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돈을 모아 특정인이나 기업 혹은 단체에게 투자금을 빌려주는 크라우드 펀딩이 재테크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P2P 대출(Peer-to-Peer Lending)이라고도 불리는 크라우드 펀딩은 그동안 정부 규제로 합법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최근 ‘크라우드 펀딩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P2P 대출이란 은행 등의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발 빠른 일부 업체들이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지만,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는 굵직한 프로젝트 자금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되는 등 시장이 활성화된 상태다.

 

크라우드 펀딩 후원형에서 투자형으로 진화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공급 목적에 따라 비투자형과 투자형으로 크게 구분된다. 초창기 크라우드 펀딩은 비투자형이 주류를 이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기부형은 투자한 원금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공익발전을 위한 펀딩이라 이해하면 된다. 이에 반해 후원형은 특정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바라는 투자상품이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에는 대출형과 지분투자형(증권형)이 있는데, 이중 대출형은 개인 간 직거래 방식 금융 서비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례로 돈을 빌리려는 개인이 중개사이트에 사연과 상환계획을 남기면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증권형은 증권을 매개로 한 자금조달방식이다. 주로 신생기업이나 창업자가 돈을 빌리기 위해 활용하는데, 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투자금액에 비례하는 지분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족쇄 풀린 크라우드 펀딩 시장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핀테크 사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최근까지만 해도 자금을 빌려주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부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대부업법에 위반돼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최근 금융위는 크라우드 펀딩 중개를 담당하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신설하고, 최저자본금을 5억 원으로 낮추는 등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또한, 내년 1월 개정안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 정비, 중앙기록관리기관 및 금융인프라 구축 등 후속조치를 연내에 차질 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류에 힘입어 크라우드 펀딩은 사회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초기 크라우드 펀딩은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역할을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영화와 같은 문화예술계의 제작비 투자, 과학계의 연구비용 조달 등 활동 범위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더 나아가 소액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 모델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상품을 판매하고 나서는 등 전방위 영역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지난 2012년 27억 달러(3조 45억 원) 규모였던 시장 규모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61억 달러(6조 7880억 원)와 162억 달러(18조 273억 원)로 급팽창했다. 또한 올해 역시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 344억 달러(38조 2803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2배 이상 시장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현황은?

국내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올해로 출시 10년째를 맞은 해피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제공 중인 해피빈에 지금까지 1200만 명이 참여한 기부프로그램은 5500여 개 단체에 총 510억 원을 기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5년 7월 첫 서비스에 돌입한 해피빈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으로 주목받은 1세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모금이 필요한 공익단체가 사연을 올리면 기부자가 이를 보고 네이버 가상화폐인 ‘콩’을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영화 산업 역시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된 대표적인 산업군 중 한 곳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국내 영화 산업은 제작비의 대부분을 벤처캐피탈과 배급사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인기리에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은 국민을 상대로 총 3차례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부족한 제작비 20여억 원을 충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연평해전은 이후 벤처캐피탈과 배급사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는데 성공해 영화 제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P2P 대출 플랫폼 빌리가 국내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중 처음으로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펀딩은 4시간 만에 4억 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돈을 빌려가는 사업장 매장 보증금에 펀딩 금액인 2000만 원의 질권을 설정해 원금을 보장한 게 주효했다.

홍대에 위치한 K 매장의 확장비용에 사용될 예정인 이 크라우드 펀딩은 만기 12개월에 연 11.23%의 금리를 제공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우드 펀딩의 열기는 펀딩 포털 와디즈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와디즈는 올해 연말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최근 100인의 배심원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관련 전문가 500여 명이 지원해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가 신청자 역시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리스트와 같은 금융 전문가부터 정부 및 지자체 창업지원 평가위원,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제조업 엔지니어, 문화예술 평론가 등이 포함돼 있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 모델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예금금리가 1%대 후반으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10%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며 “크라우드 펀딩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투자 후 1년간 투자금을 찾을 수 없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 많아 상품 선정에 신중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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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