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유진상]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임 원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석이 된 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지만 진척되고 있다는 이야기 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지 않겠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가의 전반적인 인터넷과 통신, 보안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KISA의 사령탑을 이렇게 비워놓아도 되는 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처럼 신임 원장의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첫단추가 잘못 꿰진데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신임 원장에 청와대 출신 인사가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고 막상 최종 후보군에 당사자가 포함되면서 아니 땐 굴뚝에 소문 날까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그 동안 KISA 원장들은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성 보다는 자리나눠먹기식 인사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이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는 왜 안되지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관피아가 사회적으로 문제화되면서 정부 스스로 관피아 척결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놓고 KISA 원장에 버젓히 청와대 출신을 후보로 올려 놓은 채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일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실제 지난 5월 박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으며, 최양희 미래부 신임장관 역시 인사 청문회에서 “KISA 원장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그나마 과거 원장들은 관피아이긴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인물들이라 산업계의 저항이 덜했지만 이번 후보대상자는 이 분야와는 무관한 경력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야권에서 조차 당사자가 실제로 원장에 선임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가 원장으로 선임된다면 그야말로 정부는 물론 대통령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에는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산업계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까지 인사가 이루어진다면 결말은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더 이상은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면 이제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주체는 당연히 후보 당사자다. 지금의 상황은 죽는 게 사는 거고 사는게 죽는거다.

 

자신의 경험과는 무관한 분야 보다는 후보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더 큰 역할을 맡는 게 올바른 선택이다.

 

대통령의 권위와 신임 장관의 위상을 세워주고, 여기에 더해 후보자가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 지, 후보자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때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