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PC 시장의 침체로 함께 위기를 맞은 모니터 시장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그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원가절감에 주력한 탓에 제자리걸음을 해온 스펙을 한 단계 높이고,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난국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11월 11일 현재 모니터 카테고리 인기순위 상위 10위 제품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들이 두루 포진한 가운데 보급형 제품 외에도 커브드와 21:9, UHD 모니터 등 프리미엄 제품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사진= 다나와)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11월 11일 현재 모니터 카테고리 인기순위 상위 10위 제품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들이 두루 포진한 가운데 보급형 제품 외에도 커브드와 21:9, UHD 모니터 등 프리미엄 제품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사진= 다나와)

 

전 세계적으로 데스크톱 수요가 감소하면서 모니터 판매량도 동반 하락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모니터 판매량은 5959만대를 기록했다. 반기 모니터 판매량 6000만 대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모니터 시장은 앞서 2008년 상반기에 8487만대의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맞고 있다.

이에 주요 모니터 제조사들은 보급형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양분화된 전략을 취하는 한편, 다양한 사용자 용도에 부합하는 특화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모니터를 선택하는 주된 기준이었던 크기와 해상도, 화질 등의 요소는 충분히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만큼, 업계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켜줄 프리미엄 제품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커브드 모니터다. 지난해부터 시장에 진입한 커브드 모니터는 당시만 해도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해 시장 진입에 장벽이 있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속속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다양해졌다.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았던 가격도 최근 들어서는 27인치 제품 기준으로 20만 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화됐다.

커브드 모니터 대중화를 이끈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5종의 커브드 모니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커브드=삼성’이라는 공식을 확립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제품까지 포함하면 27인치에서 34인치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용 모니터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라인업을 모두 갖추게 됐다. 해상도도 1920×1080 풀 HD에서 2560×1080 와이드 풀 HD, 3440×1440 와이드 QHD까지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모니터 실적도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커브드 모니터 ‘S27E500C’(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커브드 모니터 ‘S27E500C’(사진= 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의 소비자용 커브드 모니터 최상위 제품인 ‘S34E790C’의 경우 21:9 비율의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층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27인치 모델 ‘S27E500C’의 경우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23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비슷한 크기의 풀 HD 모니터와 비교해도 승부해볼 만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천편일률적인 16:9 비율의 틀을 과감하게 깬 21:9 극장 화면 비율의 파노라마 모니터도 빼놓을 수 없다. 21:9 파노라마 모니터 시장의 주역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시네뷰’ 브랜드로 출시해 온 21:9 모니터를 올해는 ‘울트라와이드’로 명명하고, 9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21:9 모니터 시장은 지난 2013년 상반기만 해도 판매량이 4만2200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 24만4600대로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16만5200대가 LG전자의 몫이었다.

 

LG전자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34UM57’(사진= LG전자)
LG전자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34UM57’(사진= LG전자)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외에도 LG전자는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무선으로 모니터로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미러링 모니터’, 모니터에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을 결합시킨 ‘블루투스 모니터’, 게임에 특화된 성능과 기능으로 무장한 ‘게이밍 모니터’ 등 라인업을 세분화하며 소비자들에게 용도별로 최적화된 제품을 제시하는 맞춤형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니터가 TV보다 개인화된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한 행보다.

한편, 모니터의 영역을 넘어 TV까지 위협할 만한 40인치 이상의 대화면 모니터를 비롯해 4K UHD 초고해상도 모니터, 테두리를 극단적으로 줄인 디자인으로 몰입도를 높여주는 제로베젤 모니터 등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도 차별화된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더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모니터의 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