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방가전 시장에서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사 모두 프리미엄 주방가전 라인업을 공개하며 주방가전의 고급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주방가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 때문으로 보인다. 


 
기술 평준화로 중국산 저가 가전 빠르게 성장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CE 부문에서 매출 10조 2600억 원을 기록했지만 14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CE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늘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이 프렌치 도어 냉장고와 푸드 쇼케이스 냉장고는 전년 대비 77% 판매가 늘었고, 드럼세탁기도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한 보급형 제품의 매출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에서 매출 4조 644억 원, 영업이익 2293억 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이 4.8% 줄어들었다. 두 기업의 가전부문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가전업계의 기술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백색가전들의 점유율이 이를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TV 사업에서 이미 발생한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해외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보급형 제품에서는 그 수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보급형 브랜드들의 품질도 꽤 볼 만한 수준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를 선택 후보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산 TV 제조사들도 가격을 대폭 낮추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압박해오고 있다. 그 같은 위기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택한 전략은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매출액 증가였다. 양사는 커브드 UHD, 나노 크리스탈 테크놀러지, OLED 패널 등 경쟁사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프리미엄 기술을 해마다 추가하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로 제품의 가격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절대우위’ 기술 강조로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 선도

삼성의 프리미엄 주방가전 '셰프컬렉션'(사진=삼성전자)
삼성의 프리미엄 주방가전 '셰프컬렉션'(사진=삼성전자)

주방가전 시장에서 보급형 제조사들이 가격으로 압박해오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모델 출시를 늘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의 ‘셰프컬렉션’이다. 셰프컬렉션은 미술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제작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다. 현재 냉장고, 전기레인지, 오븐, 식기세척기의 4종류로 제품이 구성됐다. 냉장고의 경우 모델에 따라 소비자가격이 600만~700만 원에 달하며, 다른 제품들도 소비자가격은 각각 249만 원이다. 물론 실 구매가격은 이 보다 저렴하지만 소비자가격 기준으로는 단 4개의 주방가전을 구입하는 것만으로 약 15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가격이 비싸지만 성능 면에서는 ‘최고’라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세프컬렉션 냉장고의 경우 온도편차가 0.5도 이내로 매우 뛰어나며 전기레인지는 ‘버추얼 플레임’으로 전기레인지 온도 세기를 시각화했다. 전기오븐은 ‘고메 베이퍼’ 기술을 적용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주며 식기세척기는 ‘워터월’ 기능으로 사각 없는 세척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빌트인 형태의 ‘셰프컬렉션’을 추가하면서 셰프컬렉션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요리사들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뛰어난 성능과 함께 유행을 타지 않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를 채택해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유명 백화점과 요리학교 등과 협업하면서 그간 격차를 유지하던 유럽 브랜드들과도 직접대결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LG 스튜디오'(사진=LG전자)
LG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LG 스튜디오'(사진=LG전자)
LG전자도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가 2013년 미국에 출시한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 ‘LG 스튜디오’는 작년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고, 올해는 유통채널을 넓혀 매출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 스튜디오’는 오븐레인지, 냉장고, 쿡탑, 빌트인 오븐,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주방가전들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이들 제품은 빌트인 제품으로 만들어졌고 전체 시스템의 가격이 2만 달러(약 2200만 원)에 달한다. 전 제품 모두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하고 평면 타입 도어를 채택하는 등 디자인을 일원화해 패키지 구입 시 하나의 잘 정돈된 프리미엄 주방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아직 국내 시장에는 ‘LG 스튜디오’ 출시 계획이 없다. 빌트인 가전의 수요 대부분이 유럽 등 선진시장에 집중된 탓에 국내 시장의 출시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일찍이 “가격 경쟁보다 사용 편의성, 디자인,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