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셋톱박스 일체형으로 출시한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셋톱박스에 '누구'가 들어가면, 기존 음성 기반 서비스에서 영상 기반 서비스로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다.

20일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현재 누구 서비스는 IPTV 셋톱박스와 '연동'만 되는데, IPTV 셋톱박스에 누구를 탑재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2016년 8월 출시한 ‘누구’는 매달 1만대쯤 팔린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2016년 8월 출시한 ‘누구’는 매달 1만대쯤 팔린다. / SK텔레콤 제공
이미 KT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SK텔레콤까지 AI 셋톱박스를 내놓을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성위주의 AI 시장이 영상으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통신업계가 발표한 2016년 말 기준 IPTV 가입자 수는 KT가 704만2000명으로 가장 많고, SK브로드밴드는 396만2000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KT의 AI 일체형 셋톱박스 출시에 바짝 긴장한 이유다.

SK텔레콤 '누구'는 사용자가 스피커에 말을 걸면 이에 응답하는 AI 제품이다. 회사 측은 시간·날씨 안내는 물론 교통정보 안내, 위키피디아 자료 읽기, 음악 재생, 라디오 주요 채널 재생, 치킨·피자 배달 등 다양한 기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누구가 현재 한국어만 지원하지만, 영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한 IBM 왓슨 기반 '에이브릴'까지 결합하면 한국 AI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내 누구와 에이브릴을 합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토타입 모델을 제작 중이다.

SK텔레콤은 여기에 더해 IPTV 셋톱박스 기능을 기본 내장한 '누구'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누구는 'B tv' 셋톱박스와 '연동'해 전원을 켜고 끄거나 채널 변경, 음향 조정 등 단순 기능만 제공한다. 하지만 셋톱박스 일체형 누구는 TV 화면을 이용해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눈으로 보며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누구에게 "집에서 회사까지 얼마나 걸리니"라고 물으면, 누구는 음성으로 "45분 걸립니다"라고 말하지만 셋톱박스 일체형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된 누구는 음성 정보와 함께 TV 화면에 상세 길안내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경쟁사인 KT는 1월 말 IPTV 일체형 AI 스피커인 '기가 지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누구와 달리 TV 화면을 통해 다양한 부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IPTV 셋톱박스 일체형 누구 신제품을 연내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