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고지·공인인증서 사용 땐 한 번 더 주의"

 

지난해 4월 정모(54)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그는 계약 체결을 망설이던 중 누군지 알 수 없는 남자한테 '서비스에 가입하면 현금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피해자 명의로 대포폰을 양산하는 신종 사기 범행의 전형적인 수법이었으나 정씨는 감쪽같이 속고 말았다.

 

 

정씨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공인인증서를 사용, 가입자 본인에 의한 계약이라는 점을 확인해줬다.

 

기대와 달리 약속한 상품은 배송지로 오지 않았다. 현금 300만원을 주기는커녕 단말기 요금과 전화비 고지서만 무려 416만원 상당이 날아왔다.

 

정씨는 통신사가 직접 가입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낼 책임이 없다며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통신사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단독 이영선 판사는 정씨가 S사와 L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타인이 정씨 명의를 사용해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정씨가 본인 인증을 해줬다면 대리권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공인인증서 인증은 전자상거래상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정씨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지만, 사기를 당한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한 김모(35)씨 사례도 있다.

 

김씨는 2011년 12월 누군가가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도용해 휴대전화 가입 계약을 체결하고 고지서만 보냈다며 L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같은 법원 민사42단독 양시훈 판사는 "제3자가 김씨 명의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김씨 개인정보는 어쨌든 스스로 누군가에게 알려준 것"이라며 역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씨와 김씨 모두 도리없이 상당한 금액을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다.

 

법원 관계자는 이 같은 소송에 관해 "회사 측이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만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계약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거나 본인 인증을 할 때는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