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형원] 셋톱박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국내에서는 올레TV 등의 IPTV서비스를 통해 일부 게임이 제한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셋톱박스만으로도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구글의 안드로이드TV와 아마존의 파이어TV다. 두 서비스 모두 게임이 메인 콘텐츠는 아니지만 향후 게임시장의 구도를 뒤흔들 만큼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게임에 특화된 셋톱박스 등장

구글은 지난 10월 안드로이드 5.0 롤리팝 발표와 함께 ‘넥서스 플레이어’(Nexus Player)라는 의외의 제품을 소개했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TV 운영체제를 탑재한 일종의 셋톱박스 기기다. 눈에 띄는 것은 게임 컨트롤러를 더하면 게임기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넥서스 플레이어 (이미지=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이미지=구글)
안드로이드TV 운영체제는 스마트폰에 쓰이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TV와 셋톱박스에 최적화시킨 것이다. 보여지는 화면 인터페이스를 비롯해 콘텐츠 검색은 주로 음성입력을 통해 이루어지며, 사용하다 보면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나열해 주는 똑똑한 기능을 갖췄다.

안드로이드TV 인터페이스 (이미지=구글)
안드로이드TV 인터페이스 (이미지=구글)
안드로이드TV 플랫폼으로 서비스되는 콘텐츠는 구글의 앱장터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다운로드 판매되는 영화, 음악, 게임은 물론 ‘훌루 플러스’, ‘넷플릭스’등 유명 영화다운로드서비스(VOD) 콘텐츠도 이용 가능하다. 안드로이드TV 게임의 경우 안드로이드용 게임 앱 중 TV화면과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게임 즉, 안드로이드TV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게임 앱을 중심으로 이용 가능하다.
넥서스 플레이어 게임 컨트롤러 (이미지=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게임 컨트롤러 (이미지=구글)
유명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역시 ‘파이어TV’(Fire TV)라는 셋톱박스를 판매하고 있다. 파이어TV는 구글의 넥서스 플레이어와 상당히 유사하다.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파이어TV는 아마존의 콘텐츠 생태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파이어TV (이미지=아마존)
파이어TV (이미지=아마존)
구글과 아마존이 TV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에서만 년간 700억 달러가 넘는다는 TV광고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과 자사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늘려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되는 셋톱박스, 어떤 제품이 있나?
영화, 드라마 등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주축으로 본다면 대표적인 셋톱박스는 애플의 ‘애플TV’, 구글의 ‘안드로이드TV’와 ‘크롬캐스트’, 아마존의 ‘파이어TV’, TCL의 ‘로쿠TV’ 등이다. 이 중 게임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안드로이드TV와 파이어TV 2가지다. 애플TV의 경우 차세대 제품에서 게임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언제 어떻게 서비스 되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넥서스 플레이어 (Nexus Player)
 
‘넥서스 플레이어’는 구글이 대만의 에이수스(ASUS)와 함께 만든 안드로이드TV 운영체제 탑재 셋톱박스다. 본체는 120mm x 120mm x 20mm로 작은 컵받침과 닮은꼴이며 본체 내부에는 1.8GHz로 동작하는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와 파워VR 6 그래픽 코어를 탑재했다. 메인 메모리 용량은 1GB, 스토리지는 8GB다. 본체 가격은 99달러로 매우 저렴하다. 게임 컨트롤러는 별매품이며 39달러에 판매된다.

넥서스 플레이어 (이미지=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이미지=구글)


아마존 파이어TV (Amazon Fire TV)
 
‘파이어TV’는 아마존의 ‘파이어OS’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셋톱박스다. 파이어OS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AOSP)에 기반해 만들었기 때문에 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앱을 조금만 고치면 바로 파이어OS용 앱을 둔갑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어TV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064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메인 메모리 용량은 구글의 넥서스 플레이어 보다 더 많은 2GB다. 가격은 넥서스 플레이어와 같은 99달러다. 게임 컨트롤러는 39달러에 별도로 판매되고 있다.

파이어TV (이미지=아마존)
파이어TV (이미지=아마존)


국내에서는 지역제한 조치로 넥서스 플레이어, 파이어TV 모두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북미지역 소비자들은 두 기기 모두 매력적인 제품임엔 분명하다.

게임기가 더 낳지 않을까
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아마존 파이어TV 두 제품 모두 현재 판매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원 등의 게임기에 비하면 한참 모자른 성능을 지녔다. 미국 게임 소비자들이 원하는 매우 현실적인 그래픽의 1인칭슈팅 게임을 즐기기에는 성능상 여러모로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서스 플레이어와 파이어TV는 거실 TV게임 시장에서 높은 가능성을 지녔다. 본체 가격과 게임 콘텐츠 가격이 저렴하고 전용 게임기처럼 긴 게임 설치시간을 요구하지 않아 정말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서스 플레이어와 파이어TV가 게임기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킬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 구글이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양질의 게임을 늘리기 위해 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듯 구글과 아마존이 게임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면 게임기와는 별도로 또 다른 게임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파이어TV (이미지=아마존)
파이어TV (이미지=아마존)

넥서스 플레이어 (이미지=구글)
넥서스 플레이어 (이미지=구글)
김형원 기자 aki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