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관리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재난을 미리 짐작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만난 뒤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기존 위기·재난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IT조선 박상훈] 재난안전에 대응하는 활동의 핵심은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 분석, 전달하는 것인만큼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 데이터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관련 기관간 칸막이를 없애 실시간 모니터링과 상황 판단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위기상황이나 태풍 등의 재난에 대비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역시 이들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미리 사람을 대피시키거나 관련 지역과 시간대에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적시적소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그림=기상청)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 (그림=기상청)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재난안전 대응 체계를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선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공업연구사는 적시적소에 맞춤형 재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어 기존 재난관리 기관의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공 분야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 전달하는 시스템이 탄탄하지 못하다. 재난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지자체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실제 재난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지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재난상황실에서 다양한 기관의 재난안전 정보를 통합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방향 전달을 하는 사례가 많아 효과적인 재난관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전국 단위의 재난관리 종합정보시스템인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자연재해 분야 12종의 시스템과 소방, 구조, 구급 분야 12종의 시스템 등으로 구성됐다. 이 시스템에는 43개 기관 223종의 재난관리 정보가 공유된다. 그러나 최근 사고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점점 복잡해지는 재난상황에 대응하는 데는 충분치 못하다고 최 연구사는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는 정보 자체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공공정보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인데, 실제로 상황 발생시 대응하는 1차적 활동 외에 재난안전에 대해 미리 대응 정책을 수립하려면 관련기관내 공공 정보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민간정보까지 융합,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난관리 단계별 NDMS 시스템 연관도 (그림=한국지역정보개발원)
재난관리 단계별 NDMS 시스템 연관도 (그림=한국지역정보개발원)
이는 최근의 정보흐름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민간의 정보유통 채널은 신문, TV,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지는 동일본 대지진, 우리나라 강남지역 침수피해,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따라서 이같은 소셜미디어의 재난관리 잠재력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최 연구사는 제안했다.

정부가 새로운 국정철학으로 내세우는 '정부 3.0’ 역시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방과 공유, 소통,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순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부과 민간, 정부와 국민간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정보를 활용한다는 의미다. 

이런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빅보드(Smart Big Board)’다. 재난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상, CCTV, 재난이력 등 가용한 정보를 모든 통합해 현장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 대응하는 재난관리 플랫폼이다. 무인항공기 등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를 이용해 재난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민간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SNS를 분석해 평상시 재난에 대한 관심사를 분석하고,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트윗을 통해 재난전조를 파악하고 현장상황을 모니터링한다. 해당 지역 사용자에게 대피경보를 전송해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4월 발생한 경주 산대 저수지 붕괴사고 당시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전에 이미 트윗으로 붕괴위험에 대한 경고가 전파됐다.

스마트 빅보드를 이용한 대설 모니터링 (화면=안전행정부)
스마트 빅보드를 이용한 대설 모니터링 (화면=안전행정부)
아직 기술적으로 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처리하는 이른바 ‘빅데이터’ 관련 시스템 요소 기술을 더 개발해야 하고, 각 부처와 기관 간의 데이터를 연계하기 위한 정책과 표준도 필요하다. 정부도 공공 데이터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안전책임관(Chief Security Officer) 제도를 도입하는 등 후속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 현안과제들을 해결하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현안에 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급선무”라며 “이럴 때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생 원인과 현재 상황, 관련 이슈, 앞으로의 전망 등을 확보하면  최적의 해결 솔루션을 만들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