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최근 SSD(Solid State Drive)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128GB 용량대 제품이 10만원 이하, 256GB 제품이 10만원 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할 수 있어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SSD를 기본 저장장치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480GB 제품의 경우도 최저 20만원 중반대에 나오는 등 SSD 최대의 단점인 ‘용량’도 슬슬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 기존 SATA3를 초월하는 SSD로 주목받고 있는 플렉스터 M6 PRO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SSD 시장은 ‘신제품’ 출시 열풍이 이어지면서 평소 SSD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꾸준한 팬을 가지고 있는 플렉스터도 최근 M6 PRO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이며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플렉스터 M6 PRO가 가장 핵심으로 내놓은 기능은 SSD의 성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려주는 ‘플렉스 터보(Plex Turbo)’다. 이론상 표기된 성능의 약 10배인 5000MB/s의 굉장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기술이기도 하다. 앞서 프리뷰에서는 플렉스터 M6 PRO 시리즈의 대략적인 외형과 제품 구성을 간단히 살펴봤다면 이번엔 ‘플렉스 터보’가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을 보여주는지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

CPU

인텔 코어 i5-4690 (하스웰 리프레시)

RAM

삼성 DDR3 8GB(4GB x2)

M/B

기가바이트 Z97X-UD3H 제이씨현

VGA

이엠텍 HV 지포스 GTX750 Ti OC에디션

POWER

파워렉스 블랙Q 500W

OS

윈도7 프로페셔널 64bit

 

테스트용 시스템의 대략적인 제원은 위와 같다. 운영체제는 별도의 SSD(플렉스터 M6S 256GB)에 설치된 상황에서 M6 PRO는 non-OS 상태로 연결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교 제품으로는 동사의 M6 시리즈 일반 모델인 ‘플렉스터 M6S’ 128GB 제품을 사용했다.

 

▲ 일반 모드에서 진행한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성능 테스트 비교

 

▲ 일반 모드에서 진행한 AS SSD 벤치마크 성능 테스트 비교

 

우선 ‘플렉스 터보’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한 일반 성능 테스트에서는 전체적으로 상위모델인 M6 PRO가 일반형 모델인 M6S에 앞선 결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실질적인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아서 체감 성능 차이는 거의 없다.

 

▲ 파일복사 테스트에 사용된 동영상 파일 폴더의 정보

 

 

▲ 일반 모드에서 파일 복사에 걸린 시간 비교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아닌 파일 복사 테스트에서도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동영상 파일이 들어있어 4GB를 조금 넘는 폴더 1개를 복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 제품 모두 13~14초대로 비슷하게 나온다. 여기서도 M6 PRO가 M6S보다 1~2초 정도 빠르게 나오지만, 역시나 크게 의미 있는 속도 차이는 아니다.

 

일반 상황에서 나온 테스트 결과만 보면 이번 M6 PRO는 일반형 라인업인 기존 M6S 시리즈에 비해 딱히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용량이 클수록 성능도 좋아지는 SSD의 특성상 보다 고용량 제품에서는 좀 더 성능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PC 사용 환경에서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 플렉스터 SSD용 '플렉스툴'의 우측 하단에 제공되는 '플렉스 터보' 활성화 버튼

 

그렇다면 플렉스터가 강조하고 있는 ‘플렉스 터보’ 기능이 얼마나 성능 향상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플렉스 터보’기능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플렉스터 SSD 제품의 모니터링 및 관리용 툴인 ‘플렉스툴(PLEX Tool)’의 최신 버전을 설치하면 우측 하단에 플렉스 터보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버튼을 클릭하면 플렉스 터보 기능은 시스템 메모리(RAM)을 활용한 캐싱 기능임을 알리는 정보 창이 뜨며, 다음 화면에서 ‘활성화’ 버튼을 클릭하면 재부팅과 함께 플렉스 터보 기능이 활성화된다.

 

▲ 플렉스 터보 기능 활성화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성능 비교

 

플렉스 터보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진행한 M6 PRO의 성능 테스트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탈 디스크마크 기준으로 520MB/s 언저리였던 순차 읽기 성능이 무려 6배 가까운 3000MB/s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순차 쓰기 역시 8배 가량 상승된 성능을 보였으며, 실질적인 체감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4K 성능도 엄청난 향상을 보여준다.

 

다른 벤치마크 툴인 AS SSD에서도 역시 플렉스 터보 기능 활성화 이전보다 엄청나게 향상된 성능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전체 점수도 무려 18배 가량 껑충 뛰었다. 플렉스터가 언급한 최대 5000MB/s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존 SATA 인터페이스를 초월한 성능’이라 호언장담한 만큼의 성능 향상을 보여주는 셈이다.

 

▲ 플렉스 터보 활성화 상태에서 파일 복사 테스트에 걸린 시간

 

벤치마크가 아닌 상황에서의 성능은 어떨까. 일반 모드일때와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한 파일복사 테스트에서는 플렉스 터보 기능을 활성화하기 이전과 별 차이 없는 14초 내외의 복사 시간을 보여줬다. 즉 SSD 자체의 기본 성능 자체는 그대로라는 말이 된다.

 

그럼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나온 엄청난 성능은 ‘보여주기’에 불과한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플렉스 터보’의 작동 원리를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

 

▲ 플렉스 터보 활성화 시에 표시되는 안내 문구

 

‘플렉스 터보’는 기능을 활성화시킬 때 표시되는 정보창의 내용대로 시스템 메모리(RAM)를 SSD의 데이터를 읽고 쓰는 캐시(cache)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자주 쓰는 데이터(Hot data)와 그렇지 않는 데이터(cold data)를 자동으로 판단해 미리 시스템 메모리에 불러와 처리함으로써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플렉스터는 이 기술에 ‘인텔리전트 부스트 엔진(Intelligent Boost Engine; IB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스템 메모리로 쓰이는 RAM은 CPU 내부의 L1~L3 캐시 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메모리다. SSD에 사용되는 NAND 플래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즉 플렉스 터보 활성화 후 나오는 무시무시한 성능은 SSD 자체뿐만 아니라 RAM을 활용했기에 가능한 성능인 것이다.

 

파일복사 테스트에서도 성능향상이 없는 것도 테스트에 사용된 파일들이 자주 쓰는 파일이 아니기 때문에 RAM을 사용한 캐싱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또는 게임 같은 경우 쓰면 쓸수록 더욱 빠른 실행속도나 로딩 속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동 메커니즘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캐싱용 저용량 SSD' 또는 HDD에 SSD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제품들의 작동 원리와 대단히 유사하다. 이들은 느린 HDD에 비해 훨씬 속도가 빠른 SSD를 캐시로 사용하면서 자주 쓰는 데이터를 SSD에 미리 불러와 전체적인 읽기/쓰기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SSD가 하던 역할을 RAM이 맡고, HDD의 위치에 SSD가 들어간 것이 ‘플렉스 터보’ 기능인 셈이다.

 

▲ SSD의 NAND 플래시보다 훨씬 빠른 시스템의 RAM을 활용해 SSD와 시스템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플랙스 터보'의 핵심이다.

 

다만 RAM은 시스템 메모리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남아있는 메모리 또한 수시로 변한다. 정해진 메모리 용량을 고정시켜 놓고 캐싱 기능을 부여해 시스템 자원을 많이 차지하는 경쟁사의 성능 향상 방식과 달리 플렉스터의 방식은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RAM을 사용함으로써 시스템 자원, 즉 메모리 낭비를 최소화했다.(Reduced Memory Usage; RMU 기술)

 

또 전원이 끊기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RAM의 특성을 고려해 중간중간 SSD에 핵심 데이터를 기록함으로써 갑작스런 사테로 인한 데이터 손실도 방지했다.(Safe Power Loss 기술)

 

플렉스 터보 기능은 SSD에 실제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SSD의 수명을 더욱 늘려주는 효과도 제공한다. 고화질 사진/영상 편집, 인코딩 및 렌더링 등 전문 작업으로 SSD 사용 빈도가 높은 전문가용 PC나 워크스테이션 환경에서는 반가운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플렉스터 M6 PRO의 주요 대상이 그런 전문가급 또는 하이엔드급 시스템 사용자다.

 

▲ 플렉스 터보 기능은 오직 M6 PRO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한편, ‘플렉스 터보’ 기능을 기존 다른 플렉스터 SSD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까. 다른 모델을 연결한 채로 플렉스 터보 버튼을 클릭하면 M6 PRO 제품에서만 지원하는 기능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활성화 버튼을 누를 수 없도록 해놓았다. 즉 플렉스 터보 기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M6 PRO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2개 이상의 M6 PRO가 장착되어 있어도 1개의 M6 PRO에만 플렉스 터보 기능이 적용된다.

 

▲ '플렉스 터보'로 확실하게 차별화를 꾀한 플렉스터 M6 PRO

 

플렉스터 M6 PRO 시리즈는 기본 성능 자체도 충분히 준수한 편이지만 차별화된 ‘플렉스 터보’ 기능으로 ‘날개’까지 달았다. 또 일반형 모델인 M6S 시리즈에 비해 더욱 향상된 내구성과 안정성을 제공함은 물론, 무상보증 기간도 5년으로 늘어났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SSD 시장에서 M6 PRO의 ‘플렉스 터보’는 확실히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기능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