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그렇게 세월도 흐르고,사람도 세상도 변하는 것이 이치라고들 한다. SSD가 세상에 소개될 때만 해도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말했다. 머지않아 SSD가 HDD를 밀어내고 PC의 주된 저장장치가 될 거라고.

 

물론, SSD는 HDD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쾌적하다. 그래서 대다수 PC 사용자들의 업그레이드 1순위일 정도다. 하지만 여기엔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도 존재한다. SSD로는 감당하기 벅찰 만큼 디지털 콘텐츠의 덩치가 거대해졌다는 명확한 사실이 바로 그것.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까지 ‘풀HD’를 외치는 고화질 시대, 안타깝게도 SSD 용량은 이 방대한 데이터를 담는 그릇이 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작은 용량의 SSD를 OS용 드라이브로, 넉넉한 용량의 HDD를 데이터 보관용으로 사용하는 등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벌써 3세대, 씨게이트 SSHD

 

예상 외로 가격과 용량의 합리화가 더딘 SSD. 이젠 무언가 아쉬운 HDD. 그렇다면 PC 사용자의 욕구와 시장이 제공하는 제품간의 간극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 걸까? 더구나 넉넉한 공간이 허락되지 않는 노트북 등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할라 치면,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씨게이트 ‘솔리드 스테이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이하 SSHD)’는 이런 고민에 빠져있을 사용자들이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할 제품이다. 성능과 용량, 여기에 더해 가격까지, 현재로선 최상의 업그레이드 솔루션이 될 제품이 바로 SSHD이기 때문이다.

 

 

SSHD가 무엇일까? 이미 3세대 제품이 출시되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상당수 사용자들이 한번쯤은 이 제품을 들어보았거나, 신중하게 구매를 고려해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SSHD는 SSD와 HDD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새로운 개념의 드라이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데스크탑 사용자들이 저용량 SSD를 OS 드라이브로, 고용량 HDD를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SSHD는 바로 이 두 디바이스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묶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결합 형태가 아닌, 이 제품이 동작하게 되는 알고리즘이다. 굳이 빠른 데이터의 전송이 필요치 않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은 HDD 영역에 저장하고, OS나 사용자의 접근이 빈번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은 속도가 빠른 SSD 영역에 저장해 사용자로 하여금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제품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내부적으로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해진다. 사용자가 저장한 데이터를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데이터의 접근 빈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만일 이를 사용자 개개인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면 이를 차세대 드라이브라 할 수 있을까?

 

씨게이트 SSHD는 스스로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데이터의 종류를 구분해 가장 빠른 접근이 필요한 데이터를 SSD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사용자는 기존의 HDD를 사용하듯 그저 똑같은 형태로 이 드라이브를 사용하면 된다. 어느 부분이 SSD인지, 어떤 데이터를 옮겨줘야 하는지 등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외관이나 커넥터 등이 HDD와 동일하므로 설치 역시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노트북이라면 HDD를 장착하는 공간이 7mm 두께인지, 9mm 두께인지 확인하자. 두 종류의 제품이 모두 출시되므로 이에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필자는 가장 얇은 7mm 두께의 씨게이트 SSHD 씬 500GB 제품을 노트북에 장착했다.

 

 

첫 느낌은 HDD. 그러나…

 

씨게이트 SSHD의 근간은 역시 HDD이다. 방대한 용량을 제공하는 HDD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접근이 높은 데이터 중 OS나 애플리케이션의 실행에 관련된 부분들을 별도로 마련된 SSD에 저장함으로써 사용자의 체감속도를 극대화한다.

 

 

일반적인 성능 역시 HDD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초당 100MB를 넘어서는 읽기/쓰기 능력은 5400rpm 기반의 2.5인치 HDD 드라이브로는 대단한 수치. 하지만 이런 성능임에도 SSD와는 차이가 큰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성능측정 도구를 이용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순차적인(Sequential) 성능을 측정하거나 특정 영역의 무작위(Random) 성능을 측정하면, 대부분 HDD영역의 성능이 측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SSHD의 SSD는 숨겨진 영역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데, SSD는 사용자가 기대하는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정말 그럴까? SSHD에 윈도우7 64비트 버전을 설치하고 몇 번에 걸쳐 지속적으로 윈도우를 기동해 보면, 사뭇 재미있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첫 윈도우의 기동에는 무려 30초가 넘는 긴 시간을 허비하더니, 어느 순간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해 결국 17초 대에 부팅을 마치는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부팅 중 추가적인 시간이 요구되는 드라이버의 설정 등은 미리 마친 상태에서 측정한 결과이다.

 

이 테스트 결과는 SSHD의 명확한 특징을 보여준다. 감춰진 일정 부분의 SSD와 최적화된 펌웨어가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감시하고, 가장 빠르게 접근해야 할 데이터를 SSD 영역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SSHD는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데이터의 종류를 구분하고 학습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팅을 거듭할수록 점점 단축되는 부팅속도는 바로 이런 똑똑한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저렴한 업그레이드에 최적

 

씨게이트 SSHD는 노트북을 위한 ‘씨게이트 랩탑 SSHD’, 가장 얇은 노트북이나 울드라북을 위한 두께 7mm의 ‘씨게이트 랩탑 씬 SSHD’,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PC를 강력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씨게이트 데스크탑 SSHD’ 3종이 출시된다. 결국 노트북, 울트라북, 데스크톱 PC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모두 선보이는 셈이다.

 

만일 최근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8로 테스트 했더라면, 부팅에 채 10초도 걸리지 않는 SSD급 결과를 만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윈도우7의 부팅 테스트 결과 역시 HDD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란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말이다.

 

 

SSHD의 장점은 역시 저렴한 가격에 방대한 용량, 그리고 SSD처럼 빠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HDD냐 SSD냐를 고민하는 사용자들에게 아직 이 새로운 드라이브가 명확히 각인되지 않은 점은 업계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kr)에도 별도의 카테고리가 없어 소비자들의 혼선도 큰 편이다.

 

하지만 HDD에 근접한 가격에 HDD와는 다른 체감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은 SSHD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울트라북을 중심으로 서서히 채용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스토리지의 업그레이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대 이상의 성능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데, SSHD의 이런 장점이 명확히 인식되기만 한다면 한동안 주머니 얇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업그레이드 솔루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국환 기자 sadcaf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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