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기반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구현을 위해 국내외 중소 네트워크 벤더 연합군이 뭉쳤다. 다양한 벤더들의 협업 생태계를 앞세워 네트워크 시장의 ‘큰손’ 시스코가 주도하고 있는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다는 계획이다.

SDN은 네트워킹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관련 업계는 SDN이 각종 테스트와 연구의 시기를 이미 지나 올해 하반기 들어 뚜렷한 시장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여러 사례들이 발굴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도 만만찮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손꼽히는 문제는 기형적으로 왜곡돼 있는 네트워크 시장의 구조다. 이미 네트워크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손꼽히는 서버, 스토리지 등은 이미 가상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나, 네트워크 가상화는 여전히 더디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현재의 수익구조를 바꾸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로 인해 서버 시장에서 유닉스의 시대가 저물고 x86이 대세가 됐듯, 고가의 레거시 네트워킹 장비 판매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아온 사업자들에게 SDN은 눈엣가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시장에서 시스코의 점유율은 50% 이상에 달한다.

중소 벤더를 중심으로 뭉친 벤더 연합군의 중심에는 국내 SDN 전문 업체 나임네트웍스가 주도하고 있는 ‘COD(Customer Optimized Datacenter, 고객 정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COD는 실제 환경과 동일하게 구성된 SDDC 검증 플랫폼으로, 데이터센터 내의 모든 제어를 SDN으로 구현해 차세대 SDDC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네트워크 장비와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고객이 직접 SDDC 운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COD 플랫폼 개념도 및 참여 벤더 현황(사진= 나임네트웍스)
COD 플랫폼 개념도 및 참여 벤더 현황(사진= 나임네트웍스)

 

현재 COD 플랫폼에는 VM웨어, 델, 빅스위치네트웍스, 플루리버스네트웍스, 포티넷, F5네트웍스, 익시아, 리버베드, 넷비젼텔레콤, 크레디프, 파이오링크 11개 벤더가 참여하고 있다. 각 벤더들은 SDDC 구현을 위한 전문 영역별로 자사의 API를 공개하고, 테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나임네트웍스에 따르면,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인 벤더를 포함하면 연내까지 20개 내외의 협업 체계를 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각각의 벤더들이 오픈 형태로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다양한 연동을 가시적인 테스트베드의 형태로 제공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내년 1월 정식 오픈 예정인 COD 플랫폼은 지금까지 사전 공개로 운영돼 왔는데, 완성도가 아직 80%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에만 20여 고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업계의 관심도 높다.

나임네트웍스는 COD 플랫폼을 앞세워 내년 국내외의 최소 200여 고객을 초청하고, 10개 이상의 구축사례와 5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시스코의 네트워킹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축소시킨다는 목표다. 나아가 약 20개 이상의 고객사는 해외에서 유입될 것으로도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혁신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SDDC 환경에서의 자동화 및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검증된 표준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이 COD 플랫폼의 근본적 사상”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사로 하여금 특정 벤더와 제품 종속에서 벗어나 스스로 네트워크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