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있는데 나는 왜 없지 하며 같은 명품을 소유하려는 한국인들의 심리에 비하면 미국인들의 심리는 많이 다른 편이다.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이 내 것과 똑같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것을 찾는 심리가 강한 편이다. 다른 더 좋은 것이 없다면 같은 물건을 커스터마이즈(Customize), 즉 개인 취향에 맞게 주문 생산하는 고가의 선택을 강행한다.

 

컴퓨터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 중에는 남들도 다 갖고 있는 제품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남들이 없는 것을 소유하려는 강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일명 핸디맨이라 불리는 손재주 있는 사람들은 직접 개조를 하기도 하지만 대개 컴퓨터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은 컴퓨터에 들어가는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문 생산하는 곳에 연락을 한다. 여기서 컴퓨터를 주문 생산한다는 것은 단순히 조립 컴퓨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고가 컴퓨터 주문 생산 회사 중에 팔콘 노스웨스트(Falcon Northwest)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손님이 원하는 세부적인 파트를 골라 조립을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케이스 내에 패드를 넣는 노이즈 댐핑, LED 조명 설치, 오버클럭킹, 수냉 쿨러 설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회사를 유명하게 만든 케이스 커스텀 패인팅이다. 이 케이스 패인팅 가격만 해도 기본 700달러에서 2000달러까지 한다. 저작권이 있는 로고나 그림은 제외하고 어떤 그림도 다 가능하다. 옵션에 따라 케이스 뿐만 아니라 마우스와 키보드까지도 도색을 해준다.

▲ 팔콘 노스웨스트의 대표적 커스텀 패인팅. 100% 핸드 에어브러쉬 패인팅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따라서 주문해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는 몇 주에서 몇 달 까지 걸린다.

 

팔콘 노스웨스트처럼 고급 사양에 특별한 도색으로 유명한 회사도 있지만 케이스를 개조해주거나 개인이 직접 개조하기 위한 재료와 도구를 판매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들 중 Xoxide.com이나 FrozenCPU.com등의 회사가 대표적이다.

 

▲ xoxide.com의 웹사이트의 PC 케이스 페이지. 한국에서 26~27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는 써멀테이크 레벨10도 보인다. 기본 케이스는 189달러, 그리고 케이스 개조를 통해 수냉 쿨러를 미리 장착한 모델은 319달러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FrozenCPU.com의 케이스 개조 도구들. DIY는 Do It Yourself(직접 하다)라는 뜻으로 손재주 있는 사람들은 도구를 사다가 직접 집도 고치고 차도 고치듯이 컴퓨터 케이스 개조도 직접한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상품들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케이스에 구멍을 뚫거나 강철 혹은 알루미늄을 절단하는 도구, 투명 아크릴판, 팬 그릴, LED 조명, 에어브러시(Air Brush) 페인팅 도구 등 거의 개인 공장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도구와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미국 내에는 케이스 모드 콘테스트(Case Mods Contest)라는 대회도 있다. 이 대회는 대개 컴퓨터 케이스 회사들이나 컴퓨터 매거진들이 대회를 주관하며 기존의 제품을 가지고 가장 실용적이면서 예술적으로 케이스를 개조한사람을 뽑는다. 자신이 1인자라 자신하는 미국 전역의 핸디맨들이 참여하는 이 대회에는 정말 기상천외한 모습의 컴퓨터들을 구경할 수 있다.

 

▲ Overclock.net 2011 케이스 개조 콘테스트 출품작(왼쪽),  쿨러마스터 케이스 개조 콘테스트 출품작

 

 

▲ 쿨러마스터 케이스 개조 콘테스트 2위작(왼쪽), 쿨러마스터 2012 케이스 개조 콘테스트 3위작

 

다른 사람이 한번도 가져보지 않은 세계에서 딱 하나뿐인 컴퓨터를 갖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컴퓨터의 원래 용도나 성능보다도 미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이 들어간 이 케이스들은 개성이 강한 미국인들의 심리를 잘 대변해준다. 집에 손님을 자주 초대하는 미국인들의 문화 또한 이런 심리를 더 부추긴다. 자기 집에 금 거북이 열 마리 있다는 자랑 보다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함께 어울어진 작품을 보여주는 쾌감은 아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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