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최근 브랜드 파워보다 가격 대비 성능비, 소위 ‘가성비’에 중점을 두고 소비하는 계층이 늘고 있다. 성능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가성비라는 말은 주로 전자제품에 어울릴 법한 표현이지만, 이제는 음식이나 서비스 등에도 곧잘 사용된다. 현시점에서 가성비는 가격 대비 만족도, 투자비용 대비 효율성 등을 통칭하는 표현인 셈이다.

가성비가 브랜드를 압도한 대표적인 예로는 샤오미를 꼽을 수 있다. 애플 짝퉁이니, 대륙의 실수니 하는 얘기도 있지만, ‘가성비 갑’이야말로 샤오미의 경쟁력을 가장 잘 표현한 듯하다.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없애고, 꼭 필요한 기능과 그에 합당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면서 샤오미는 별다른 브랜드 마케팅 없이 세계 유수의 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촉망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가성비를 뽐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가성비를 뽐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PC 시장은 일찍이 가성비가 중요한 요소로 인식돼왔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의 가격 정보가 비교적 정확하게 공개돼 있고,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숫자로 일목요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용 데스크톱 PC 시장의 경우 조립 PC로 거의 대체됐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같은 성능에 브랜드 PC와 조립 PC 간의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진 것에 기인한다. 사후서비스를 고려하더라도 가성비 면에서 조립 PC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트북 시장에서는 주로 저가형 노트북이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분류되는 탓에 이들 제품과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은 하이엔드 라인업과 엔트리 라인업을 구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판매 물량 어느 쪽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심산에서다. 기업용(B2B)과 일반 소비자용(B2C)로 나눠 공략하는 전략 또한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다.

최근 2016년 전략 신제품을 대거 선보인 에이서는 프리미엄 라인업 ‘프레데터’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프레데터 시리즈는 에이서가 선보이는 차세대 게이밍 라인업으로 데스크톱 PC,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4종으로 구성돼 있다. 고사양 PC를 대표하는 게이밍 라인업인 만큼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에이서의 프리미엄 PC 라인업 ‘프레데터’(사진= 에이서)
에이서의 프리미엄 PC 라인업 ‘프레데터’(사진= 에이서)

 

에이서는 국내에서도 그동안 가성비 좋은 중저가 제품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였다. 그런 에이서가 프리미엄 라인업을 선보인 데는 더 이상 중저가 제품만으로는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저가 제품은 마진이 낮은 만큼 많이 팔아야 이익이 남는데, 전 세계적으로 PC 시장이 축소되면서 에이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서는 지금까지의 가성비 이미지를 이어가면서도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로 제품 대당 판매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레노버도 IBM 시절부터 비즈니스 노트북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해온 ‘씽크패드’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가성비를 내세운 ‘아이디어패드’ 시리즈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이디어패드 시리즈는 100만 원 중반대의 게이밍 노트북부터 20만 원대의 저가형 노트북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하나같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들보다 가성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씽크패드 시리즈도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로 구성돼 있지만,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생산성 및 보안 기능이 추가돼 있는 점이 다르다.

한때 넷북 열풍에 편승해 저가형 노트북 시장에서 큰 재미를 봤던 MSI도 이제는 프리미엄 노트북으로 방향을 크게 선회했다. 최근 내놓는 신제품마다 게이밍 노트북일 정도로 MSI는 다양하게 세분화된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을 구축해가고 있다. 여기에 MSI는 멀티미디어 전문가를 타깃으로 한 ‘프레스티지’ 시리즈도 추가로 선보이면서 프리미엄 모델 라인업을 더욱 두텁게 했다. 사양이나 가격 면에서 프레스티지 시리즈는 최상위 게이밍 노트북보다는 하위 제품군으로 분류되지만, 충분히 비즈니스 노트북에 준하는 프리미엄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MSI는 ‘G 시리즈’ 게이밍 노트북에 이어 ‘프레스티지’ 시리즈까지 선보이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사진= MSI)
MSI는 ‘G 시리즈’ 게이밍 노트북에 이어 ‘프레스티지’ 시리즈까지 선보이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사진= MSI)

 

한편, 샤오미도 애플의 맥북에어와 유사한 디자인의 노트북을 내년 초 양산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양극화된 PC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샤오미 노트북은 12.5인치와 13.3인치 두 가지 크기로 출시될 예정이며,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와 외장 그래픽 칩셋까지 탑재하고도 가격은 맥북에어의 절반 수준인 50만 원대에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