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출신 재무 전문가가 우리나라의 공유 경제 전도사로 변신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이상무(48) 다날 쏘시오 대표다.

이상무(사진) 다날 쏘시오 대표 / 다날 쏘시오 제공
이상무(사진) 다날 쏘시오 대표 / 다날 쏘시오 제공
이 대표는 행정고시 40회(재경직)로 공직에 입문해 정보통신부를 거쳐 우정사업본부(우본) 자금운용팀장,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과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한국 대표로 자리를 옮겨 재무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상무 대표는 우본 자금운용팀장 시절 4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기금·공무원연금기금·우체국보험기금·사학연금기금을 묶어 500조원 규모의 '공공자금운용 커뮤니티(COIAM : Community for Interactive Asset Management)를 출범시켰다. COIAM 출범은 그가 생각하는 '공유 경제'의 기틀을 마련해준 셈이다.

이 대표는 "공무원이 직접 운용하는 투자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 금융 분야의 많은 인맥을 쌓게 됐다"며 "공공 기관의 거래 정보 공유가 어떻게 집단 지성으로 발휘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런 그가 외국계 은행 대표를 내려놓은 후 스타트업 '다날 쏘시오' 대표로 부임한 것은 의외의 결정일 수 있지만, 박성찬 다날 창업자(회장)의 2년 간 구애와 공유경제 미래에 대한 그의 확신을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RBS 대표 시절 그는 외국계 기업의 한국 대표라는 자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그의 뇌에서 발견된 종양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다행히 양성 종양으로 판명이 나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과거부터 고민해 오던 '사회적 공유'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하는 계기가 됐다. '공유 경제'는 이 대표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의무'로 다가왔다.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공유 경제를 이용하는 사용자 '즐거움'의 극대화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날의 이벤트를 고민할 때 '식사' 자리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데, 그 자리에 도착하는 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으면 의미가 더 커질 수 있다.

가령 결혼 10주년을 맞이한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와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면, 이들은 평소 생각지도 못한 마세라티 자동차를 임대해 부부가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차량을 하루 렌트하기 위해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전용 운전사를 포함해 몇 시간 동안 40만~50만원 정도만 내면 충분하다. 평소 생각지도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무 다날 쏘시오 대표는 2016년을 공유경제 확산의 원년으로 꼽았다. / 다날 쏘시오 제공
이상무 다날 쏘시오 대표는 2016년을 공유경제 확산의 원년으로 꼽았다. / 다날 쏘시오 제공
일상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책이나 가정 집기류 등의 공유도 손쉽게 할 수 있다. 다날 쏘시오는 지방자치 단체와 협력해 공유경제를 적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 거주민들은 책이나 접시 등을 자유자재로 공유해 쓸 수 있고, 배송은 거주민이 직접 한다. 세상이 각박해지다 보니 평소 주변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데, 공유경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시작일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알고 지낼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유경제는 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공유된 제품의 파손과 같은 문제 발생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PWC)는 2013년 150억달러(16조9875억원)이던 글로벌 공유경제 규모가 2025년 3350억달러(379조387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유경제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다날 쏘시오는 2018년 우리나라 서비스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중국·홍콩·대만·일본 등지로 사업 거점을 넓혀갈 예정이다. 당초 다날 쏘시오는 중국을 '공유경제' 확산국 리스트에 넣지 않았지만,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공유' 문화가 생활화 돼 있어 적극 확산 국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2020년 기준 8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날 쏘시오는 2016년을 공유경제 확산의 원년이라고 생각하며 2018년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도약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공유 기업이 빅 브라더(독재자)가 돼서는 안된다"며 "다날 쏘시오는 공유경제 관련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2020년 글로벌 시장 가입자 수를 3000만명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