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신한·KB·하나·NH농협 등 4대 금융지주사의 3분기 실적 성적표가 발표된 가운데, 신한금융이 독주 체제를 굳히며 1강 3중 구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금융지주 제공)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금융지주 제공)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주요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리딩뱅크의 입지를 굳혔다. 이에 반해 신한금융과 경쟁 관계에 있는 KB금융 등 타 금융지주의 이번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우선,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0% 증가한 679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관련 업계가 예상했던 6000억 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로써 신한금융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4071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하나금융 2534억 원, NH농협금융 1827억 원 순이었다.
 
올해 3분기 각 시중은행의 순익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4625억 원을 기록해 시중은행 중에서도 선두자리를 지켜냈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이 2336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2281억 원과 1308억 원을 기록해 선두와의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각 은행 실적이 전체 금융지주 실적에서 차지한 비중을 살펴봐도 신한이 59%를 기록했고, KB 67%, 하나 88%, NH농협 70%로 각각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경쟁 은행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음에도, 오히려 지주사 차원에서 차지하는 실적 비중은 낮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신한금융이 전 계열사의 금융상품을 다양화하는데 성공해 경쟁사보다 균형 잡힌 영업을 한 것이다.
 
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부분의 3분기 실적을 비교해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우선 카드 부분을 살펴보면, 신한카드는 올 3분기 169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경쟁사 KB국민카드(1161억 원)와 하나카드(144억 원)를 앞섰다.
 
특히 3분기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투자수익’이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까지 유가증권 부문에서 1조 6080억 원의 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5340억 원과 비교 시 약 3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에 반해 KB금융은 올해 3분기에만 2440억 원의 영업 외 손실을 기록하며, 선두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KB가 투자한 포스코 주식에서만 877억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지난 2분기의 주택도시보증공사 지분 매각이익과 같은 일회성요인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과정에서 판관비용이 전 분기 대비 7.7% 증가한 1조 921억 원가량 발생해 사실상 실적을 개선할 기회를 상실했고, NH농협금융은 3분기에 비이자이익에서 1587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업계에서는 오는 4분에도 시장 기회가 개선될 여지가 낮아 현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부실 채권에 따른 손실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지연하고 있어, 당분간 한국은행 역시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역시 개선될 여지가 낮은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4분기 역시 금융시장이 개선될 외부 요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누가 더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시중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부문 계열사가 얼마만큼 선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