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에 400억 원가량의 돈을 또 물어준 것으로 전해지면서 ‘먹튀’에 ‘이면계약’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싱가포르 법원의 중재 판정을 받아들여 론스타에 약 400억 원을 지급했다.

 

과거 논란이 됐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자회사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매각대금을 줄이기 위해 외환카드에 대한 허위 ‘감자설’을 유포, 고의로 주가를 낮춘 사건이다.

당시 론스타는 이 사건으로 국내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고, 외환카드의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 등에 2012년 손해 배상금으로 713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론스타는 수개월 뒤 ‘외환은행도 배상금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싱가포르 현지 사법부로부터 외환은행도 손해배상금 일부를 분담하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론스타가 주도한 것을 인정하지만, 외환은행 이사회 역시 당시 만장일치로 주식 매수를 결의했다는 이유에서다. 론스타 뿐 아니라 외환카드도 저가 매수로 이익을 얻은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언론 보도가 알려지자 외환은행 노조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서며, 진상규명을 위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30일 외환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주가조작 사건 무죄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외환은행이, 같은 재판에서 유죄확정을 받은 론스타에게 결국 거액의 돈을 지급한 것”이라며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저질러 외환은행 직원과 소액주주에게 상처를 준 장본인인 론스타에게 오히려 거액의 돈을 배상한 꼴”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싱가포르 법원의 중재판정이 국내 대법원 확정판결과 상반된 결과로 나왔는데도 중재판정 취소소송 등 집행여부를 따지는 그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이사회 결의도 없었고, 공시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노조 측은 이를 두고,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사이에 사전 합의한 모종의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가조작 대법판결과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던 2011년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이미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에서 중재판정이 진행됐던 2012년에는 론스타가 지배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과거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매매로 4조원이 넘는 돈을 챙겨 ‘먹튀’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또한 한국정부를 상대로 4조6000억원 규모의 ISD 국가소송을 진행해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