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PC 저장장치 시장에서 SSD 열풍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SSD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SSD는 기존 HDD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가 장점이지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최근에는 SSD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든 PC 부품에는 ‘수명’이 존재하는데, SSD는 제품에 따라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의 수명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SSD의 안정성을 논할 때 SLC, MLC, TLC와 같은 낸드플래시의 종류를 주로 언급했다. SLC와 MLC, TLC는 하나의 셀에 각각 1비트, 2비트, 비트씩 저장함을 의미하는데, TLC에서 SLC로 갈수록 안정성이 높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때문에 SLC는 주로 기업용 SSD에 사용되며, 일반 소비자용 SSD에는 MLC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기술이 발전하면서 TLC의 안정성도 많이 개선돼 최근에는 TLC 방식의 소비자용 SSD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SSD 시장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840 EVO SSD(사진= 삼성전자)

 

나아가 최근에는 SSD를 오래 사용하면 발생하는 성능 저하 문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특성상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과정에서 완전하게 삭제되지 않는 쓰레기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이 때문에 SSD를 설치하고 얼마간은 제품 스펙에 표기된 빠른 속도를 보이지만, 사용 중 어느 시점이 지나면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한 SSD 제조사 관계자는 “SSD에서 10GB 이상의 데이터 전송 속도에 대한 테스트를 ‘더티 테스트’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스펙상 수치가 높은 제품들도 3GB 이상 데이터를 쓰면 속도가 몇 분의 일로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며 “특히 PC방과 같이 24시간 365일 PC를 구동하는 환경이라면 이러한 속도저하 문제가 더욱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SSD 제조사들은 오래 사용해도 속도저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에 초점을 두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의 840 EVO SSD에서 속도저하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오는 10월 중순 개선된 펌웨어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엄밀히 부품상의 문제는 아닌 만큼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840 EVO에서 지적된 속도저하 문제는 주로 저장한지 1개월 이상된 오래된 데이터를 읽을 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저장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문제없이 빠른 속도를 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출시돼 초기 구매자도 사용시간이 1년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낸드플래시 수명 문제라기보다 SSD와 PC 간의 데이터 처리를 관장하는 컨트롤러의 펌웨어 문제가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SSD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낸드플래시에 기록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이를 TBW(Terabytes Written)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어떤 SSD의 수명이 150TBW라면, 이는 150TB의 데이터를 썼을 때 성능이 크게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 100GB씩 쓰는 사용자의 경우 약 4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소비자용 SSD는 이를 기준으로 3~5년의 보증기간을 두고 있다. 가격은 좀 더 높지만 안정성을 높인 ‘프로’ 제품군은 제조사에 따라 10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용도의 PC 사용자라면 크게 수명을 개의치 않고 사용할 만한 수준이다.

 

아울러 몇몇 SSD 제조사들은 낸드플래시의 수명을 연장하는 자체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플렉스터 프로 제품군에 적용되는 ‘플렉스 터보’ 기술은 SSD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데이터 패턴을 비교분석해 중복되는 데이터를 줄여 기록하는 메모리 사용량 감소 기술(RMU)을 적용했다. 샌디스크도 자사의 고성능 SSD 라인업에 속도저하를 방지하는 ‘n캐시 프로’ 기술을 탑재해 선보이고 있다.

 

▲플렉스터의 플렉스 터보 기술에 적용된 메모리 사용량 감소 기술(자료= 플렉스터)

 

한편, 사용자 측면에서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최적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SSD의 성능을 유지하고, 자신의 사용 습관을 반영해 예측되는 수명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설치 과정에 유의하되, 제조사의 최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SSD에 데이터를 가득 채우지 않고, 10~15% 정도 비워두는 것도 속도저하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권장한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