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전지를 이을 차세대 2차전지로 전고체전지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량용 전고체전지 배터리. / 모터트렌드닷컴 제공
차량용 전고체전지 배터리. / 모터트렌드닷컴 제공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개발 경쟁 가속되는 차세대 2차전지' 보고서를 통해 "리튬-황 전지, 리튬-공기 전지, 나트륨·마그네슘 이온 전지, 전고체전지 등 리튬이온전지를 이을 다양한 후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이 중 전고체전지는 지난 10여년 간 기술 개발 속도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돼 왔으며, 리튬이온전지의 고질적인 불안 요소인 안전성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액체 전해질이 가지고 있는 발화, 폭발 등의 위험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부 충격에 의해 기기가 파손되더라도 전해질의 누액이나 폭발의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고온이나 고전압의 사용 환경 에서도 전지의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차세대 전지 관련 특허 출원 건수. / LG경제연구원 제공
차세대 전지 관련 특허 출원 건수. / LG경제연구원 제공
전고체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유력한 이유는 우선 특허 출원과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 네도(NEDO)에서 분석한 2002~2011년까지의 차세대 전지 관련 특허 출원 건수에 따르면 전고체전지, 리튬-공기 전지, 리튬-황 전지, 나트륨·마그네슘 이온 전지 순이다. 전고체전지의 특허 출원 건수는 3309건으로 두 번째로 많은 리튬-공기 전지의 1251건 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최정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은 전고체전지의 특허 출원 국가 중 60%를 차지해 가장 적극적이다"라며 "일본은 차세대 전지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재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전지의 구성 요소 및 장·단점. / LG경제연구원 제공
차세대 전지의 구성 요소 및 장·단점. / LG경제연구원 제공
전고체전지를 개발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동경공업대 등과 함께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를 개발 중이며, 2016년 초 기존 프로토타입보다 2배 이상 성능이 높은 전고체전지를 발표했다. 중국 전지 기업인 CATL6는 2023년 양산을 목표로 2015년부터 중국과학원과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 상하이자동차 등은 인피니트 파워 솔루션즈, 솔리드에너지, 퀀텀스케이프 등과 같은 전고체전지 관련 벤처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가전 기업인 다이슨과 자동차부품 기업인 보쉬는 2015년 각각 전고체전지 벤처기업인 사크티3와 시오를 인수했다. 일본 세라믹 부품 기업인 무라타는 2016년 소니의 전지 사업을 인수해 무라타의 세라믹 소재 및 제조 기술을 전지 사업에 접목했다.

마지막으로 전고체전지가 제품 자체의 혁신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공정 혁신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최 연구원은 "2차전지 기업들은 전고체전지의 양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분말의 압축 성형, 롤투롤(Roll-to-roll) 코팅, 반도체 박막 등의 다양한 제조 공정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즉 전고체전지는 다른 차세대 전지와 달리 제품 자체의 혁신보다는 공정 혁신에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존재하는 2차전지 중 리튬이온의 성능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를 이을 전지의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철완 박사(전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 전지연구센터장)는 "전고체전지는 박막전지의 하나다"라며 "전고체전지는 에너지 밀도와 공정이 아직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고, 리튬이온 전지의 성능이 우수해 당분간 리튬이온을 대체할 2차전지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