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양쯔강, 揚子江)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그렇게 세상은 새로운 것이 옛것을, 새로운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하게 된다고들 한다.

 

몇 년 전, SSD를 처음 접할 때만 해도 HDD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압도적인 성능의 디바이스가 세상에 나타났으니, 순식간에 시장을 집어삼키고 PC의 주된 저장장치로 발돋움 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당장 내일이라도 PC 업계를 뒤엎을 것만 같았던 SSD는 그 이후로도 수년이 지나서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SSD의 보급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정작 이에 필요한 플래시 메모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플래시 메모리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나오던 반도체의 발전상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원인들로 인해 SSD는 아직까지도 가격에 비해 제공하는 용량이 크지 않지만, 황당한 수준의 가격, 믿을 수 없는 내구성, 플래시 메모리의 기술적 특성으로 인한 지속적인 성능 하락 등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서서히 스토리지 시장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울트라북 등 더욱 높은 휴대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대두되며, 상대적으로 소형화에 유리한 SSD가 더욱 각광받을 토대까지 마련되었다.

 

 

■ SSD 시장에 뛰어든 LG, 그 시작을 알린 LSD1

 

리테일 시장, 그리고 울트라북 등 모바일 플랫폼에서 SSD는 HDD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적어도 성능과 무게, 안정성에서 HDD와는 다른 차원의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아직 용량과 가격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긴 하지만, SSD의 장점은 이미 가격과 용량의 부족을 알면서도 채용할 수밖에 없을 만큼 단점을 상쇄한다.

 

시장 역시 휴대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 SSD는 향후 거대해지는 모바일 시장을 등에 엎고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꽤나 많은 브랜드,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제 SSD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평가될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급격한 성장기엔 으레 상당히 많은 기업이 이에 도전하기 마련이다. 이후 시장이 안정화 단계를 거치며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받은 몇 개의 브랜드로 정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LG LSD1 SSD

 

현재 국내 SSD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다. 앞서 언급한 몇 안 되는 플래시 메모리의 제조사이기도 하며, 자체적인 콘트롤러와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가장 빠르게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도 역시 매우 높다.

 

워낙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이 선보이고 있지만, 플렉스터 정도만이 가격과 성능, 사후지원에서 좋은 평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을 뿐, SSD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이미 공고해 보인다.

 

이런 SSD 시장에 뜻하지 않게 LG의 제품이 등장했다. 이미 오래 전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뗀-자의였든 타의였든 - LG였기에, SSD 시장 진출은 조금은 의외다. 인텔-마이크론 연합, 삼성, 도시바 등 자체적인 플래시 메모리 기술과 생산 시설을 가진 기업 외에는 대개 마니악한 소형 브랜드 위주였던 SSD 시장에 뜻하지 않게 ‘거물’이 발을 들인 것이다.

 

▲ 헤어라인 가공이 곁들여진 실버 컬러 하우징

 

LG전자와 같은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 SSD 시장이 거대한 규모의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방증임과 동시에, 이제 이 시장에 ‘불꽃’이 튈 시점이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되돌아보면 SSD 시장의 성장도 그리 느린 편은 아니었다. 다만, 첨단 IT 시장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폭증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SSD 시장도 조만간 폭발적 성장을 구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LG는 SSD 시장에 첫 진출작으로 LSD1을 선보였다. 7mm의 슬림한 두께는 모빌리티를 강조하는 다양한 기기에 더욱 적합하며, 매우 견고한 알루미늄 하우징은 어떤 상황에서도 SSD를 안전하게 보호할 만한 수준이다. 기존 PC나 노트북의 업그레이드에도 알맞게 2.5” 폼팩터를 유지하고 있다.

 

▲ 7mm의 얇은 두께를 가져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LSD1은 두께가 1mm 가량인 두꺼운 알루미늄 하우징으로 보호되고 있다. SSD라는 것이 기실 작은 PCB와 몇 개의 반도체 칩으로 구성되다 보니 크기를 줄이기에도 유리한 구조다.

 

내부에는 19nm(나노미터)로 제작된 MLC 타입 플래시 메모리와 콘트롤러가 장착돼 있다. 물리적인 구동부가 없고, 두꺼운 하우징으로 견고하게 보호되므로 웬만한 충격으로 이 기기가 망가지는 일 따위는 발생하기 어렵다. 오히려 LSD1이 망가지는 상황이라면, 이를 탑재한 시스템이 회생 불가능한 최악의 순간을 이미 지났다고 판단하는 것이 빠를지도 모를 일이다.

 

▲ 삼성 SSD 840 Pro / LG LSD1

 

패키지 역시 단출하다. 간단한 매뉴얼만이 함께 제공된다. 장착에 필요한 나사, 3.5” 베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 등이 추가되면 좋았겠지만, 굳이 없다 해도 아쉬움이 남을 만한 사항도 아니다. 여타 SSD 역시 이런 액세서리를 배제하는 흐름이고 말이다.

 

 

■ 최고 수준의 성능 확보

 

현재 SSD 시장은 두 가지 양상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하나는 역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퍼포먼스 싸움’이다. 경쟁사보다 빠른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시장과 소비자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흐름은 가격과 용량전쟁이다. SSD는 보급형 모델이라 해도 HDD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빠른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가격과 용량은 아직도 넘어서야 할 난제. 보급형 제품이라도 충분히 성능의 향상을 느낄 수 있는 SSD이기에, 오히려 성능을 약간 희생하더라도 접근 가능한  낮은 가격과 높은 용량을 바라는 사용자도 상당수다. 삼성 840 시리즈, 플렉스터 M5S 시리즈 등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연유로 볼 수 있다.

 

▲ AS SSD Benchmark. LSD1은 퍼포먼스 레벨의 SSD를 지향하는 제품이다

 

SSD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과 달리 몇 종의 플래시 메모리, 또 몇 종의 콘트롤러로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특정 하드웨어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하며, 브랜드가 다름에도  전반적으로 비슷한 성능 양상으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전혀 다른 콘트롤러를 사용했을 LG의 LSD1과 삼성 840 Pro의 성능이 엇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 역시 이에 연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제품 모두 ‘퍼포먼스’ 레벨의 제품인 만큼 엄청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역시 동일하다.

 

다만, 세부항목에서는 두 제품이 꽤나 대조적인 결과를 보인다. 테스트 항목마다 각기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어 쓰기에선 어느 제품이, 읽기에선 어느 제품이 낫다는 식의 평가조차 무의미해 보인다.

 

순차적인 읽기에선 두 제품 모두 500MB/s를 훌쩍 넘는 대단한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쓰기 부분에서는 LG LSD1이 무려 100MB/s 이상의 엄청난 성능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작은 파일을 무작위로 다루는 4KB 테스트에선 이전의 양상이 뒤집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것이 더 유리할까? 정답은 없다. 사용자에 따라, 주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용량 파일을 주로 다루는 사용자라면 AHIC와 NCQ 기술이 4KB에서의 단점을 메워주니 LG가 좋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이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잘한 데이터를 엄청난 수로 다루어야 한다면 840 Pro가 나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두 제품 모두 최고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 CrystalDiskMark

 

이런 LSD1의 특징은 다른 벤치마크 툴에서도 동일하다. 512KB 이상의 데이터를 읽고 쓰는 경우 LSD1이 가진 최고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이보다 작은 사이즈의 데이터인 경우 점진적으로 속도가 하락한다. 앞서 살펴본 벤치마크와 같이, 크기가 작은 데이터에 다소 약한 모습까지 전체적인 특징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떤 저장장치가 됐든, 크기가 작은 파일을 무작위로 다루는 경우 속도의 저하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4KB 테스트에서의 성능 하락의 폭이 약간 크게 나타나는 점은 다소간의 아쉬움이다.

 

 

▲ ATTO Disk Benchmark. 위 LG LSD1, 아래 삼성 840 Pro

 

각각의 파일 사이즈를 별도로 테스트하는 ATTO Disk Benchmark 결과를 살펴보자. 이를 확인하면, LSD1의 전체적인 성능 특성을 조금은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840 Pro의 경우 읽기와 쓰기 간의 성능 차이가 다소 큰 반면, LSD1은 쓰기 속도도 꾸준히 읽기 속도에 준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작은 파일을 읽고 쓸 때에는 오히려 840 Pro쪽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플래시 메모리에 따라, 또는 콘트롤러에 따라 SSD는 상이한 특성을 나타낸다.

 

삼성 840 Pro는 현재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제품이므로, LSD1의 테스트를 위한 참조 데이터를 확보를 위해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 더 강력한 지원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LG LSD1은 전반적으로 쓰기 부분에서 발군의 성능을 보여준다. 읽기 성능 역시 뛰어나, 읽기·쓰기 성능 모두 현재 판매 중인 SSD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파일에서도 제 성능을 유지하는 능력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다만, 아주 작은 사이즈의 파일을 무작위로 다루는 경우 성능의 하락이 다소 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개 이 경우 입력된 명령의 재배열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최상의 성능을 유지하는 시스템 상의 작업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작업 이상의 파일이 순식간에 요구되는 OS 드라이브 등으로의 활용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게 이런 특징은 다소간의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약점 역시 기본적인 성능이 워낙 뛰어난 데 따르는 해석일 뿐, LSD1이 가진 성능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이 빼어나다. 어떤 용도로 활용하건, 부족함을 찾기 어려운 제품임에 분명하다. 다만, 살펴본 특성으로는 작은 파일에 연속적이고 랜덤하게 접근해야 하는 작업보다는 비교적 덩치가 큰 파일을 주로 읽거나 쓰는 등의 작업에 더욱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테스트를 시작할 때에는 별도의 충격 테스트 역시 포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3m 높이에서 몇 번 떨어트리는 것으로는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SSD는 실제 외부로 노출된 상태로 사용되는 예가 거의 없으므로 결국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LSD1만을 몇 번씩 떨어트려도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하물며 시스템에 장착된 상태라면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렇다고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15층 높이에서의 낙하' 같은 실험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어쩌면 이런 특징은 SSD를 모바일에 더욱 적합한 기기로 만드는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SSD 시장은 치열하다. 아니, 향후 일정 기간 동안은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 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저렴한 가격, 빠른 성능, 든든한 사후지원. 빠른 성능을 구현했다면, 이제 나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SSD로 옮겨갈 수 있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도구, SSD에 대한 소비자들의 작은 의구심마저 날려버릴 Secure Erase 도구 등 보다 적극적인 사후지원도 곁들여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단순히 제품 한 두 종을 시험 삼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면, 본격적으로 이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라면 말이다.

 

LG전자가 직접 만들어낸 SSD인가를 떠나, LSD1은 성능에서 합격점을 줄만한 제품이다. 3년에 달하는 무상 서비스 기간도 충분해 보인다. 초기 설정만 잘 한다면, LSD1은 LG전자의 SSD 시장 안착을 위한 제 몫을 다 해낼 제품이다.

 

오국환 기자 sadcafe@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