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출시되지 않은 2TB(테라바이트)용량의 메모리 카드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등 디바이스 업체들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2TB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를 지원한다고 표기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직장인 박하정(가명. 29세)씨는 LG전자 360캠으로 VR영상을 촬영하려고 메모리 카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기기 스펙상으로는 2TB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를 지원한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정작 2TB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 박하정씨가 2시간가량의 행사를 촬영하려면 어느 정도 용량의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를 구입해야 할까.

LG전자 고객센터에 문의해 얻은 답변에 따르면 최고 해상도 기준으로 1분 촬영에 127.5MB정도가 필요하고 120분을 촬영한다면 16GB 정도가 필요하다.


SDXC 메모리 카드(좌)와 SDHC 메모리 카드(우) / 삼성전자 제공
SDXC 메모리 카드(좌)와 SDHC 메모리 카드(우) / 삼성전자 제공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는 규격에 따라 SDHC(SD High Capacity), SDXC(SD eXtended Capacity) 두 가지로 나뉜다. 마이크로 SDHC 메모리 카드의 최대 용량은 32GB다. 반면, 최신 규격인 SDXC 메모리는 SDHC 메모리에 비해 전송 속도가 빠르고 이론상 최대 2TB 용량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컨슈머 제품으로 출시된 최고 용량 마이크로 SDXC 메모리 카드는 256GB다.


2TB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지원한다고 표기한 스마트 디바이스 / 차주경 기자
2TB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지원한다고 표기한 스마트 디바이스 / 차주경 기자
마이크로 SDXC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 공간, 데이터와 기기를 연결하는 콘트롤러로 구성된다. 데이터 저장 공간이 늘어도 콘트롤러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메모리와 기기가 동일한 마이크로 SDXC 콘트롤러를 가진다면, 이론상으로는 용량에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2TB 마이크로 SDXC 메모리 카드가 시중에 판매되기만 한다면 폰, 카메라에 바로 장착해 사용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2TB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를 지원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메모리와 기기의 호환성을 보증하려면 반드시 직접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제품을 사용 가능하다고 표기한 것을 과대광고로 보는 시선도 있다.

LG전자 360캠 뿐 아니라, 많은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마이크로 SDXC 메모리 카드의 이론상 최대 용량 2TB를 지원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제품 설명 표에 주석으로 현시점 최대 지원 용량을 표기하고 있으니 이를 참조해 달라"고 언급했다.

2014년 128GB 마이크로 SDXC 메모리 출시 이후, 2016년 5월 256GB 제품이 나오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됐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소비자들은 최소 5년 후에나 2TB 마이크로 SDXC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