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성우] KT는 지난 2004년 12월 30일 북한 조선체신회사와 개성공단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분단의 비극으로 반세기 동안 통신이 끊겼던 남과 북이 KT의 통신 기술을 이용, 직접 통화가 가능해진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합의서를 기반으로 KT는 이듬해인 2005년 12월 개성지사를 설립했다.

북한 개성공업지구에서 열린 'KT 남북통신 개통식'에서 남중수 전 KT 사장(왼쪽 세번째)이 백령도 실향민과 전화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북한 개성공업지구에서 열린 'KT 남북통신 개통식'에서 남중수 전 KT 사장(왼쪽 세번째)이 백령도 실향민과 전화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방침에 북한 내 유일한 한국의 통신사무소인 KT 개성지사가 폐쇄 위기에 놓였다. KT 개성지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관련기관 790여곳에 전화, 팩스 같은 유선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11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조업 중단 조치와 관련해 "정부의 방침에 따라 향후 전력 공급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는 지금이라도 곧바로 통신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 개성지사, 2명 근무 중 ‘이상無’…"정부 결정에 따를 것"

KT는 국내 통신회사 중 유일하게 북한에 지사를 두고 있다. 개성지사는 공단 내 각 기업과 기관들을 연결하는 유선전화 1300개 회선을 운영하고 있다. 개성지사에는 남측 3명(2인 1조), 북측 4명이 공동 근무한다.

KT 관계자는 "현재 정상적으로 근무 중인 상태"라며 "남측 인원 3명 가운데 설 연휴로 고향을 방문한 1명을 제외한 2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2005년 개성공단 내 남북 직통전화를 개통했다. 과거에는 인공위성을 통해 일본을 거쳐야 통화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KT 개성지사에서 문산 전화국을 통해 직통으로 전화연결이 가능하다.

남한에서 개성공단으로 전화를 걸 때는 '001-8585'를 누르고 나서 기업별 전화번호를 누르면 되고, 개성에서 서울로 걸 때는 '089-02 또는 010'을 먼저 누르면 된다.

KT는 지난 2005년 7월 남북 간 광케이블을 구축, 개성공단 입주기업 790여곳에 전화·팩스 등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KT의 남·북 통신망 구축을 축하하며 촬영한 것. (사진=KT)
KT는 지난 2005년 7월 남북 간 광케이블을 구축, 개성공단 입주기업 790여곳에 전화·팩스 등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KT의 남·북 통신망 구축을 축하하며 촬영한 것. (사진=KT)

이와 함께 KT는 2005년 7월 남과 북을 잇는 광케이블을 구축하기도 했다. 2006년 6월부터는 개성공단 내에서 119(긴급서비스), 131(기상예보), 132(법률구조상담) 등 생활정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KT가 이 같은 서비스를 구축하기 전에는 개성공단 입주 직원들이 직접 소방서나 병원을 방문해 긴급상황 발생을 알려야 했다.

또 KT는 2014년 3월 개성공단 입주 직원들의 출입을 위해 전자태그(RFID) 기술을 이용한 전자출입 전용회선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공단 철수 시 개성지사는 어떡해?…北 통신사업은 '계륵(鷄肋)'

전문가들은 KT의 개성지사가 철수할 경우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3년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폐쇄를 결정했을 당시에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입·출입을 제한하면서 장비를 가져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에 KT는 개성지사의 통신장비를 불능상태로 설정했다. 하지만 3개월 후 개성공단이 다시 정상가동하면서 장비들을 재가동시킨 사례가 있다.

KT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철수를 위한 여러 가지 절차적인 프로세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만큼 불능상태 설정, 환수, 파기 등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KT가 개성지사에 높은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통일 등 향후 북한 내 통신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북한 이동통신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북한 내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북한에는 평양과 14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총 453개의 기지국이 설치돼 있다. 이는 북한 국토대비 약 14% 정도의 커버리지 수준으로 아직 열악한 상태다.

북한 이동전화 가입자의 연도별 수치 (자료=오라스콤)
북한 이동전화 가입자의 연도별 수치 (자료=오라스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일이 될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 기지국 설치 등 국내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KT가 브랜드와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KT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북한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 2008년 말 북한에 진출한 이동통신 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의 경우 7년간 5억8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아직 본국으로 송금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KT 고위 임원은 "개성지사 구축을 위해 시설투자 등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론 회사에 영향을 줄 만한 손해는 아니겠지만 북한 내 유일한 남한 통신사라는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