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조치'에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반(反)이민 행정조치'에 서명하자 "반이민 정책이 기업은 물론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난민 고용을 선언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담은 행정 명령에 서명하자 실리콘밸리 수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 조선비즈 DB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담은 행정 명령에 서명하자 실리콘밸리 수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 조선비즈 DB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열린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 명령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브린은 구소련 출신으로 6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왔다. 그는 "나는 난민이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말하며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반발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민이 없었다면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백악관에 해당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실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버지가 시리아 출신 이민자다.

쿡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관료를 만나 "애플과 미국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태생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민자 출신 CEO인 저는 이민이 회사와 국가,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지만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 구글, 46억원 규모 난민지원 펀드 만들며 반기

구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행정 명령으로 모두 187명의 임직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순다 피차이 CEO은 "구글 직원과 그 가족에게 제한을 가할 수 있으며 재능있는 인재들이 미국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조치에 화가난다"며 "동료들이 고통을 입게 돼 슬프다"고 말했다. 피차이 CEO는 반이민 정책으로 문제가 있는 직원들에게 "구글의 글로벌 보안팀에 문의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반이민 행정 명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즉시 귀국하라"고 말했다. 구글은 또 400만달러(46억8000만원) 규모의 이민·난민구호기금을 매칭펀드 방식으로 조성해 유엔난민기구, 미국 시민자유연맹, 이민자 법률지원센터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행정 명령에 영향을 받은 직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IT업계 대다수는 숙련된 외국인 기술자들에 기대고 있다. 이민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구단체인 미국정책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에 따르면 10억달러(1조1700억원) 가치가 넘는 미국 벤처기업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창업했다. 또 미국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의 77%와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이들의 71%가 유학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방미 학자·미국 영주권 보유자에 상관없이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시리아 난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