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시장은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제조사인 엔비디아나 AMD가 레퍼런스 디자인을 권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제조사의 기술력에 따라 다양한 설계와 디자인의 제품이 나올 수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레퍼런스 디자인이 중심이 되면서 제조사 간 특색이나 장점도 많이 희석됐다. 즉 오리지널 설계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제조사들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텍의 경우는 자체 R&D 센터를 통해 레퍼런스 디자인의 제품은 물론, 독자적인 설계와 디자인의 제품들을 브랜드 초창기부터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조텍이 불과 10년 만에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손꼽는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랜드 설립 당시부터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한 자체적인 R&D 센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텍의 R&D 센터는 중국 선전에서도 가장 첨단 기술을 다루는 단지 내에 있다. / 최용석 기자
조텍의 R&D 센터는 중국 선전에서도 가장 첨단 기술을 다루는 단지 내에 있다. / 최용석 기자
조텍의 R&D 센터는 홍콩과 마주 보고 있는 중국 광둥 성 선전(심천)에 자리 잡고 있다. 홍콩에서 차로 약 1시간 반정도 거리에 있는 선전에서도 가장 첨단 기술을 다루는 업체들이 밀집한 곳에 조텍의 R&D 센터가 있다.

본사와 마찬가지로 조텍의 대표 제품들이 R&D 센터의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최용석 기자
본사와 마찬가지로 조텍의 대표 제품들이 R&D 센터의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최용석 기자
조텍의 R&D 센터는 하드웨어적인 연구 개발과 테스트를 주로 하고 있다. 크게 분류하면 ▲PCB 기판을 비롯한 구조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 ▲ 시제품의 특성을 확인하고 기능이나 구조의 변경 및 조정을 담당하는 부서 ▲양산 전 및 양한 후 제품에 대한 기본 및 추가적인 테스트를 수행하는 부서 등 3곳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픽카드뿐만 아니라 조텍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미니 PC 제품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구분되어 있다.

일반 사무실 같은 분위기의 조텍 그래픽카드 설계 및 디자인 연구 부서 / 최용석 기자
일반 사무실 같은 분위기의 조텍 그래픽카드 설계 및 디자인 연구 부서 / 최용석 기자
설계 및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는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책상들과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가 일반 사무 업무를 보는 사무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연구원들이 보고 있는 모니터의 화면이 워드나 엑셀 같은 사무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캐드(CAD)나 회로 디자인 툴과 같은 제품 설계에 관련된 것들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분위기가 사뭇 다른 시제품 연구 개발 부서 모습 / 최용석 기자
분위기가 사뭇 다른 시제품 연구 개발 부서 모습 / 최용석 기자
 
연구원들이 시제품들을 직접 수정하고 부품을 바꿔가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연구원들이 시제품들을 직접 수정하고 부품을 바꿔가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하지만 그 옆 사무실에 있는 본격적인 시제품 연구 개발 부서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각종 시험용 제품과 쿨러나 방열판, 전원용 콘덴서 등 그래픽카드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이 산재해있었으며, 납땜인두와 각종 테스터, 오실로스코프 등 다수의 전문 측정 장비 등이 책상 위를 여기저기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조텍 그래픽카드가 신호 출력 특성과 품질, 전원 소비량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능 변경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 최용석 기자
여러 종류의 조텍 그래픽카드가 신호 출력 특성과 품질, 전원 소비량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능 변경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 최용석 기자
또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던 설계 및 디자인 부서와는 달리, 연구원들이 여기저기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반복하거나 다른 연구원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시제품 및 양산품의 각종 애플리케이션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시제품 및 양산품의 각종 애플리케이션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마지막으로 들어선 곳은 그래픽카드의 양산 전/후 제품을 가지고 각종 테스트와 실험을 수행하는 부서다. 다른 부서에 비해 각종 실험 및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다수의 테스트용 간이 시스템과 모니터링용 모니터, 냉장고 크기만 한 다수의 온도 및 습도 테스트 장비가 서너 대 가량 있다.

공장의 품질관리 부서에나 있음직한 각종 온도 테스트용 장비도 갖추고 있다. / 최용석 기자
공장의 품질관리 부서에나 있음직한 각종 온도 테스트용 장비도 갖추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안내를 맡은 조텍 R&D 센터 소장의 말에 따르면 이 부서는 공장에서 본격적인 양산 전에 샘플 제품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물론, 양산 후에도 공장과는 별도로 양산 제품을 테스트함으로써 지속적인 품질 유지를 맡는 부서라고 강조했다.

조텍 R&D 센터를 둘러보면서 조금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픽카드를 중심으로 연구 및 테스트 중인 것들을 살펴보니 거의 70~80%가 전원부와 냉각 솔루션 등 그래픽카드의 '안정성'과 관계된 연구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

조텍 선전 R&D 센터 소장인 에이먼 예(Aman Yeh)는 이에 대해 "조텍 제품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 바로 '안정성'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텍은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유명 PC 제조사에 대한 OEM 공급도 적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성과 안정성, 내구성 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풍조 또한 화려한 겉모양이나 단순 성능 강조보다는 전체적으로 안정성과 내구성, 신뢰성을 중시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금껏 조텍 그래픽카드가 타 브랜드처럼 구성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화려하거나 극단적인 오버클럭에 치중하지 않던 것도 그런 기업 풍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디자인과 튜닝 요소가 그래픽카드의 새로운 튜닝 요소로 떠오르면서 본사 마케팅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그런 부분도 개선하고 있다고 예 소장은 설명했다. 이를테면 이전 지포스 900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그래픽카드의 백 플레이트(후면 보호 판)나 전면 쿨러의 카본 무늬 패턴, 이번 최신 지포스 1000시리즈부터 적용되고 있는 튜닝용 LED 램프 등이 그것이다.

에이먼 예(Aman Yeh) 조텍 선전 R&D 센터 소장은 조텍 제품의 특징으로 ‘안정성’을, 조텍 R&D 센터의 장점으로 ‘기술력’과 ‘신속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 최용석 기자
에이먼 예(Aman Yeh) 조텍 선전 R&D 센터 소장은 조텍 제품의 특징으로 ‘안정성’을, 조텍 R&D 센터의 장점으로 ‘기술력’과 ‘신속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 최용석 기자
사실 R&D 센터는 어지간한 규모를 가진 제조사라면 다들 갖추고 있다. 조텍 R&D 센터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예 소장은 조텍 R&D 센터의 장점으로 '기술력'과 '신속함'을 꼽았다. 소장 본인을 포함해 대다수 연구원이 경력 5년 이상의 전문가들로만 구성되어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기술 도입과 테스트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예 소장의 경우도 10년 전 조택 브랜드가 새롭게 탄생했을 때부터 있었던 창설 멤버다. 특히 '파워부스트(Power Boost)'라는 조텍 고급 그래픽카드 고유의 전원부 설계는 바로 예 소장의 작품이다.

그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소비자용 제품 및 OEM 공급처에서 들어오는 각종 문의나 요청에 대해 타 브랜드보다 훨씬 잛은 거의 24시간 내로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모기업인 PC 파트너를 통해 GPU 공급사인 엔비디아의 최신 샘플을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 및 테스트를 상대적으로 넉넉히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조텍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편, 예 소장에 따르면 조텍의 R&D 센터는 총 120명 정도의 규모다. 그중 절반가량이 그래픽카드의 연구 개발에 종사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미니 PC와 대기업에 OEM으로 공급하는 메인보드 등의 연구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또 조텍의 R&D 센터는 중국 선전 외에도 대만에 한 곳이 더 있으며, 선전 R&D 센터가 주로 하드웨어의 연구 개발을 맡고 있고 대만 센터는 주로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