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 관전평 및 패배 원인은?

“오늘 경기는 이세돌 9단이 자기 스스로에게 졌다고 본다. 알파고가 선방한 부분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가 첫판이라서 그런지 이세돌 9단이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 언론에선 너무 떠들었고, 어제 전야제 행사를 한다고 해서 이세돌 9단의 혼을 빼놨을 것이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오늘 대국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다고 플래쉬를 터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이세돌 9단의 심리적 안정을 해쳤을 것이다. 심리가 안정됐을 때와 안 됐을 때 보통 1-2점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그런거 전혀 영향을 안 받는다. 오늘 패배의 원인은 오로지 하나다.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오늘 경기 알파고는 어땠는지. 알파고 중반 실수 어떻게 보는지.

“대국을 보다가 수업이 있어서 중간에 자리를 비울 때는 이세돌 9단이 이길 것 같았는데 다시 돌아오니 이세돌 9단이 밀리고 있었다. 제가 예상했던 것 만큼 알파고는 바둑을 잘 뒀다. 하지만 공간탐색이 좀 버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끝내기 단계에서 실수성으로 보이는 수들이 발견됐는데 특히 모서리 공간에서 실수가 남발됐다. 모서리 공간이 더 좁기 때문에 공간탐색이 더 잘 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히 안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세돌 9단이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면 다음 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가 한 중반 실수는 일부러 계산해서 한 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아직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인공지능이 전체적인 판세를 계산해 일부러 실수할 리는 없다.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공간탐색 능력이 떨어져셔 그랬던 것 같다.”

-남은 경기 어떻게 전망하는지.

“지금부터는 이세돌 9단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될 것이므로 두번째 판부터는 이길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심리적으로 좀 침착해지면 충분히 이길 것 같다. 오늘 대국은 원래 스타일대로 바둑을 안 둔 것 같다. 이세돌 9단의 원래 스타일은 여기 저기 판을 어질러놓고 여러 부분의 관계를 이용하는 바둑을 구사하는데 오늘은 알파고가 견고하게 대응한 바람에 판을 여기저기 두지 못하고 당황한 것 같다.

이세돌 9단이 중반까지는 우세를 점했어야 했는데 초반부터 심리가 안정되지 못하면서 불리한 바둑을 시작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제가 볼 때 알파고의 허점은 공간탐색능력이다. 바둑알이 놓이는 공간에서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심민관 기자 bluedrag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