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IPTV와 케이블 등 유료방송 이용자가 90%를 넘는다고 해도 시골 어르신 댁에서는 이를 즐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지상파 방송국들도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평소와 달리 꽤 볼 만한 영화들을 대거 편성해 눈길을 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명절맞이 특선영화들이 다수 준비됐다. 어떤 영화들이 설 연휴 기간 동안 방송되는지 정리해봤다. 참고로 자정이 넘어 방영되는 영화는 익일로 표시된다.

2월 17일(화)

일대종사(KBS1, 23시 40분) 



‘화양연화’, ‘중경삼림’, ‘동사서독’, ‘타락천사’, ‘아비정전’, ‘해피 투게더’ 등 수많은 영화들을 히트시킨 홍콩의 대표 컬트무비 감독 왕가위의 작품이다. ‘일대종사’는 진득한 색감과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미장센이 특기인 그의 작품이기에 단조로운 드라마에 액션만을 자극적으로 늘어놓은 여느 무협영화들과 달리 빛과 미장센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며 중국 근대사에 실존했던 인물인 ‘엽문(이소룡의 스승)’의 모습을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주연 배우는 국내에 친숙한 양조위와 장쯔이가 맡았고 송혜교가 주인공인 ‘엽문’의 아내 역할을 맡았다. 출연진과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2월 18일(수)

은밀하게 위대하게(SBS, 01시 05분)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가 강동원을 위한 영화였다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철저하게 김수현의 인기를 노린 코믹영화다. 김수현은 극 중 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거주하게 된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을 연기했다. 미남 배우 김수현의 아찔한 복근이 이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다. 

극 중 바보의 모습과 엘리트 공작원의 모습을 잘 소화해낸 김수현의 연기는 김수현 팬이라면 또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일 듯하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EBS1, 9시 40분)



마을의 엉뚱한 발명가 플린트가 물을 음식물로 만드는 ‘슈퍼 음식복제기’를 발명했다.처음에는 하늘에서 핫도그, 피자, 푸딩, 치킨, 아이스크림 등이 쏟아지면서 일약 마을의 스타가 되지만 갈수록 거대해지는 음식들의 끝없는 낙하에 마을은 대 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너무나도 만화적인 판타지로 가득한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는 시선을 떼기 힘든 영상의 연속이다. 3D 애니메이션의 입체감과 원색을 잔뜩 살린 맛깔스러운 음식들은 적어도 방영하는 시간 동안 아이의 응석이 잠잠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댄싱 퀸(KBS2, 12시 50분)



충무로 톱 배우로 손꼽히는 인기배우 황정민과 가수와 연기자를 넘나드는 엄정화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혹시 가수 해 볼 생각 없어요?” 라는 말 한 마디에 결혼과 함께 접었던 댄스가수의 꿈을 펼치기 시작한 주부 정화는 돌연 서울시장 후보가 된 남편 정민의 내조와 가수의 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2중생활을 해나간다. 

‘댄싱 퀸’은 엄정화의 녹슬지 않은 춤과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며 동시에 가족의 소중함과 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명절 맞이 가족영화의 본분을 착실히 수행한다. 특이하게 극 중 배우의 이름과 주인공 배우의 이름이 같다. 

끝까지 간다(KBS2, 22시)



‘끝까지 간다’는 자신의 뺑소니로 사망한 사람을 어머니의 관에 숨긴 형사와 이를 뒤쫓는 정체 모를 목격자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이선균과 조진옹의 연기 파워로 지난해 34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EBS1, 22시 45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약 12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관객 6위에 랭크된 영화다. 할리우드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병헌이 광해군과 광해군을 꼭 닮은 대역 ‘하선’의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영화계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류승룡은 도승지 ‘허균’을 연기했고 여배우 한효주는 ‘중전’을 맡아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왕자와 거지’처럼 왕과 닮은 대역이 정치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광해군을 해하려는 자를 대신해 광해군을 연기하게 된 만담꾼 하선이 난폭했던 광해군 대신 인간미 넘치는 정사를 펼치면서 서서히 감동의 스토리로 바뀐다. 완벽하게 다른 성격의 두 배역을 소화해낸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이는 ‘웰-메이드’ 사극이다. 

2월 19일(목요일)

와즈다(KBS1, 24시 20분)



‘일대종사’에 이은 KBS1의 아시아 영화 2탄. 국내서 접하기 힘든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업영화로,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꽤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는 엄마의 엄명으로 자전거를 살 수 없게 된 와즈다가 자전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잃어버린 동생 신발을 얻기 위해 달리기 대회에 나간 소년의 모습을 담은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처럼 ‘와즈다’도 코란 경전 퀴즈대회에 나가 상금으로 자전거를 획득하려 한다. 

이 영화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유명한 얘기다. 중동지역 여성의 인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따스한 작품이다. 

감기(MBS, 24시 35분)



인류가 멸망하는 시나리오는 무수히 많지만 현실의 과학자들은 전쟁이나 화산 분화, 외계의 침공 같은 것보다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이 가장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 ‘감기’는 호흡기로 감염돼 치사율 100%에 이르는 최악의 바이러스를 주제로 삼았다. 

장혁과 수애, 유해진과 아역배우로 유명한 박민하 양이 주연을 맡았다. 다소 뻔한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흠이라면 흠이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 공포는 다른 재난영화들과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박수건달(SBS, 01시 05분)



실생활에서는 말수가 적고 웃기지 않는다고 알려진 배우 박신양은 연기력이 꽤 훌륭한 배우지만 의외로 전혀 웃기지 않게 생긴 외모에서 튀어나오는 말과 행동이 더 큰 웃음을 유발해 코믹 연기로서의 주가가 높다. 

‘박수건달’에서 박신양은 보스와 동생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엘리트 건달 ‘광호’를 연기하지만 칼에 맞으며 운명선이 변해 용한 박수무당을 겸하게 된다. 이 상황이 조폭 식구들에게 알려지면 현재의 자리가 위태해지므로 광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조폭과 박수무당의 2가지 역할을 해나간다. 

‘박수무당’은 참신한 스토리로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평단의 평가는 냉담했다. 이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불후의 명작은 아니지만 시간 때우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의미다. 

플랜 맨(KBS2, 11시 10분)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1초도 어긋남 없이 생활하는 강박증 환자 정석과 그를 평범한 생활로 이끌어낸 무계획 뮤지션 소정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마치 짐 캐리의 ‘예스맨’의 한국 버전 같다. 

연기력이 출중한 정재영이 플랜맨 역할을, 최근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상큼발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한지민이 거침없는 뮤지션 소정을 연기했다. 한지민의 노래도 듣기 좋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아이언맨3(KBS2, 20시 30분)



마블 스튜디오의 여러 히트작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언맨’ 시리즈의 최신작. ‘어벤저스’로 외계인과의 전투를 치르며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게 된 토니 스타크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번 에피소드에는 마크 17, 마크 42, 마크 38 등 40여 대의 아이언맨 수트가 등장해 블록버스터 무비의 면모를 과시한다. 

아이언맨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며, 한 번 본 이들도 다시 봐도 재미 있는 작품이다. 

2월 20일(금요일)

피막(KBS1, 24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태국 영화. ‘피막’은 태국에서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감독은 ‘셔터’, ‘샴’ 등 공포영화를 연출한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 태국의 민간전승 설화를 기초로 만든 작품이지만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까워 거부감 없이 명절에 즐기기 알맞다. 

더 테러 라이브(KBS2, 11시 40분)



지금은 한 물 간 과거의 유명 앵커가 인기 회복을 위해 테러범을 인터뷰한다는 내용의 ‘더 테러 라이브’는 과열된 특종 열기와 국내 대교를 폭파하는 등 스케일 큰 테러범 등 긴박감을 주는 내용이 여럿 있는 스릴러 영화다. 이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연기파 배우 겸 감독인 하정우이며, 테러범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는 드라마 ‘미생’의 김대리로 유명세를 탄 김대명이다. 

이 영화는 여러 스릴러 영화들의 성공공식을 따라 긴박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와 짧은 샷들의 연결로 영화가 의도한 긴장감을 잘 전달한다. 무엇보다 한강 폭탄 테러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는 내용과 그 사이 벌어지는 테러범과 주인공 간의 심리전이 돋보인다. 국내에서 5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린(KBS2, 21시 30분)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를 암살하려는 일당들과 정조의 대결을 그린 일종의 퓨전 사극. 우리에게 태평성대의 시대로 알려진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시기는 실제 당파싸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노론이 실세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조를 암살하려는 모의가 발각되고 정조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 

어느 정도 판타지를 가미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역린’은 미남 배우 현빈과 연기파 배우 정재영과 조정석 등이 출연해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다.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한복과 장신구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볼거리들이다.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 수준의 활 솜씨를 자랑하는 현빈의 모습이 이 영화가 ‘허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지만 긴장감을 잃지 않는 전개와 화려한 액션 장면,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묘사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글래디에이터(EBS1, 22시 45분)



말이 필요 없는 명작. 절정기의 로마제국에서 맹위를 떨치던 장군 막시무스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부터 왕위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가 황제가 된 후 막시무스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막시무스마저 죽인다. 하지만 운 좋게 살아난 막시무스는 검투사 노예가 돼 오로지 가족의 복수를 할 기회를 노리며 생사를 오가는 결투에서 계속 이겨나간다. 

할리우드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답게 ‘글래디에이터’는 스케일 큰 초반 전투장면과 살아남은 막시무스의 고된 결투장면을 사실감 넘치게 카메라에 담았다. 보는 내내 땀을 쥐게 만드는 영상미는 영화 ‘300’과 함께 전쟁영화의 백미다. 
  
2월 21일(토요일)

5일의 마중(KBS1, 24시)



장예모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인 공리가 다시 한 번 손을 잡은 2014년 작품. 이제는 ‘집으로 가는 길’의 청순했던 공리도 세월의 옷을 입었지만 그의 나이든 변화가 배역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부인의 곁을 지키는 남편의 애절함이 전해져 보는 순간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된다. ‘5일의 마중’은 장예모 감독과 공리가 ‘황후화’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수상한 그녀(SBS, 21시 55분)



심은경과 나문희, 박인환의 연기가 빛을 낸 코미디 영화. 영화 ‘빅’은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는데 ‘수상한 그녀’는 칠순 할매 말순이 스무살 꽃다운 나이가 돼 벌어지는 모습을 그렸다.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기가 막히게 웃기다는 것.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에 즐기기 딱 알맞다. 

2월 22일(일요일)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KBS1, 24시 25분)



먼저 지금은 고인이 된 주연배우 폴 워커에게 명복을 빈다. 시리즈 4편째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범죄자가 돼 경찰에게 쫓기는 도미닉(빈 디젤)과 잠입수사를 하는 브라이언(폴 워커)가 한 팀을 이뤄 여인과 친구의 복수를 하는 본격 레이싱 액션영화다. 경찰과 범죄자의 콤비를 그린 버디 무비 형식 아래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을 이용한 스피드 대결 등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속도감이 압권이다. 

꽤 잘 만들어진 스토리 전개와 연기 덕분에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뒀다. 자동차 마니아들이라면 필견의 작품이다.

2월 23일(월요일)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KBS1, 24시 25분)



22일에 이어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가 방영된다. 이번 작품은 전편보다 더 볼거리가 많고 더 속도감을 높였다. 제목처럼 제한 없는 스피드 액션이 압권. 폴 워커와 빈 디젤 외에도 이들을 쫓는 프로레슬러 ‘더 락(드웨인 존슨)’의 모습도 반갑다. 

액션 시리즈물의 특징은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더 많은 물량을 쏟아 붓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도 미국, 브라질, 푸에르토리코를 누비며 더 강하고 빠른 액션을 제공한다. 

※ 사진 : 각 영화 포스터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