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과 금융기관의 차기 먹거리 확보 등으로 국내 기술금융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미흡한 준비에 떨어지는 전문성 등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일단 기술금융 시장의 성장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기술금융 시장에 선두자리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시중은행의 움직임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IT조선 김남규] 기술금융이 국내 은행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선두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전통적 강자인 기업은행이 선두자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하나·우리·신한·국민은행 등이 선두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은행연합회의 국내 기술금융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기술금융 지원 건수는 9921건이고, 금액 기준으로는 5조8848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전월대비 3686건이, 금액 기준으로는 2조2933억원이 증가했다.

11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기술금융 지원 현황 (출처=은행연합회)
11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기술금융 지원 현황 (출처=은행연합회)
 

은행 자율로 지원된 기술금융 역시 11월 말을 기준으로 5355건으로 집계됐고, 금액으로는 3조84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2657건이 늘었고, 금액으로는 1조8892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기술금융 실적이 수직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보와 온렌딩, 은행 자율을 합친 시중은행별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특수은행인 기업은행이 2672건에 1조2502억원을 지원해 선두자리를 지켰다. 신한은행이 1954건에 1조2783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 1694건에 9761억원, 하나은행 1145건에 8042억원, 국민은행 870건에 4759억원, 외환은행 399건에 380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각 은행별 기술금융 지원 현황 (출처=은행연합회)
각 은행별 기술금융 지원 현황 (출처=은행연합회)
 

우선,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전담조직 운용하고, 기술평가업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술금융 시장 1위를 굳힌다는 전략하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IB본부 IB지원부 안에 기술평가팀을 신설했다. 또한 올해 3월부터는 기술평가팀의 부서 및 팀 명칭을 기술금융부 기술금융팀으로 변경했고, 7월에는 기술금융팀을 기술사업팀과 기술평가팀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더했다.

여기에 기술금융 평가업무 수행을 위해 11명의 전문 인력을 새로 충원해 각 분야별 평가 전문성을 높였고, 자체적인 기술평가업무시스템을 구축해 기술평가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했다. 기술금융 지원 체계화와 전문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특허청과 협력해 지난 4월 시중은행 최초로 특허권을 담보로 500억원을 지원하는 ‘IP 사업화자금대출’을 선보였다. 또한 9월에는 대출 한도를 1000억을로 늘리는 등 우수 중소기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출 실적 2위를 기록 중인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활성화 3단계 전략방안을 수립하고, 선두추격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역량 기반마련과 인프라 구축, 기술금융 가치창출로 구성된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기술평가 전담부서인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다. 10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했고, 기업여신심사부 안에 기술전담 심사역 24명을 배치하는 등 조직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작업 중이다.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위해 ‘창조금융대출 패키지’라는 종합 지원 상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88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신한은행은 우수 중견,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해외 네트워크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총 5개국의 해외 네트워크에 ‘글로벌지원 데스크’를 운영해 해외 기업 고객 유치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무역보험기금 100억원을 출연, 중소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지원도 강화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대출 실적이 저조했던 KB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취임과 함께 기술금융 지원 확대 의사를 피력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취임과 함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지식·기술금융 지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재기 지원 강화를 공식화했다. 또한 연 2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출 규모를 25조원 규모로 확대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조직 전문성 강화를 10여명의 인력을 새로 충원했고, 창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재기 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KB기술창조기업 우대대출, 우수기술기업 TCB신용대출, 기술보증기금협약 TCB신용대출, 더드림 소호신용대출 상품을 새로 선보였다.

하나은행 역시 전문조직 구성과 신상품 출시 등으로 기술금융 지원 확대에 나섰다. 지난 7월에는 심사부 안에 기술신용정보 심사팀을 설치했고, 두 달 뒤인 하는 9월에는 ‘창조금융지원센터’를 신설했다.

또한 중소기업 대상 ‘하나중소기업 행복나눔 대출’ 상품을 새로 선보여, 저신용도 중소기업에게도 한도 1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 윈윈펀드’도 운영 중으로, 벤처 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에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의 기술금융실적 우수 지점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의 기술금융실적 우수 지점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최근 특허청과 시중은행으로는 최초로 업무협약을 맺고 지식재산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가치평가 시스템과 대출상품을 공동 개발에 나섰다.

지난 8월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자회사인 i-KAIST와 협력해 ‘우리창조기업 파트너론’을 출시했다. 또한 같은 달 ‘우리창조 기술우수기업 대출’을 선보이는 등 기술금융 상품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술평가와 관련한 수수료도 은행이 전액 부담키로 결정했고, 우수기업 육성 및 수출역량 강화를 위해 전담 영업점 및 컨설팅팀으로 구성된 금융서비스(T.O.P)를 제공하고 나섰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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