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많이 팔아야 하는데… 현재까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네요.”

“작년과 비슷합니다. 제습기 특성상 비가 오고 습도가 올라가야 판매가 확 느는데 아직 태풍 하나 지나간 것밖에 없어서 제습기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어요. 어서 비가 와야 판매가 될 것 같아요.”

제습기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찌감치 무더운 날씨가 시작됐지만 더위는 ‘에어컨’ 판매만을 부추겼을 뿐, 제습기 판매량까지 동반 상승시키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걱정이 앞서는 눈치다. 

마트, 대리점마다 제습기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마트, 대리점마다 제습기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2년에 제습기가 약 45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약 130만 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대비 300%나 판매량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제습기 제조사들은 아직 제습기를 보유한 가구가 많지 않고, 서서히 여름철 필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착안, 너도나도 앞다퉈 제습기를 출시하며 블루오션에 뛰어들었다. 2014년도 봄, 제습기 제조사들은 그 해 제습기 시장 규모를 적게는 200만대, 많게는 최대 약 250만대까지 예측했다. 

비가 안 오면 제습기 판매량 작년 수준된다

그러나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마른 장마’에 그친 작년 제습기 판매량은 실로 참담했다. 200만대는 커녕 오히려 2013년 보다 적은 90만~100만대 규모에 그쳤던 것이다. 문제는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했던 2013년을 겪고 2014년에는 제조사들이 1/4분기부터 제습기를 제작해 창고 가득 쌓아뒀다가 미처 판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습기 제조사 창고마다 판매되지 못한 제습기 재고들이 가득 쌓여 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목표 판매량을 외치던 제습기 제조사들은 올해 목표 판매량을 밝히길 꺼리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전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지고 있지만 7월 말까지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습기는 광고할 필요가 없다.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말에 비가 내리면 즉시 판매량이 늘어 새로 시작되는 주의 제습기 판매량이 전주 판매량의 2배 이상일 때가 종종 있었다. 만약 올해 태풍이 올라오다 한반도를 관통하지 않고 스쳐 지나가면 판매량이 예년 수준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래서 기대감은 갖고 있지만 섣불리 목표 판매량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밝힌 현재까지의 제습기 판매량은 작년과 수량이 비슷한 상태다. 습한 날씨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올해 역시 제습기 판매량이 90만~100만대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입니다. 작년도의 재고수량도 상당한데다 올해 신제품도 있거든요. 판매가 더디다고 재고모델을 끼워팔기하거나 고가 가전제품의 사은품으로 돌리기도 힘듭니다. 이미 일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작년도 제습기 재고를 할인해 판매하기도 하는데 계속 싸게 판매하다가는 자칫 소비자들이 ‘제습기는 사은품’이라거나 ‘저렴하게 구입 가능한 제품’으로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고성능 신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제 값을 매길 수 없게 됩니다. 

신제품 판매 뿐 아니라 전년도 제습기 처분에 대해서도 업체 관계자들은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심한다 해도 해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제습기 업체들은 이미 농부들과 같은 심정으로 비를 고대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