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유진상] “기술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발주 체제가 필요하다. 정부 주도 SI(시스템통합) 중심의 발주체제가 아니라 임대, 위탁, 민간투자, 합작법인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27일 SW정책연구소에서는 '공공SW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미나가 열렸다
27일 SW정책연구소에서는 '공공SW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27일 저녁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W정책연구소에서는 ‘공공SW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미나가 열렸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는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동안 우리 공공SW 사업은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저입찰제로 인한 낮은 수익률, 이로 인한 질 낮은 사업 수행, 늦은 발주로 인한 짧은 개발기간 등으로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중복 사업으로 인해 예산도 낭비되고 적절한 예산 확보, 잦은 유찰로 인한 행정비용의 증가 등도 문제로 지적됐으며, 시스템호환성과 SI중심의 발주로 인해 의존성도 문제다. 여기에 공공 정보화 사업의 신규 사업비율(건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지보수비율은 수 년간 70%로 일정했다. 한마디로 침체상황이다.

실제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신규사업비율은 95.6%에서 올해는 25.5%로 줄어들었다. 올 하반기 SW 개발 사업기간은 상반기 SW 개발 사업기간 대비 3개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재흥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8년 이후 신규사업은 감소하고 공공 SW 분야의 역동성은 떨어지고 있다”며 “생태계가 견실화되기 위해선 강건성, 생산성, 다양성 등이 골고루 논의됐어야 하지만, 강건성은 논의된 바 없고 다양성 측면에서는 정부가 임의로 개입하면서 논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장터 개념의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와 민간참여다. 이미 영국과 미국의 경우는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숙경 동국대학교 교수는 “영국의 경우 공공SW 조달 플랫폼인 디지털 마켓플레이스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며 일반 사용자 중심 접근과 솔루션 공급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정부도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도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통해 공공SW의 25%는 민간으로 이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임대 위탁, 민간투자, 합작법인 등의 확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임교수는 PPP(Publc-Private Partnership)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PPP방식은 개발지원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협력해 수행하는 접근 방식으로 이를 통해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마켓플레이스와 관련해서는 업계에서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엄윤웅 LG CNS 공공사업단장은 “대기업은 참여제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공공에서 보고 선택할 수 있는 마켓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는데도 동의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실장은 “정부가 안해도 되는데 이것저것 하려는게 너무 많다”며 조인트벤처, 민간 이양, 공공관리감독진흥원 등 새로운 민간투자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며 철저히 민간주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학 한국공간정부연구원 원장 역시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구체적인 RFP 내용을 제대로 만들어 발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는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두루뭉실하게 발주를 내 놓고 마음에 들때까지 계속 하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잘 모르고 시키는 것 보다는 완전히 민간에 오픈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전체적인 심사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우리 정부는 독점성이 분명히 있다”며 “민간에 개방해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너무 과도하게 막아 비효율화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익호 창의컨설팅 대표 역시 “전자정부 사업에 참여해보니, 조례, 상급기관과의 마찰 등으로 인해 정부의 규제로 인해 사업을 포기할 뻔 한 바 있다”며 “규제가 많고 걸림돌이 생겼을 때 기업편에 서서 함께 하려는 발주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을 줄이기 위한 공공SW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환수 SW산업협회 정책실장은 “영국과 미국 등의 해외사례는 모두 예산을 절감하고자 하는 사례”라며 “우리는 예산은 절대 증가할 수 없다는 데서 시작했는데, 그나마 예산을 절감한 사례를 앞세워 똑같이 따라가려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직접 모든 걸 다 해결하려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정부가 클라우드를 쓰는 것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우리 정부는 G클라우드를 만들곤 이를 상표권을 등록하는 등 공공기관이 기업화되려고 한다”고 질책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