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레노버가 한국 시장에 선보인 30만 원대 패블릿 제품이 출시 이틀 만에 1·2차 물량이 완판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제품 AS 관리 실태는 기대 이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레노버는 지난 10월 20일부터 오픈마켓 11번가를 통해 6.8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팹플러스'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해 멀티미디어 활용도를 높인 팹플러스는 39만 9000원의 출고가로, 국내 중저가폰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제품이다.

6.8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팹플러스'
6.8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팹플러스'

'팹플러스'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올레 등 이통사를 거쳐 판매되는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온라인 등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급제폰'이다. 특히 걸그룹 EXID의 하니를 광고모델로 앞세워 출시 전부터 '하니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일 한국레노버 홈페이지에서 안내 중인 서울·경기 지역 AS센터 17곳을 대상으로 '팹플러스'의 깨진 화면 수리 가능여부를 문의해 본 결과, 당일 수리가 가능한 센터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센터에 미리 공급된 부품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17개의 AS센터 중 '용산센터'에서만 당일 주문을 할 경우 다음날 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을 뿐, 나머지 16개 센터에서는 ▲국내에 부품이 입고돼 있는지 ▲수리하는데 며칠이 걸리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해 주지 못했다.

한국레노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 이상 시 수리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각 센터들을 안내하고 있지만, 정작 센터에서는 제품 수리와 관련된 정확한 안내를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팹플러스의 화면수리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부품을 바로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빠르면 2~3일, 늦으면 3~4주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이는 레노버에서 AS 정책을 각 센터에 미리 공지하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서만 재고상황에 대해 답변해 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 큰 문제는 '수리비용 안내'다. 17개 센터 중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AS 비용을 일러준 곳은 '용산센터' 단 한 곳으로, 총 수리비용은 6만 6000원으로 확인됐다. 그 외 16개 센터에서는 일체 화면 수리비용을 알고 있지 못했으며, 이 역시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문의를 해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예상 수리비용을 실제 수리비용의 4배 수준으로 일러주는 곳도 눈에 띄었다.

한 센터 관계자는 "기존 레노버 태블릿 제품들도 AS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제품가격의 80%(31만 9200원)를 AS 비용으로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센터 관계자도 "지금 당장 수리비용이 확인되진 않지만 구입가의 절반 이상은 예상해야 한다"며 "심지어 다른 제품은 제품가격보다 수리비용이 더 청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AS는 소비자들의 제품선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며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하더라도 AS 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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