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각 사업자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이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새해가 시작되자 결합상품 제도개선, 알뜰폰 기본료 ‘0원’ 상품 출현 등 크고 작은 통신 이슈들이 나왔다. '2·0·1·6' 숫자를 통해 올 한해 통신시장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 2개 이상 묶는 '결합상품 제도' 확 바뀌었다

2016년 통신시장에서 가장 먼저 변화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결합상품 제도'다.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을 묶어 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사실상 3년 약정으로만 가능했던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앞으로 1년, 2년 약정으로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또 이용자의 위약금 부담도 줄어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지난해 8월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발표한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미지=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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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결합상품의 위약금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기존에는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약금이 증가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위약금 부담이 컸다. 예컨대 3년 약정으로 5만 원대 상품에 가입할 경우, 위약금이 1년 안에 해지하면 42만 원, 2년 이내면 44만 8000원, 3년이 되면 59만 4000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부터 결합상품의 위약금은 가입 기간에 대한 기여분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돼, 현재보다 위약금 증가분이 줄어들고, 3년 약정 기준으로 가입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위약금이 감소하게 된다.

위약금 구조 개편에 따라 결합상품의 위약금은 3년 약정 만료 직전 기준으로 기존 대비 63.8%, 평균적으로는 기존 대비 22.1% 인하되는 등 소비자의 위약금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모뎀 임대료도 모뎀 취득가 등을 고려해 현재보다 최대 67% 인하된다.

아울러, 정부는 결합상품 가입조건을 3년 약정으로만 제한할 수 없도록 했다. 1년, 2년 약정으로도 가입이 가능한 결합상품을 출시하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업자 전환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5년까지 결합상품이나 인터넷상품은 주로 3년, 이동전화는 주로 2년을 약정 기간으로 해왔다. 결합상품에 가입한 가입자는 결국 어느 상품 한 가지는 약정을 갱신해야 위약금을 물지 않는 불편이 있었다. 특히 약정 기간의 장기화로 사업자 전환 장벽이 강화돼, 소비자 후생과 사업자 간 경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3년 약정 조건만 있는 결합상품의 경우 1년, 2년 약정 상품도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후생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지 면밀히 분석해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서비스 해지 절차도 간소화된다. 기존에는 반드시 전화 상담을 통해 해지 절차를 밟았지만 이제는 전화 상담 없이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바로 해지 신청을 완료할 수 있다.


0= 가입비 '0원' 기본료 '0원'… 알뜰폰의 승부수

적자 기조를 면치 못하는 알뜰폰 업계가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며 통신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열전에 돌입했다.

먼저 SK텔링크는 '알뜰폰 가입비'를 전면 폐지한다고 4일 밝혔다. 이통3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가입비 폐지를 완료했다. 또 알뜰폰 업계에서는 미디어로그 등 LG유플러스망을 빌려 쓰는 업체들이 '가입비'를 전면 폐지한 바 있으며, KT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에서도 에넥스텔레콤 등 일부 사업자가 현재 가입비를 받지 않고 있다.

이번 가입비 폐지에 따라 SK텔링크 고객들은 'SK알뜰폰 세븐모바일'로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 때 1만 6500원의 가입비(부가세 포함)가 자동 면제된다. 업계에서는 SK텔링크의 이번 조치로 인해 가입비를 유지하고 있는 경쟁사들도 '가입비 폐지'에 대거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뜰폰 판매처 앞 모습
알뜰폰 판매처 앞 모습

아울러, 기본요금 0원에 매월 50분 음성통화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우체국 알뜰폰 상품도 나왔다. 또 월 3만 원대에 음성,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도 출시돼 눈길을 끌었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우체국 알뜰폰을 통해 4일부터 기본요금 없이 매월 50분 동안 공짜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종전까지 우체국 알뜰폰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10개 업체가 각 3종씩 30개를 판매했으나, 온라인 전용상품이 30개 추가되면서 상품 선택의 폭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넥스텔레콤이 출시한 해당 상품은 기본요금이 따로 없기 때문에 매월 50분 정도만 통화한다면 한 푼도 안 내고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기본요금 6000원에 음성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를 주는 상품도 있다.

이지모바일은 월 3만 9900원(부가세 포함 4만 3890원)에 음성,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데이터 10GB를 다 사용하면 매일 2GB를 추가로 제공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1= '1등'을 차지하기 위한 이통3사 신경전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벌써부터 치열하다. 통신시장의 정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이통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2016 신년사를 통해 1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병신년(丙申年)을 방송통신 융합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5조 원을 투자,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 및 미디어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수합병에 대한 승인은 미래부, 방통위, 공정위 등이 실시한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거대 '공룡IT'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경쟁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빅딜'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고객과 시장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객·시장·기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각사)
(왼쪽부터)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각사)

KT는 '5G'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초당 20기가비트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국가재난안전망 수주,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도 승부수를 띄운다.

황창규 KT 회장은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과 이종 산업간 융합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해 1년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으며 국가 재난망에 있어서도 본 수주는 물론, 수주 이후에도 이를 근간으로 많은 산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통한 '1등 신화' 만들기에 나선다. 특히 LG유플러스는 'LTE 시대 강자'에서 '5G 강자'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홈 IoT 시장 등에서 주도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권 부회장은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철저한 준비 ▲과감한 실행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안에는 일등 DNA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목표에 과감히 도전하고 강하게 돌파하면 결국 우리가 꿈꾸는 일등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 6개 제조사, 이통시장 달군다

2016년 이동통신시장을 달굴 6개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격도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화웨이, 샤오미, TG앤컴퍼니 등 제조사 간 경쟁에서 승리의 깃발은 누가 들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해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영토 확장에 나선다. 이번 '갤럭시A'에는 삼성페이도 탑재돼 눈길을 끈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으로는 '갤럭시S7', '갤럭시노트6' 등이 점쳐지고 있다. 세계 최초 '엣지' 디자인을 선보인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어떤 혁신을 꾀하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폰 'G5'를 필두로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번 신제품은 내년 2월 MWC2016에서 공개되고, 3월부터 시장에 풀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G5'가 모바일 결제 시스템 'LG페이'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제품이 실적 부진에 빠진 LG전자를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7'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에는 성능 업그레이드는 물론, 디자인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애플은 2013년 출시한 '아이폰5c'를 마지막으로 4인치 모델을 내놓지 않았는데, 올 상반기 4인치대 보급형 '아이폰6C'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선전도 기대되고 있다. 화웨이는 10만 원대 초저가폰 'Y6'를 앞세워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부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은 '샤오미'는 올해 안에 국내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홍미노트3'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은 후, 해외직구 대행사들이 앞다퉈 제품을 들여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중저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루나' 후속작의 출시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른바 '설현폰'으로 유명한 '루나'는 하루에 2000대씩 팔려나가며 인기를 실감케 한 제품이다.

지난 2015년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구체적 시기는 말할 수 없지만 루나폰 후속작을 준비 중"이라며 "필수 기능만 휴대폰에 탑재하는 등 최적화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루나' 후속작이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나타날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