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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김남규]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담당 부행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순우 행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서금회'(서강금융인회)가 주목받으면서, 우리은행 차기 행장 인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금회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패하자 서강대 출신들이 모여 결성한 조직이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캠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회 출신 인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금융권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를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캠프에서 몸담고 직접 활동했던 이덕훈 당시 프라이빗에쿼티펀드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하자 수출입은행장으로 선임됐고,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홍기택 중앙대 교수 역시 KD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찼다.

 

이외에도 2금융권에서는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이 서금회 출신으로 CEO자리에 올라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한 정연대 코스콤 사장과 KB사태 당시 국민은행장 권한 대행을 지낸 박지우 부행장 등도 서금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이순우 행장의 연임보다는 이광구 부행장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우리은행 민영화의 예비입찰 흥행 여부가 이순우 행장의 연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순우 행장의 가장 큰 과제가 바로 우리은행의 성공적인 민영화에 있기 때문에다.

 

그러나 상황은 이순우 행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동안 우리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교보생명이 최근 발을 빼는 듯한 모습으로 돌아섰고, 타 시중은행 역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교보생명이 예비입찰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며, 단 한곳도 인수 의향을 밝히는 곳이 없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가 전제한 두 곳 이상의 유효경쟁 입찰 성립은 고사하고 민영화 작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순우 은행장이 24일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순우 행장은 지난 20일 자사주 1만주를 주당 1만1300원으로 장내매입 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에 1만주 매입부터 올해 10월 1만주 매입 등 세 차례에 걸쳐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재 이순우 행장의 우리은행 자사주 보유 현형은 취임 전 보유주식을 포함해 현재 3만1988주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을 통해 지난 19일 주식시장에 상장됐으며,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주가의 향방이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은행 측은 이순우 행장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우리은행 민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은행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통해 끝까지 민영화를 완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서금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면서 "서금회 출신 인물들이 금융권 요직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광구 부행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우리은행이 이번에도 민영화에 실패하게 되면 이순우 행장 책임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행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 역시 민영화에 대한 자신감 뒤의 다급함이 반영된 게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해 증권 계열과 지방은행 계열 매각을 통해 2단계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으며,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민영화는 경영권지분과 소수지분으로 나누어 28일 예비입찰을 앞두고 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