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성장 엔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차전지(Secondaty Cell) 산업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일본이 기술력과 점유율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계기로 신뢰도가 급락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IT 조선은 한국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이차전지는 니켈수소(Ni-MH), 리튬이온(Lithium-Ion Battery : LIB), 리튬폴리머(Lithium Polymer Battery : LPB) 등으로 이뤄지는데, 니켈수소 전지와 리튬이온 전지는 기존 니켈카드뮴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두 배 이상 뛰어나 기존 전지 시장을 이미 대체했다. 특히 리튬이온 전지 시장은 전기차와 전력저장용설비(ESS) 등 중대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 소형 전지 시장 둔화, 중국의 추격...갤노트7 발화에 따른 신뢰도 하락까지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2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ESS 전지 시장에서 고른 점유율을 보이면서 이차전지 강국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소형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IT 기기를 중심으로 한 소형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10.1%로 중대형 전지 시장과 비교하면 더딘 성장세를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기업들이 소형 전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량이 많아지면서 기술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곧 한국 기업에 위기로 다가왔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소형전지 사업 부진으로 지난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또 악재가 터져 나왔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이다. 이 사고로 인해 한국의 소형 전지 산업은 신뢰도까지 잃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형 전지 부문에서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 갤노트7 발화 사고까지 겹쳐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특히 삼성SDI는 초기 발화 사건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발 전기차 배터리 '빨간불'
자동차용 전지 시장은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2020년 18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며, 그 결과 업체간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B3가 조사한 2015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보면 일본 AESC가 점유율 2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LG화학(16.6%), 3위는 중국의 BYD(15.1%)다. 파나소닉(13.7%)과 삼성SDI(12.5%) 그 뒤를 잇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률을 보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전지업체가 전지 산업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장은 중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자국 배터리 업체를 보호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받은 기업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전기차 생산업체들은 우선적으로 모범규준 인증을 받은 배터리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인증 획득 여부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은 번번히 이 인증을 받지 못했다. 5차 인증 발표가 있을 예정이지만 기약이 없다. 여기에 갤노트7 발화 사건으로 5차 인증 획득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위해선 중국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증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고 있다"며 "때문에 유럽과 미국으로 사업을 집중하려는 전략도 마련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기술력 확보는 한국 기업의 약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는 결국 가격보다 안전하고 오래가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의 소재 개발 능력과 배터리 관련 기초 기술력이 여전히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