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17조572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인수는 48년 인텔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인텔이 자율주행차 시장은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구글·우버·테슬라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모빌아이를 주당 63.45달러(7만3000원), 모두 15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주당 인수 가격은 지난 주말 모빌아이 종가에 34% 프리미엄을 추가한 금액이다. 이는 인텔이 2015년 알테라(Altera)를 167억달러(19조1799억원)에 인수한 이후 두번째 규모로 자율주행차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모빌아이가 인텔이 자사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 모빌아이 제공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모빌아이가 인텔이 자사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 모빌아이 제공
모빌아이는 199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설립된 회사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카메라 기술, 속도조절 장치 등을 개발한다. 모빌아이는 잠재적 충돌 위험 경고 등을 통해 운전을 보조해주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으로 지난해 ADAS 시장에서 70%를 차지했다. ADAS는 하나의 칩으로, 차량에 부착된 센서를 이용해 보행자 충돌 경고, 차간 거리 모니터링 등 위험 상황을 경고하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이다.

모빌아이 고객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혼다 등이다. 이미 인텔은 모빌아이, BMW와 함께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율주행차 40대를 도로에서 시험 주행할 계획이다.

인텔이 모빌아이 인수에 나선 것은 주력사업인 PC시장이 저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컴퓨터용 칩으로 연간 수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PC수요가 줄어들면서 인텔은 지난해 전 세계 직원의 11%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했다. 대신 급성장하는 자율주행차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구글과 우버와 같은 IT기업들은 이미 자율주행차 사업에 수십업달러를 투자하며 크라이슬러, 볼보와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NYT는 "인텔은 자율주행차를 위한 센서와 카메라를 만드는 모빌아이를 인수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인텔은 자체 기술은 부족하지만 구글에 의존하고 않고 자율주행차 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함께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관련 시스템 및 서비스와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30년에 700억달러(80조39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내비게이션, 차량내 통신과 광고가 포함된다. 마틴 버크 너(Martin Birkner) 가트너 자동차 분석가는 "이번 인수로 인텔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꾸준히 자율주행차 사업을 준비해왔다. 인텔은 BMW, 델파이 오토모티브(Delphi Automotive)와 제휴를 맺었으며 디지털 지도사업을 운영하는 히어(Here) 지분 15 %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자율주행차 관련 벤처기업에 2억5000만달러(2871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Brian Krzanich)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차는 바퀴가 달린 서버"라며 "자율주행차는 하루 평균 4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독립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시장은 인텔의 자산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