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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에도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장점유율, 성능, 타깃층 등 명차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라이벌 명차도 있지만 베일에 가려진 라이벌 관계의 명차들도 적지 않다. IT조선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숙명의 라이벌 명차들을 집중 발굴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IT조선 김준혁]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스포츠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람보르기니의 창업주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의 창업주 엔초 페라리에게 페라리의 결함을 알리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후 페라리보다 뛰어난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람보르기니를 창업했다는 일화는 두 브랜드 간의 반 세기 넘는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 2009년 등장한 F430의 후속모델 458 이탈리아(사진=페라리)

  

이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역사에 남을 스포츠카를 선보이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왔던 페라리와 비교해 람보르기는 V12 엔진을 얹은 모델만으로도 페라리와 경쟁을 펼쳐야만 했다. 그러한 상황은 지난 2003년 등장한 가야르도에 의해 바뀌기 시작했고, 가야르도 덕분에 람보르기니는 360 모데나, F430 등의 페라리 미드십 V8 스포츠카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 가야르도의 후속작인 우라칸 LP610-4(사진=람보르기니)

 

이후 페라리는 2009년 자사의 미드십 V8 스포츠카를 ‘458 이탈리아’로 진화시켰고, 람보르기니 역시 가야르도의 후속 모델 ‘우라칸 LP610-4’를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10년 만에 공개하며 또다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두 스포츠카의 라이벌 관계는 지난 2010년 페라리 458 이탈리아가 국내 출시된 데 이어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올해 8월부터 국내 판매를 본격 시작하며 국내에서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의 날렵한 디자인

 

458 이탈리아와 우라칸 LP610-4는 공통적으로 엔진을 차체 중앙에 위치시킨 미드십 레이아웃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모델은 긴 프론트 오버행과 낮은 본넷, 긴 휠베이스, 낮은 차체라는 공통된 스타일을 갖게 됐다.

 

하지만 458 이탈리아와 우라칸 LP610-4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스포츠인만큼 각 브랜드의 최신 디자인이 적극 반영돼 있다.

 

▲ 페라리 특유의 날렵함과 F1 레이싱에서 발전시킨 공기역학기술이 반영된 디자인(사진=페라리)

 

▲ 날카로운 쐐기 형태의 스타일과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우라칸(사진=람보르기니)

 

458 이탈리아가 곡선 위주의 공기역학적인 근육질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우라칸 LP610-4는 간결하면서도 직선 위주의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는 데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를 조합시킬 수 있는 20인치 알로이 휠이 준비된다.(사진=페라리)

 

▲ 엔진 냉각과 원활한 공기흐름을 위해 차체 곳곳에 다양한 공기흡입구가 적용됐다.(사진=페라리)

 

▲ 독특한 3개의 머플러와 리어 디퓨터 등이 눈에 띄는 458 이탈리아의 후면부(사진=페라리)

 

구체적으로 458 이탈리아는 페라리가 F1 레이싱에서 오랫동안 축적해온 공기역학 기술이 아낌없이 반영돼 있다. 이러한 요소는 프론트 범퍼, C필러, 리어 펜더의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본넷, 리어 범퍼의 공기 배출구, 리어 디퓨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200km/h 속도에서 최대 140kg의 다운포스(주행 중 공기가 차체를 아래로 누르는 힘)를 발생시킬 수 있게 됐고, 디자인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 운전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추가 옵션이 가능한 20인치 알로이 휠(사진=람보르기니)

 

▲ 미드십 스포츠카의 특성상 공기흡입구가 리어펜더 앞쪽에 위치한다.(사진=람보르기니)

 

▲ 4개의 머플러와 디퓨저, 여러 겹의 범퍼가 눈에 띄는 우라칸의 후면부(사진=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4는 무르시엘라고 때부터 이어온 에지있는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프론트 범퍼부터 시작해 본넷, 윈드실드, 루프까지 이어지는 라인에서 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량 전체가 완벽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우라칸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이다. 여기에 차체 곳곳에 공기역학과 엔진 냉각을 위해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배출구를 적용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과격한 디자인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실내

 

실내 역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458 이탈리아가 페라리만의 뚜렷한 특징이 반영된 실내 디자인을 갖고 있는 반면, 우라칸 LP610-4는 같은 폭스바겐 그룹 내 아우디의 디자인 요소가 너무 두드러지는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모든 것이 운전자 중심으로 꾸며진 458 이탈리아의 실내(사진=페라리)

 

▲ RPM 게이지 중심의 계기판과 여러 버튼이 모여있는 스티어링 휠(사진=페라리)

 

이로 인해 458 이탈리아는 그동안 페라리의 여러 모델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운전자 중심의 기능적인 실내 디자인을 갖게 됐다. 이 중 운전자가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이 가장 눈에 띈다. 여기에 운전석 쪽으로 각도를 기울인 센터페시아와 간결한 센터터널, 다기능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화려한 계기판, 탑승자의 몸을 완벽하게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도 눈에 띈다.

 

▲ 우라칸의 실내는 람보르기니과 아우디의 디자인 특징이 골고루 섞여있다.(사진=람보르기니)

 

▲ 커다란 시프트 패들과 ANIMA 버튼 등이 눈에 띄는 우라칸의 스티어링 휠(사진=람보르기니)

 

우라칸 LP610-4의 실내도 페라리 458 이탈리아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우선 최신 자동차의 필수장비인 풀 디지털 타입의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을 들 수 있다. 물론 스티어링 휠에 주행모드 시스템인 ANIMA를 변경할 수 있는 버튼과 라이트 시스템, 와이퍼 버튼, 커다란 시프트 패들 등이 적용돼 458 이탈리아 수준의 화려한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갖게 됐다.

 

 

V8과 V10 엔진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주행성능

 

458 이탈리아와 우라칸 LP610-4는 화려한 모델명에 각 모델이 갖고 있는 성능을 함축해 놓고 있다.

 

458 이탈리아의 45는 4.5리터 엔진의 배기량을 뜻하고 8은 V8 엔진의 8기통을 의미한다. 우라칸 LP610-4는 엔진이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Longitudinale Posterior의 앞글자를 딴 LP에 610마력의 엔진 마력, 4륜 구동을 뜻하는 4가 결합된 이름이다.

 

▲ V8 4.5리터 엔진은 9000rpm에서 570마력의 고출력을 발휘한다.(사진=페라리)

 

이러한 성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58 이탈리아의 V8 4.5리터 엔진은 양산차에 적용된 자연흡기 엔진 중 최고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9000rpm이라는 높은 회전대에서 57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 또한 일반적인 자동차의 최고마력이 나오는 6000rpm에서 540Nm를 발생시킨다.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며 뒷바퀴를 굴리게 된다.

 

▲ 운전자의 운전 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458 이탈리아를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사진=페라리)

 

이렇게 해서 달성한 퍼포먼스는 3.3초의 100km/h 가속시간, 325km/h의 최고속력이다. 여기에 F1에서 발전시킨 전자식 디퍼렌셜 E-Diff, 주행안전장치 F1-Trac, 자기 유동 댐퍼인 마그나라이드 등이 더해져 지난 2002년에 나온 페라리의 슈퍼카 엔초 페라리보다도 뛰어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 가야르도의 V10 엔진을 개량해 8250rpm에서 610마력의 최고출력을 뽑아낸다.(사진=람보르기니)

  

우라칸은 가야르도의 엔진을 발전시킨 V10 5.2리터 엔진을 사용한다. 8250rpm에서 61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생시키고 6500rpm에서 560Nm의 토크를 만들어내는 V10 엔진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과 짝을 이룬다.

 

▲ 강력한 파워를 첨단 전자장비와 4륜구동 시스템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소화해낸다.(사진=람보르기니)

 

우라칸의 100km/h 가속시간은 3.2초로 458 이탈리아보다 0.1초 빠르고 최고속도는 325km/h로 동일하다. 우라칸 역시 다이내믹 스티어링 휠 시스템, 자기 유동 댐퍼 방식의 마그네토 서스펜션, 스트라다/스포츠/코르사 등 3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하는 ANIMA 시스템이 더해져 짜릿한 운전재미를 제공한다.

 

▲ 첨단 F1 기술과 페라리의 감성이 어우러진 458 이탈리아(사진=페라리)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458 이탈리아는 F1 기술에 바탕을 둔 초고회전 엔진과 가벼운 알루미늄 차체, 모터스포츠의 감성을 전달하는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라칸 LP610-4는 V10의 엔진의 강력한 파워, 카본과 알루미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섀시, 폭스바겐 그룹이 만들어낸 첨단 전자장비가 더해져 람보르기니 특유의 거친 야성미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폭발적인 성능이 매력인 우라칸(사진=람보르기니)

 

458 이탈리아와 우라칸 LP610-4의 특징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특징만큼이나 뚜렷하지만 그 차이를 일반인이 느끼기는 쉽지 않다.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지만 458 이탈리아와 우라칸 LP610-4 각각 3억 7900만 원과 3억 710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그 기회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