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막을 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CT와 과학기술 융합을 통한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미래가 가장 불투명한 부처 중 한 곳으로 추락했다. 차기 정권에서는 ICT와 과학으로 분리· 독립하거나 기존 부처에 흡수·통합되는 등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래부는 출범 후 4년간 ICT·과학을 융합함으로써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단말기유통법 ▲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형 발사체 기반 달탐사 ▲방사광가속기 ▲700㎒ 주파수 등은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IT조선은 미래부의 핵심 사업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차기 정부에서의 미래부가 어떤 모습과 역할을 할지 조망해 봤다. <편집자주>

'유한한 주파수 자원을 효과적으로 할당하는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 ICT 정책 중 하나다. 특히 주파수 효율성이 우수한 700㎒ 대역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미래부가 국회의 과도한 간섭을 받아 애초 계획한 정책을 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방송·재난망 서비스 상용화 후 발생할 수 있는 주파수 간섭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국회, 700㎒ 분배 이슈로 정부 주파수 정책 압박…결국 UHD 용으로 할당 결정

미래부는 2013년 만든 '모바일 광개토플랜2'에 따라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할 예정이었다. 700㎒ 대역은 저대역이라는 장점 때문에 통신 업계가 군침을 흘렸다. 적은 수의 기지국을 건설하더라도 통신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음영 지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 전경. / 이진 기자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 전경. / 이진 기자
네트워크 장비 업체 노키아는 700㎒ 기지국 하나의 커버리지가 1.8㎓ 기지국 3.3개를 커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전국 서비스를 위해 1만개의 700㎒ 기지국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1.8㎓를 사용하면 3만3000개가 필요하다. 700㎒를 낙찰 받으면 그만큼 망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방송사 역시 기지국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UHD용 주파수 할당을 요구했다.

2014년에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주파수심의위원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주파수의 신규 분배와 회수·재배치 관련 내용을 심의한다는 명목이었지만, 당시 미래부의 700㎒ 할당 계획의 수정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부와 국회는 2015년 7월 13일 700㎒ 주파수 대역 중 40㎒ 폭만 남기고 국가재난안전통신망·UHD 방송용으로 대역을 할당하기로 합의했다. 7월 27일 열린 제3차 주파수심의위원회는 700㎒ 대역 주파수 분배안을 심의·확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주파수간 간섭을 막기 위해 보통 10㎒ 유휴 대역을 둔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700㎒ 분배안을 보면 유휴 대역은 2~8㎒ 폭에 불과하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주파수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미래부 입장은 단호했다. 당시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은 "주파수 간섭 문제는 일부 통신사 직원이 개인적인 소견을 말한 것이다"며 "이통사 모두 미래부의 새로운 주파수 배정안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사는 700㎒ 주파수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016년 진행된 주파수 경매에는 700㎒ 대역 중 40㎒ 폭이 포함돼 있지만, 이통3사는 할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저대역 주파수임을 고려하면 의외의 반응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관계자는 "700㎒ 주파수는 LTE 기지국 구축비를 줄여주는 등 장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자칫 망 설치한 후 주파수 간섭이 발생하면 이통사는 물론 통신 가입자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시험대 오르는 700㎒…UHD·재난망 주파수 간섭 발생 여부가 관건

어렵게 700㎒ 주파수를 확보한 지상파 방송사는 5월 31일부터 수도권에서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공동 개국을 하며, 개국일은 KBS의 방송장비가 구축되는 4월말 한달 후로 결정했다. 지난 2월 28일부터 시험방송을 진행 중이다.

지상파 방송사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한 5월 31일부터 제대로 된 UHD 방송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가 진행 중인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도 UHD 방송이 이용하는 700㎒ 주파수의 인접 대역을 이용한다.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PS-LTE 기반 재난망의 본가동에 들어간다.

미래부의 700㎒ 대역 분배 방안. / 미래부 제공
미래부의 700㎒ 대역 분배 방안. / 미래부 제공
통신업계가 우려하는 700㎒ 주파수간 간섭 여부는 PS-LTE 재난망이 본격 가동된 후 확인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700㎒ 대역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재난망과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UHD 주파수가 모두 포함돼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미래부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주파수 간섭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가 그 책임을 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신 업계는 2016년 주파수 경매 당시 700㎒ 대역 입찰을 포기했다"며 "지금이라도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주파수 간섭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할당 계획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