능은 '촬영자'의 손떨림을 보정해 주는 기능입니다. 피사체의 흔들림을 잡아주지는 못 하지요. 하지만, 감도를 높여 셔터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면 움직이는 피사체도 한결 손쉽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격렬하게 움직이는 운동 선수를 담아낼 때라면 단연 고감도만큼 유용한 것이 없겠지요? 같은 원리로, 셔터 속도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실내 스냅 촬영 시 감도를 높이는 것도 유효합니다.

 

▲감도를 일부러 높여 거친 이미지를 표현하는 기법은 많은 사진가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일부러 노이즈를 넣으면 오히려 사진의 분위기가 더 살아날 때도 있습니다. 이 때에도 고감도가 유용하게 쓰입니다. 흑백 사진에 입자감을 넣기 위해, 컬러 사진에도 독특한 분위기를 추가하기 위해 일부러 감도를 높여 촬영하는 사진가들이 많습니다. 반면, 빛이 충분한 주광 하에서의 촬영이나 인물 촬영 시에는 감도를 가능한 낮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부드러운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디지털 카메라는 정말 편리합니다. 필름의 경우 감도를 바꾸려면 필름을 갈아야 했습니다만, 디지털 카메라는 버튼 조작 몇 번이면 손쉽게 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자동 감도 설정 기능을 사용하면 임의의 감도 범위 내에서 카메라가 자동으로 감도를 변경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실내나 야간에 사진이 흔들리세요? 사람을 찍었는데 유령처럼 나오나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기를 찍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때가 바로 감도를 이용할 땝니다.

 

개념디카, 다음 시간에는 화이트밸런스와 색온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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