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에서 한국산 ERP 제품들이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윈백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외산업체들의 무차별적인 라이선스 오딧(사용 실태 조사)에 따른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국산 솔루션들의 품질이 높아지고 유지보수 면에서도 용이하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기업들의 비용절감 이슈에 따라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고객사들의 요구와 부합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존비즈온과 영림원소프트랩이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외산 ERP를 윈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윈백(win back)은 현재 운용 중인 경쟁사의 시스템을 자사의 제품으로 바꿔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더존비즈온은 대기업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며 윈백사례를 늘려나가고 있다. 6월에는 현대중공업 신설 자회사의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26억원 규모의 코스콤 '신경영정보시스템 재구축 사업'에 SAP를 대신해 솔루션을 공급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해 3건의 대기업 계열사 정보시스템 사업에 자사 ERP 시스템을 공급했다. 영림원 관계자는 "고객 보호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밝히긴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윈백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IDC는 2016년 한국 ERP 시장을 2449억원(SW 라이선스 기준) 규모로 예상했다. 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9.1% 성장해 2019년 3492억원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의 40%쯤은 SAP가 차지하고 있다. 또 오라클(15%), 마이크로소프트(10%), 한국IBM(3%) 등을 합치면 외산 ERP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국산 ERP 업체인 더존비즈온은 18.6%, 영림원소프트랩은 6~7% 수준이다.

최문수 한국IDC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더존비즈온과 영림원 등의 국산 ERP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며 "특히 더존비즈온의 경우, 온프라미스 환경에서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면서 중소시장과 대기업 군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산ERP 업체가 외산 업체들의 점유율을 단기간에 따라 잡지는 못하겠지만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외산 업체들이 장악했던 시장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한국ERP 시장 추이. / 한국IDC 제공
한국ERP 시장 추이. / 한국IDC 제공
국산 ERP 솔루션이 약진하는 것은 국산 ERP 솔루션의 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유지보수 측면에서 외산 브랜드에 비해 빠르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객의 요구를 솔루션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높은 유연성도 장점이다.

외산 ERP 업체들의 무차별적인 라이선스 오딧으로 증가한 대기업과 계열사들의 불만도 윈백의 이유다. 최근 SAP와 한국전력이 벌이고 있는 SW 저작권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SAP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한전을 대상으로 SW 저작권 관련 분쟁 중재를 요청했다. SAP는 자사 SW 제품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외산 솔루션 기업들이 SW 라이선스 사용 실태를 조사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ERP 등 기업용 SW 시장에서 국산 솔루션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