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한국오라클이 자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최신 제품에 인메모리 기능을 공식 추가했다. 알티베이스, 선재소프트, 리얼타임테크 등 토종 업체가 선전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SAP,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최대 DBMS 업체까지 가세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오라클(대표 김형래)이 자사의 대표 DBMS 제품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2c’에 인메모리 기능을 추가하고 국내 시장확대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기존의 DBMS는 데이터를 디스크에 저장하는 반면 인메모리 기능을 이용하면 메모리에 저장하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오라클은 이미 인메모리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최신 버전에서는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 12c 버전에 인메모리 기능을 공식 추가하면서 SAP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외산 업체 모두가 인메모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에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의 인메모리 기능은 행(row) 포맷과 열(column) 포맷 장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7일 방한한 앤드류 멘델슨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서버 기술 총괄 수석부사장은 “기존의 경쟁 제품들은 각각 분석 업무와 트랜잭션 처리에 강점이 있는 두 포맷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오라클 인메모리 기능은 두 포맷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분석과 트랜잭션 처리 업무를 모두 빠르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 7일 앤드류 멘델슨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서버 기술 총괄 수석 부사장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2c 인메모리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오라클)

 

그동안 국내에서 인메모리 DBMS는 주로 짧은 시간에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일부 업무에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증권사의 주식거래 처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미 포화단계에 접어 들었고 최근 금융 시장 침체로 도입 움직임마저 눈에 띠게 둔화됐다.

 

해외에서는 오라클의 인메모리 기능에 대해 SAP의 인메모리 DBMS인 ‘HANA’ 대응용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동안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SAP 기업용 솔루션을 함께 쓰는 기업이 많았지만 SAP가 HANA를 내놓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대체하려고 하자 맞대응 성격으로 오라클이 인메모리 기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현 한국오라클 전무는 국내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SAP 대응용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내부에 저장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이를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 분석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며 “인메모리 옵션을 이용하면 별도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대비 총소유비용(TCO)을 줄이면서 더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비용 측면에서 보면 별도의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라클 데이베이스 라이선스에 RAC(Real Application Cluster) 기능까지 구매해야 하는 반면, 인메모리 기능을 이용하면 데이터베이스 라이선스와 인메모리 옵션만 구입하고 분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국오라클의 설명이다.

 

현재 데이터베이스 라이선스는 프로세서당 5만 달러, RAC와 인메모리 기능은 각각 2만500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 전무가 설명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다면 인메모리 기능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도입해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을 상당수 발굴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틈새시장을 넘어 인메모리를 전체 DBMS 시장으로 확대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SAP HANA에 대한 대응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멘델슨 수석부사장도 인메모리 옵션에 대한 발표 중 상당 부분을 HANA와의 차이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HANA는 열 포맷만 지원해 트랜잭션 처리 속도에 상대적으로 약점을 갖고 있고, 고가 어플라이언스 장비를 구매해야만 하다는 것 등이다. 그는 “SAP가 HANA의 트랜잭션 처리 성능에 대해 자체 테스트 결과 외에 공인된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SAP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인메모리의 듀얼 포맷 지원 특성 (그림=오라클 홈페이지)

 

국내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DBMS 업체이자 국내 데이터베이스 시장점유율 1위인 오라클이 인메모리 시장을 확대하고 나서겠다는 것에 대해 '파이를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무는 “아직 공개할 수 있는 국내 도입사례는 없지만 기존 분석 시스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임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신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 인메모리 옵션은 만능이 아니다. 이날 멘델슨 수석부사장은 인메모리 옵션을 기존의 자사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적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전사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에 적용한 결과 적게는 수십배에서 많게는 1000배 이상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반적으로 성능이 향상됐지만 소프트웨어 별로 향상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멘델슨 수석부사장은 “앱 자체에서 대량의 배치 작업을 하거나 코드가 DBMS에 최적화돼 있지 않으면 기대한 만큼의 성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OLTP 작업이 많은 애플리케이션에는 인메모리 기능을 적용해도 큰 효과를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