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SK텔레콤이 지난 9월 이통3사 중 단독 출시한 40만 원대 루나 스마트폰이 일평균 2000대 이상 팔리는 등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에 이어 KT·LG유플러스도 후속모델 출시에 가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루나 스마트폰 후속모델 출시일을 밝힐 순 없지만, 현재 준비 중"이라며 "첫 제품을 SK텔레콤 전용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향후에도 SK텔레콤 단독으로만 출시할 방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나'는 지난 9월 4일 SK텔레콤이 단독으로 출시한 중저가형 스마트폰이다. 44만 9900원의 저렴한 출고가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모델인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이 직접 루나 광고에 출연하면서 '설현폰'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아울러 루나는 TG앤컴퍼니가 '제2의 스카이폰'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SK텔레콤에 2년 전부터 사업제안을 넣어 탄생한 제품이다. 디자인과 개발의 일부는 TG앤컴퍼니가 맡았으며, 아이폰 생산 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 홍하이그룹의 계열사 '폭스콘'이 제조를 담당했다.
이홍선 대표는 "루나 스마트폰은 지난 9월 4일 출시 후, 하루에 약 2000대 정도 팔려나가고 있다"며 "물론, 경쟁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처음 6개월 동안 60만 대를 판매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루나 후속작에 대해) 세계 최초를 강조한 기능을 넣거나, 숫자만 많은 기능을 넣기보다는 오히려 최적화되고 간편하게 덜어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일례로 통신사·제조사의 기본앱을 어떻게 하면 덜 넣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폰6플러스' 빼다 박은 루나폰?… "카피 아니다" 일축
이날 이 대표는 '루나' 스마트폰의 후면 디자인이 애플의 '아이폰6플러스'를 카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루나폰의 디자인은 TG앤컴퍼니가 독자적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시킨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루나 스마트폰은 이통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이폰6플러스'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유인 즉, 5.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와 풀메탈 유니바디, 후면 절연띠 등 ‘아이폰6플러스’가 지니고 있는 특징들이 루나 스마트폰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루나의 뒷부분은 꼭 애플 '아이폰6플러스'가 아니더라도 대만 HTC폰을 닮았다는 얘기도 있다"며 "풀메탈 유니바디, 절연띠 등에 대한 특허는 애플이 가지고 있는 특허가 아니라 폭스콘이 소유한 특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제품 옆 부분에 광이 나는 부분은 발명자가 저희 회사로 돼 있고, 카메라의 위치도 다를뿐더러 아이폰은 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있지만 우리 제품은 그렇지 않다"며 "비슷하다고 보면 비슷하지만 차별화 요소를 얘기하면 완전히 다른 폰"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루나 스마트폰 후면부 하단에는 '디자인 바이 TG앤컴퍼니'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폭스콘이 애플과 TG앤컴퍼니에만 허용한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게 회사 측은 설명이다.
한국판 '샤오미폰' vs 실패작 'W폰'…'루나'의 미래 모습은?
TG앤컴퍼니가 기획·디자인한 '루나' 스마트폰이 국내 이통시장에서 중저가폰 주역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 회사의 미래 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이 최대 33만 원으로 묶이면서 스마트폰 구매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30만~40만 원대 '중저가폰'이 뜨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팬택 부도에 따른 '차기 중소제조사'에 대한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애플·삼성 등 글로벌 IT공룡 기업이 출시하는 스마트폰 제품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우는 중소제조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루나' 스마트폰이 해성처럼 등장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루나'를 만들어 낸 TG앤컴퍼니가 한국판 '샤오미'로 거침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 SK그룹의 실패작 'W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데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 '차이나 돌풍'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 정도의 입지를 굳히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년여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TG앤컴퍼니의 빠른 성장에 업계는 이 회사가 '한국판 샤오미'로 거듭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지난 2009년 SK그룹이 휴대폰 제조업에 나섰다가 2년 만에 돌연 철수를 선언한 'W폰'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SK텔레콤이 TG앤컴퍼니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자사 전용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점 ▲기획 단계부터 함께 협력했다는 점 등이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W폰'은 당시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등 주력 스마트폰과의 자리다툼에서 실패하며, '사업성 약화'를 이유로 더 이상 출시되지 않았다.
이홍선 대표는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우리의 모토"라며 "굶어 죽지 않는 모델로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