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처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간 KT는 5일간 9만387명(알뜰폰 제외)의 가입자를 잃었다. SK텔레콤이 5만7천16명, LG유플러스가 3만3천371명을 빼앗아 갔다.

서울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 단말기 할인판매 광고 문구가 붙어있는 모습 (자료사진)

 

KT 직전에 영업정지를 겪은 SK텔레콤(1.31∼2.21)은 초반 5일간 8만8천588명의 가입자가 순감했고, 가장 먼저 영업정지에 들어간 LG유플러스(1.7∼1.30)는 초반 5일간 2만7천282명의 가입자 이탈을 당했다.

 

영업정지 기간의 이통사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12월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3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을 때 업계에서는 "영업정지가 시행되면 휴대전화 시장에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유가 '과잉 보조금 경쟁'인 만큼 시장 안정화에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번호이동 건수는 총 116만3천720건으로 영업정지가 없었던 작년 1월의 105만4천516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이통 3사는 영업정지 순번이 돌 때마다 가입자를 빼앗고 빼앗기는 공수 교대를 되풀이하고 있다. 영업정지 시행 중에는 속절없이 가입자를 빼앗기다가 영업정지에서 풀리자마자 가입자를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데 따른 것이다.

 

무기는 '보조금'이다. 영업정지 시행 전 90만∼100만원대를 유지했던 갤럭시노트2는 현재 온라인 공동구매 사이트 등에서 5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LG전자[066570]의 최신작인 옵티머스G프로도 벌써 4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가가 떨어진 만큼 이통사가 보조금을 투입한 것이다.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기 보다는 아예 영업정지 기간을 활용한 '특화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번호이동에 더해 기기변경 가입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SK텔레콤과 KT는 영업정지 시작과 동시에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기기변경 보조금을 확대 제공하는 '착한기변'과 '통큰기변'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영업정지 기간에 기존 자사 가입자들이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이다. 기기변경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영업정지 기간에 단말기를 교체하는 가입자는 실제로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통위는 영업정지 기간 이통사에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수차례 내렸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23일에도 이통3사의 영업담당 임원을 불러 구두 경고를 내리기도 했지만, 보조금 경쟁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조직개편이 계류하는 상황에서 업무 공백을 겪고 있는 방통위가 `종이호랑이' 신세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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