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판매 42%↓…캐논 등 日강호들 잇달아 슬림화

 

2000년대 들어 필름 카메라를 역사 속으로 퇴장시킨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가 불과 10여 년 만에 같은 '퇴출' 위기에 빠졌다.

 

올해 1∼5월 세계 디카 판매량만 봐도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카메라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의 위세에 눌려 40% 넘게 판매가 급감했다. 캐논과 니콘 등 일본의 오랜 디카 강호들이 가슴을 쥐어뜯는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디카의 존재론적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캐논과 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업체들이 디카 판매 목표량을 낮추거나 생산 라인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디카 기업의 모임인 '카메라·이미징 제품 협회(CIP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회원사들의 세계 디카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41.6% 줄었다.

 

캐논은 소형 디카의 올해 판매 목표량을 애초 1천700만대로 설정했다가 4월 1천450만대, 이번 달에는 1천400만대로 연달아 낮췄다. 한 해 이익 전망치도 최근 10%를 깎았다.

 

후지필름은 디카 출시 모델을 애초 20개에서 올해 10개로 절반을 줄였다. 파나소닉도 수익이 낮은 저가 디카 모델을 없애고 카메라 사업 부문의 고정 비용을 앞으로 3년간 60% 삭감키로 했다.

 

작년 이미징 사업에서 230억 엔(약 2천623억원) 손실을 기록한 올림푸스도 생산라인 및 모델 수 축소를 결정했다.

 

이러한 디카의 몰락 원인은 인터넷의 발달 때문이기도 하다.

 

젊은 층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서비스에 사진을 게재해 지인과 공유하는 것을 즐기면서 버튼 한 번에 바로 사진 올리기(업로드)가 되는 스마트폰이 디카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질과 셔터 기능이 계속 좋아져 보급형 디카 수준을 따라잡은 것도 화를 키웠다. 삼성 갤럭시S4는 후면에 1천400만 화소 카메라를 갖췄다.

 

게다가 디카는 온라인 사진공유라는 새 유행을 미처 따라잡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판매되는 디카 중 무선 인터넷(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모델은 6대당 1대에 불과했다.

 

몰락 징후가 제일 뚜렷한 제품군은 '똑딱이'로 불리는 값싼 콤팩트 카메라다. 스마트폰과 크기·무게가 비슷한데다 사진의 질에서 차별성이 그리 없어 대체효과가 가장 크다.

 

3년 전 세계에서 1억3천200만대가 팔렸던 콤팩트 카메라는 올해 판매량이 8천만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WSJ는 전했다.

 

많은 디카 업체들은 업황 악화를 타개하려고 고가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10배 이상의 광학 줌을 갖추고 부실한 조명에도 정밀한 사진을 찍는 프리미엄 제품은 스마트폰 시대에도 존재 가치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소니는 최근 고가 주력 정책을 발표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국내에도 곧 출시하는 '괴물형' 콤팩트 카메라 RX1R은 작은 몸집에 최고 사양의 촬영 센서를 탑재했다. 싸구려 똑딱이라는 편견을 비웃듯 판매가가 3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 니콘, 올림푸스 등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미러리스'(Mirrorless) 디카도 애초 프리미엄 경향 때문에 탄생했다. 전문가급 DSLR(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에 맞먹는 화질을 갖췄지만 DSLR과 달리 거울을 쓰는 뷰파인더가 없어 본체가 훨씬 가벼운 게 장점이다.

 

그러나 고가 시장에 업체들이 몰리면서 가격 깎기 경쟁이 심해져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캐논은 지난주 "소비자들이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고급 카메라 구입을 미루면서 신기능보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스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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