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이 되든 AT&T와 타임워너 인수는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하고 큰 규제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 2위 통신업체 AT&T가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를 854억달러(97조3560억원)에 인수하기로 지난 10월 합의했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뉴스 채널 CNN,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 외에 유료케이블 방송 TBS 등을 거느린 거대 미디어 기업이다. 타임워너는 지난 2014년 루퍼트 머독이 800억달러(90조원)를 제안했지만 거절한 적이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2011년 미국 최대 케이블TV·초고속 인터넷 회사 컴캐스트와 영화 제작사 NBC유니버셜의 인수합병에 비견된다.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셜의 결합은 미국에서 이뤄진 통신·미디어 회사간 인수합병 중 역대 최대 규모다.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은 그 뒤를 잇는다. AT&T의 시가총액은 2260억달러(257조8600억원),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720억달러(82조1500억원)다.

◆ 타임워너의 '콘텐츠'가 필요한 AT&T

AT&T가 타임워너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AT&T의 랜달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미엄 콘텐츠는 언제나 승리했다"며 "모든 기기에서 콘텐츠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T&T가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 AT&T 홈페이지 갈무리
AT&T가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 AT&T 홈페이지 갈무리
AT&T는 타임워너가 보유한 유료채널에서 공급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버라이즌이 차지한 통신회사 1위 자리를 빼앗는다는 계획이다. 또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위성TV 서비스 업체 '디렉TV'에서 송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AT&T는 2014년 인수한 디렉TV에서 방송할 콘텐츠 부족에 허덕여 왔다. 또 5세대 이동통신 사용화를 준비 중인 AT&T에게 콘텐츠 확보는 필수다.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확보하면, 3·4위 통신사인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로 이동하려는 고객 이탈을 막을 수도 있다. 저렴한 이동통신요금 대신 콘텐츠로 고객을 공략할 심산인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AT&T가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이용해 매출을 15%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 타임워너, TV만으론 부족...'모바일' 유통 창구 필요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인 시대에 타임워너가 이번 인수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이 콘텐츠를 보유한 타임워너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짐 네일(Jim Neil)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콘텐츠가 유통 채널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 시대"라며 "타임워너보다 AT&T가 이번 결합에 더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임워너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전통 채널인 TV로 소비시키기에는 한계가 절감한 것이다. 타임워너 소속사인 HBO는 한때 인터넷 기반 동영상 공유 서비스 '넷플릭스'와 유사한 'HBO go'서비스를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는 콘텐츠 소비 형태가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타임워너 입장에서도 모바일 사용자를 보유한 AT&T가 필요했던 것이다. 타임워너의 제프 뷰케스 CEO는 인수합병 발표 당시 "동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이 모바일로 몰리고 있다"며 AT&T의 손을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 트럼프 'AT&T·타임워너' 손 잡아줄까

문제는 규제 당국의 허가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정부에서 이번 합병을 승인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쟁사들의 견제도 심하다. 월트디즈니는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정당한지에 대해 규제기관이 세심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수합병 심사 권한을 가진 미국 법무부 위원들이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 관련해 긍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법사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공화당 소속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혁신을 억압하거나 소비자가 필욜 하는 첨단 기술 개발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합병 찬성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 역시 인수합병에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수위는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수합병에 대해 편견 없이 앞으로의 절차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