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가 경북 성주로 결정되었다. 임박한 사드 배치에 있어 국방·외교·안보 측면에서의 담론은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며 사람들의 피로도를 극한까지 높이고 있다. 입장이 다른 양측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과학·공학 측면에서 있을 수 있는 우려는 충분히 해명할 수 있을 듯하다. 사드 이야기에 직접 들어가기에 앞서 우연찮게 필자 전공이 사드와도 조금 닿아 있어 군용 과학 기술 개발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사드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하겠다.


 괌의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 공개 / 조선일보사진DB
괌의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 공개 / 조선일보사진DB
1993년 말엽,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하고 선택한 전공은 '전기화학(electrochemistry, 전자 전달이 수반되는 반응, 특히 산화/환원 반응 중심의 반응 메커니즘, 계면, 물질 그리고 재료에 관해 연구하는 화학의 한 분야)'이라 하여 당시 한국에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분야였다. 필자가 다니던 과에서도 학부생들이 가장 꺼리는 전공선택과목으로 악명 높았고 당시엔 학회조차 없었고 연구회가 하나 있는 수준이었다. 학회도 필자가 박사 과정 중에 지도교수가 학회 만들어야 한다며 실무 작업과 제1회 학술회의 준비하라고 필자에게 다 맡겨서 예산 10만원 갖고 후배들과 함께 '오병이어의 기적(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을 먹였다는 기적적인 사건)'으로 제1회 학술회의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개최했을 정도로 척박한 학문 분야였다. 필자는 대학원에 진학하자마자 이차전지 쪽으로 주제를 받아 실험실 최초의 이차전지 과제를 혼자 떠맡은 걸 시작으로 졸업 때까지 끊이지 않는 과제의 연속이었는데 처음 맡았던 과제가 석사논문이 되기도 하여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과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개 학과/표준과학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가 함께 한 군용 리튬금속 이차전지 개발 과제였다.
호사가들 표현을 빌자면 이 팀이 실패하면 우리나라 어느 연구팀도 못한다 할 정도였다. 게다가 리튬계 이차전지로 민수용으로도 갓 상용화된 게 리튬이온 이차전지 하나였기에 군용 리튬금속 이차전지란 건 개념조차 더더욱 이해하는 이가 없었다. 과제 수행 동안 평가위원들의 과제 이해도도 당연히 바닥이었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과제였기도 했다. 당시를 회고해보면 심사위원들의 리튬 전지 이해도는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글로 이해한 수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가 받을 때 마다 양극, 음극, 전해질의 정의와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과제 심사한다고 앞에 앉아 큰소리치던 때라 과제 총괄을 맡은 책임자 교수님이 기본 정의를 다시 설명하다 보면 심사위원이 외려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개발 주제가 워낙 특수한 것이기도 했기에 심사위원들의 몰이해는 극에 달했었다.

당시 과제 개발 목표는 기존의 군용 리튬금속 일차전지였던 Li/SOCl2 일차전지를 대체하기 위해 그나마 덜 유독하고 더 친환경적인 것인 99% 이상 고순도 이산화황(SO2)으로 만드는 비수계 리튬염 전해질 중 가장 기괴한 것에 기반한 Li/SO2 리튬금속 이차전지였다. 이 전지는 일반적인 개념에 기초하지 않고 전해질이 액상 양극활물질 역할을 겸하는 Catholyte라는 특이 개념에 기초하여 더더욱 이해하는 이들이 없었다. 다년 간의 개발 결과로 과제 전체에서 얻은 것은 SCI​ 논문 1 편, 학위 논문 몇 편과 리튬금속 이차전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요즘 학계의 홍보 트렌드에 눈높이를 맞춘다면 당시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군용 리튬금속 이차전지의 상품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을 수준이긴 했지만 제품화까지 기한 내에 못 갔으니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었다.

과제 완료 후 딱히 개발 결과에 관한 비밀 엄수에 관해 서약서 같은 것을 쓴 적은 없지만, 7, 8년 쯤 후엔가 국내 학회의 필자 발표 후 서울 시내 모 대학교 대학원생들이 찾아와 필자의 석사 논문에 있는 전해질 제조법을 지도 바란다는 부탁에 다른 수많은 대학원과 기업의 리튬이온 이차전지 시작에는 도움을 줬지만, 차마 저 이차전지 개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었다. 어쨌거나 군용 기술 개발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이러다 보니 20년도 넘은 과거에 개발된 때문이기도 하고, 홍보할 수 없는 군용 기술이기도 했지만, 당시 과제에 참여했던 3개 과 출신의 한 후학이 탑 저널에 20년 넘은 기술에 기반을 둔 전기화학 시스템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인 양 국외 저널에 투고한 후 언론에 대서특필하는 우습지도 않은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 시작을 군용 리튬 이차전지 기술 개발로 해서 그런지 군사 기술과 장비를 갖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험칙에 의거하여 우려될 때가 많다.
첫째로, 군 기술과 장비는 실제로 운용했거나 개발해 본 경험을 가진 이들이 극히 적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둘째로, 우리가 쓰는 많은 기술들이 군용으로 먼저 개발되어 쓰이다가 민간으로 넘어온 것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원래 군 기술일 때와 크게 다를 때가 많다는 점을 늘 간과하기 쉽다.
셋째로, 설령 관련 분야 기술자나 공학자라 할지라도 군사 기술은 글로 아는 경우가 태반이다. 글로 아는 경우에도 극히 뛰어난 지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곡해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최근에 사람들이 외려 잘 모르니 우습게 보이고 쉽게 이야기하는 군사 시설 하나가 우리나라 가운데인 경북 성주에 갑자기 배치가 결정되었다. 그 시설은 바로 사드(Terminal(formerly Theater)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우리 말로는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체계'라 번역되는 일종의 충돌요격 유도탄 발사기지였다. 사드는 적 미사일이 정점고도를 지나 타격지를 향해 낙하하는 동안에 고성능 레이다로 추적하여 충돌요격 방식으로 탄두 폭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격추시키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드의 충돌요격체에 들어가는 비행종단장치(Flight Termination System, FTS: 발사체가 예정된 궤도를 어긋나거나 단 분리가 비정상적일 때 비행을 종단하거나 자체 파괴를 시행하기 위한 장치로 주로 요격체 부분에 장착)와 항공전자(Avionics) 장치를 구동하기 위해 사드에도 전지가 들어간다. 민수용 제품이라면 전체 시스템용으로 본체 배터리 하나로 충분할테지만 군사용일때는 기능별로 전원이 분리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비행체에 장착되기 때문에 내열, 내압, 내충격성, 출력 특성, 보존연한 등 스펙을 만족하는 전지가 많지 않은 편이다. 사드가 비록 일반 미사일과 다른 충돌요격체(Hit to Kill Vehicle)로 달고 있긴 하지만 똑같이 충돌요격체에 FTS가 달려 있다. 이 충돌요격체에 들어가는 전지 중 하나가 필자가 석사 과정 때 개발하던 것과 동종의 리튬 전지였다.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용 충돌요격 유도탄 단면도 / US Government(위키피디아)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용 충돌요격 유도탄 단면도 / US Government(위키피디아)
하지만, 이런 충돌요격체에 장착하는 전지로 고성능 이차전지를쓰는 건 바보짓이다. 왜냐하면 미사일은 재활용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쓰고 버리는 고성능 일차전지 기술을 채택하는 게 상식이다. 이 기술의 특장점이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상당히 높으며 무발화, 무폭발형 전해질에 기반했기 때문에 군용으로 계속 시도되던 중이었다.
앞서 밝혔듯, 사드는 요격 원리가 폭탄이 든 유도탄 탄두가 적 미사일과 충돌하여 적의 탄두를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만화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요격 방식을 실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커다란 총알로 다가온 적 미사일을 고고도 종말 단계(실제로는 중고도)에서 요격해 떨어뜨리기만 하는 방식'이다. 이때 커다란 총알은 발사체로 쏘아 올려지고 적 미사일 폭발을 최소로 억제하여 격추시키는 방식이니 일종의 '스마트 총알'과도 같다고 하겠다. 레이다로 적 미사일을 추적하여 요격하기 때문에 생화학 탄두를 장착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면 적 미사일 탄두 폭발은 최소로 억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사드 배치 결정에 사드 유해성 괴담이 촉발되며 점입가경으로 가고 있는데, 굉음과 전자파 문제를 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국방부에선 기배치된 괌 북서부의 사드 기지에서 레이다 전방 1 ~ 2 km 떨어진 지상 전자기파 계측 과정을 국내 언론 기자들에게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사드 그 자체로 봤을 때 적 미사일을 추적, 요격하기 위한 레이다나 전력 공급 방식, 그리고 사드 충돌요격 유도탄 자체가 타 유도 미사일과 극단적으로 다른 기술이 채택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괴담 중 과학, 공학을 차용한 사이비 과학 원리는 대부분 무리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해명 자료를 보면 부정확하고 잘못된 해명으로 의혹을 되려 키우고 있었다.

해명 실패의 대표적 사례가 사드 레이다 전, 측방의 100 ~ 200 m 구역인 RF danger zone을 '안전거리'라 무책임하게 반대로 쓴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 어느 시대에나 괴담이 커지는데 있어, 담당부처와 책임자의 무책임하고 기계적인 해명이 외려 괴담을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되어 왔다. 광우병 괴담도 예외가 아니었다. 좀 더 정확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은폐와 배후 의혹이 오해를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사드 관련 국방부 해명 문서도 하자 투성이었고 책임자들의 무책임함과 자신 없음이 문서 페이지마다 묻어날 정도였다. 필자가 보고도 기술적인 해명 부분은 '이걸 누가 믿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드 쪽에 나오는 제기된 괴담들 중 정치색은 배제함을 전제하고 과학, 공학적 측면으로 국민들, 특히 성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측면에서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결론만 먼저 이야기하자면 필자가 아는 한도 내에선 과학, 공학을 빙자한 건 다 도시전설이라 봐도 무방하다.

ㅇ 소음문제: 사드가 배치되면 엄청난 굉음이 발생하여 성주의 사드 기지 주변 마을은 사람들이 살 수 없다?
사드 포대의 구성을 봤을 때 굉음 발생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주전원 장치'의 발전기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굉음이었다. 괌 북서부에 위치한 사드 포대 구성원이 '주전원 장치'인 발전기가 가동될 때 발생하는 굉음의 크기를 '작은 마을 하나 정도는 뒤덮을 정도'라고 묘사한 걸 일부 국내 언론과 네티즌들이 곡해한 게 원인이었다. 그 표현은 '집채만한 파도', '천지를 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내린 눈'과 같은 묘사였을 뿐이었다. 괌의 북서부 사드 포대 부근에는 인가가 있네 없네하며 이걸 선동이라 한 일부 네티즌 주장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립하는 이슈가 되는 현실이다. 괌은 민간에 끼치는 피해가 없지만 성주의 배치 예정지 부근에는 인가가 있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해명 자료가 나왔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었다.

사드 포대의 주전원공급은 평시엔 전력망 송전으로 가동하다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나 주전원 장치로 소음이 큰 발전기로 쓴다고 국방부 해명 자료에 보다 정확하게 적시됐어야 했던 거다. 이게 이번에 이슈가 안 되고 소음이 없다 했다가 비상 상황에 발전기가 돌아가는 걸 성주 주민들이 뒤늦게 듣게 되었을 때의 후폭풍이 더 컸을 것이다.

ㅇ 전자기파 문제: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다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폐해 - 기형아출산, 불임, 암, 뇌종양, 백혈병, 돌연변이 생물, 참외, 땅의 황폐화, 악천후 때 지상으로 전자파가 모두 전달 -는 엄청나다. 성주는 사람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르고 성주 참외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드 관련 문건에 따르면 엑스밴드 레이다의 RF 파워 관련한 전자기파 유의사항은 여러 문서에 반복적으로 나와 있다. 불명확한 것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정리하면 레이다는 수평 기준 최저 4,5도 이상만 스캔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은 '비행금지 구역(No fly zone)'으로 되어 있으며 민간 및 군용 항공기에 따라 전자기파 영향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레이다 운용 때나 제한된다. 괴담에서 많이 언급되는 100m, 2.4km, 3.6km가 절대적인 숫자는 아니었다. RF danger zone, 혹은 personnel keep out zone으로 된 곳은 '100 ~ 200m'의 운용인원 (지상)접근통제구역이다. 이 구역은 국방부 해명 자료에 있는 '안전거리'가 절대 아니라 '위험 혹은 통제구역'이다. 그리고 지상 기준으로 130도로 펼쳐진 부채​꼴 모양 구역인데 이미 담이 있어 운영인원 이외는 접근이 통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전방으로 3.6 ~ 4km 정도의 반경, 130도 정도 내각의 부채꼴 영역'을 통제하되 'RF 위험 구역'은 대략 100 ~ 200m 까지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 위험 구역 내에서는 RF 파워에 급성노출로 열화상이나 내상이 있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괴담 유포자들이 우려하는 바 대로 '조준되지도 않은 지상 수 km' 거리에 생체가 급성으로 열화상을 입을 수 있다면 그건 테슬라 이후 원격 무선전력송전의 신기원을 이뤘다 봐도 될 정도의 사건이다.

다만 괌에서의 전자기파 계측은 레이다를 피크 파워로 가동했을 때 기준으로 공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사드 저에너지 전자기파 만성 노출 발암 이슈는 위험구역 바깥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외려 생활 전자파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손에 쥔 셀폰을 놓는 게 건강에 더 이롭다. 성주 참외가 '재크와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로 치솟은 콩나무 줄기에서 열리지 않는 한, 위험 구역 바깥 성주 참외도 사드 전자기파에 영향 받지 않고 괜찮을 것이다. 필자도 사드 배치 후 성주 참외는 얼마든지 먹을 용의가 있다.

 사드 엑스밴드 레이다의 RF Danger Zone 모식도 중 하나 / 웹 사이트
사드 엑스밴드 레이다의 RF Danger Zone 모식도 중 하나 / 웹 사이트
필진 박철완 공학박사는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고, 산업자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 총괄간사(부단장급)로 책임 운영, 드렉셀대학교 초빙조교수, 박근혜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 네거티브 대응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 자문역을 지냈습니다. 저서로는 '그린카 콘서트'가 있으며 '에너지 소나타'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