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후 논의가 시작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총 343억원을 들여 추진한 시범사업이 끝났지만, 전국망 구축 사업이 삽도 들지 못하고 있다.

재난망 관련 목표시스템 개념도. /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재난망 관련 목표시스템 개념도. /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정부는 당초 2017년 재난망 구축 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2020년은 돼야 전국망 구축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PS-LTE 전국망 구축 경험을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당초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 PS-LTE 기반 재난망 구축 완료 언제되나… 2020년 끝날수도

국민안전처는 2015년 11월 19일부터 2016년 6월 16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지역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과 인근 지역인 강릉·정선 지역에서 PS-LTE 기반 재난망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 사업에는 KT 컨소시엄과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국민안전처는 재난망 시범사업이 끝난 후 검증협의회를 통해 재난망의 목표 커버리지와 기지국 플랜을 검토했고, 이를 토대로 총 사업비를 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검증협의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총사업비 적정성 재검토'를 진행 중이며, 관련 검증은 한국개발연구원(KDI)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위탁했다. 검증은 약 3~4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재난망 관련 안내도. / 국민안전처 제공
재난망 관련 안내도. / 국민안전처 제공
기획재정부는 2017년 초 적정성 재검토를 끝낸 후 예산을 배정하며, 이후 국민안전처는 사업비를 바탕으로 1차 확산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1차 확산사업 후 진행할 2차 본사업도 완료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시범사업 때처럼 1차 확산사업이 끝난 후 별도의 검토 과정이 필요할 수 있고, 기획재정부가 2차 본사업 관련 예산을 배정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정부는 빠르면 2018년 말 PS-LTE 기반 전국망 구축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예상이 어려운 이슈가 발생할 경우 2020년까지 갈 수도 있다.

심진홍 국민안전처 재난망구축기획단장은 "기존 사용중인 통신망 자체가 노후화된 상황이라 효율적인 재난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재난망 본사업의 완료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이통사, 재난망 사업 지연되더라도 마쳐야… 해외 진출은 물건너갈 듯

정부의 재난망 사업 지연 소식에 주요 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 완료 시기가 계획보다 늦어지는 점도 어려움을 주지만, 자칫 재난망 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KT 컨소시엄과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정부 예산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한 후 사업자로 선정됐다. 정부 예산 대비 각각 73억1469억원과 19억1135만원 적은 금액을 써냈다. 이통사가 무리하게 사업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세계 최초 PS-LTE 기반 전국망 구축 경험을 활용한 글로벌 시장 진출길이 열린다는 이유 때문에 긍정적 시각이 더 컸다.

하지만 재난망 구축 시기 지연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영국·호주 등 국가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한국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쥐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난망 사업 백지화는 더 위험한 카드다. 이통사들은 이미 PS-LTE 관련 연구개발(R&D)를 통해 자금을 투입했는데, 이 노력이 순실간에 증발할 수 있다.

이통사 한 고위 관계자는 "재난망 사업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기반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인 만큼 구축 완료 시기가 늦춰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